자신감 좀 생겨도 되는 거 아닌가?
2박 3일 캠핑을 다녀왔다. 초보 캠퍼에겐 이것저것 산다고 샀지만 휘양 찬란한 장비를 뽐내는 카라반 홀더 캠퍼들 사이에선 그저 볼품없는 여행객일 뿐. 장비가 남들에 비해 좋지 않다거나, 먼저 시작해서 여유로운 캠핑을 즐기고 있는 선배 캠퍼들을 보며 주눅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황혼의 나이였고, 우리는 이제 시작했고 남들이 뭐 라건 직접 겪어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씩 마련해 나가는 기쁨은 알고 있는 정도의 연륜이니까. 오히려 황혼에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어설픈 캠핑에 단연 즐거움을 선사했던 독서, 이다음 캠핑에 좀 더 나은 모습이 기대되는 마음과 함께 기억될 책 읽기였다.
장기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이자 작사가, 작곡가이다. 그가 만든 노래 중에서 '그때 그 노래'와 '티브이를 봤네'를 최애로 꼽는데, 그의 노래에는 군더더기가 없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좋아한다. 물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내가 느끼는 것이 맞나요라고 물어보고 그렇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뭘 전하려고 하는지 알겠어요 라는 말을 그의 음악을 찾는 이에게 듣는다면 그도 아마 기뻐할 것이다. 뭐 음악은 그런 것 아닌가? 듣는 사람 좋자고 만들어놓은 것 아닌가? 듣는 이가 원할 때 어떤 감정으로 어떤 면을 회상하든 아름답게 사용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가 산문집을 내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구매를 하였다. 이석원 작가님, 요조 님, 아이유 등등 좋아하는 뮤지션이 쓴 글들은 의심 없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솔직해서 다음 글엔 무얼 쓸지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의 오지랖으로 그의 글을 찬찬히 음미했다. 그 오지랖은 다음 글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그의 글이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안심이다. 요즘 달리기에 빠진 현대인들이 많은데, 그중 나도 하나다. 달리기는 딱히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도 않으며,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장점, 야외에서 모든 자연과 어울려 움직이는 운동이다 보니 지루하지 않고 혼자 해도 외롭지가 않다. 그가 생각하는 달리기에 대한 고찰도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맞아! 맞아! 그래! 그래! 하하하하하 어쩜 나와 같구나' 마음 잘 맞는 친구인데 취향도 비슷해서 할 이야기가 많은, 그래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을 주는 독서였다.
나는 몰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렇게 큰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줄은. 물론 소수의 모임에서 그들과 다르다고 해서 주눅이 들 필요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나를 설득시키려 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왜? 내가? 굳이?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동정을 느끼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랐다. 타인이 뭐라 생각하건 상관없지만 불쌍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불성설이다. 안다. 세상 사는 게 다 모순이고 어불성설이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어쨌든 설득시키려 노력해도 그들은 그들의 세상 속에서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려 노력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향과 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판단은 부질없고 값싼 것임을 알면서도 왜 거기에서 완전하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그게 사는 거지 뭐. 이렇게 또 허무한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은 존재하고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 자신감 좀 가져도 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