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2. 소설가의 귓속말-이승우

너무 소중한 속삭임

by 만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반성부터 하려고 한다. 본인이 얼마나 오만과 편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인지했다. 그렇다 너무 오버했다. 감각적인 표지에 젊은 작가가 쓴 고리타분하지는 않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편견, 그건 작가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의 무지함이었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까웠다. 사실 심리학, 철학서적,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핸드폰에 넣어 둔 북리스트는 꽤 되지만 구미가 당기는 책은 없었다. 그들은 보통 굴림체에 심리학과 전공서적 향이 짙게 풍겼기 때문이다.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으니, E-book에 의존하고, 타인의 서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독서가들을 믿고 책을 구입하면 생각보다 어려워 당황한 적이 있고, 꿈보다 해몽의 느낌이 든 적도 많았다. 그 책의 깊이를 깨닫지 못함이란 거 아주 잘 안다. 누구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자신의 그릇만큼 깨닫게 돼 있는 것이니까. 주어진 환경에 따라 자신의 배경과 경험에 따라 무엇보다 취향에 따라. 그래서 책 선정이 어렵다. 답은 하나다. 계속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책을 펴고 읽어내기 전까지는 그 아무리 좋은 책이라 소문나도 내게 별로일 수도 있고, 의미 없고 가볍다 여겨지는 책도 어떤 문구는 내게 큰 울림을 주기도 하니까.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우연히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장바구니에 넣은 후 무려 종이책으로 주문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지루하지 않은 철학서를 우연히 획득한 기분이었다.


p.9

"사람이 사람에 대해 하는 모든 말은 결국 자기에 대한 것이다.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 말해지는 것은 타인이 누구인지보다 자기 자신이 누 구인 지다. 타인의 삶이, 전달하는 사람에 의해 달라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기를 말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선택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자기를 말하기 위해 수많은 타인들 가운데 특정한 타인의 삶을 선택하고 그 타인의 삶 가운데 특정한 부분을 선택한다."


나도 한 때 타인의 삶에 대해 저울질하기를 좋아했다. '걱정'으로 미화시켜 타인의 불행을 특히 마음에 미움의 감정으로 존재하고 있는 타인을 재고 쉽게 이야기했다. 그것도 아무 죄의식 없이.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먹고살기 바빠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고 남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된다. 먹고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니까. 건강도 챙겨야 하고, 취미생활도 해야 하고, 정말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잘 자야 하며, 일어나는 것도 해야 한다. 너무 바쁘다. 그래서 지금은 타인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의 단면만 보고 그들의 행복과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를테면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타인은 홀로 보내는 시간에 무얼 하느냐 물으면 아주 행복한 얼굴로 나는 답한다.

"책도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글도 써요."

면전에 받은 대답은 가소롭다는 표정과 함께 "퍽이나 재밌겠다."였다. 그 후 나는 내가 정말 홀로 있을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설득시키려 했고, 상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상대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정말 내가 느끼는 행복을 모르는 사람. 그래서 설득시키는 일을 그만두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일일이 다 바꿀 수 없는 노릇인 거다. 왜냐, 나는 진짜 행복하니까. 그건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그러니 누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고 대놓고 말을 하더라도 흔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 나와 기질이 달라서 이해를 못 하는구나. 저 문장이 그 마음에 위로를 주는 듯했다. 잘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행복을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p.89

"잘 보려고 하는 나의 눈에 잘 보이는 것은 잘 알 수 없는 나이다. 가장 알 수 없는 사람이 내 자신이다."


철학서를 읽으면 늘 혼란스럽다. 그 혼란의 감정이 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삶을 이루는 것에는 정답이 없고, 정의를 내릴 수도 없으며 늘 변하는 상황에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품게 한다. 변하지 않는 진실에, 그러니까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에 괴로운 마음을 품지 말자는 결심. 받아들이는 일, 혼란 속에 내가 택한 길에 후회하지 않는 일. 불안정한 감정을 끝내는 일. 아직도 헤매지만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초점을 두고 글을 읽고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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