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3.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박연준

아침보다 밤과 더 친합니다

by 만다


낭만, 낭만이 아주 어울리는 책이다. 세상엔 내가 알지 못했던 좋은 작가님이 참 많다. 앞으로 작가님의 입문서라 소개하고 다닐 작정이다. 취향, 내 타입이다. 그림을 보고 써 내려간 시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선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여태 키보드로 똥을 싸왔구나.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희망, 마음의 암인 희망을 품고 똥을 그려왔다. 그러나 훈련은 발전 가능성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앞서 '소설가의 귓속말'에도 그렇고 이 책에도 '로맹 가리'의 언급이 있었다. 우연찮게 연달아 읽은 책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소설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의 독서 루틴은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서평으로 글을 읽고 그 글의 작가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을 읽고 그 안에 언급된 또 다른 책을 읽거나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는 식.


"고독은 서로 다른 종을 사랑하는 일이다."


보통 엄마가 되면, 엄청난 고통과 엄청난 행복이 동시에 온다고 한다. 아직 엄마가 돼보진 못했지만, 간접경험을 통해 그 크기를 실감한다. 사랑하는 일은 그렇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종을 사랑하고 함께 있으면 불편하지만 행복의 감정이 그것을 극복하게 만든다. 남편은 없으면 참 보고 싶고, 같이 있으면 싸우게 되고. 그래도 같이 있고 싶다.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첫사랑 때 해본 것 같고, 지금은 잊히고 편안함만 남았다.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쉬웠나요싶은 마음이 들 정도지만, 세계관을 합쳐가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람은 살려다가 죽고 기억하려다 잊는다. 그치?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가 있지. 시인의 무게는 다르다. 살려다가 죽고, 기억하려다 잊는다. 그렇다. 태어나자마자 죽어가고, 과거의 기억을 조작하다 점점 잊게 된다. 나의 문장으로 바꾸니 보잘것없구나. 이럴 땐 입밖에 내지 않고 마음으로만 삼키자. 문장으로 기분을 풀어낼 자신이 없을 땐, 의성어만 써야겠다. 헐, 대박, 와, 헉....


밤이에요. 자정이 지났고
공식적으로 새로운 날이 시작됐지만
마음은 어둠 속에, 여전히 어제에 머물러 있네요.


책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문구다. 편지 속의 문장인데, 독백이나 소설보다 누군가에게 부치는 편지는 눈물 나게 한다. 내가 쓴 글이든, 상대에게 받은 것이든, 책 속에 나온 것이든, 편지는 진심을 담는다. 물론 모든 글이 진심을 담아 실리는 것이겠지만 편지는 다르다. 애틋하고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따뜻함이 있다. 그래서 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그들에게 잠시 동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잠깐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하는 나의 진심.


나중에 범람할 슬픔을 견딜 수 있겠냐고 얘기하면서요.


범람할 슬픔이란다. 와, 헐, 대박, 진짜 헉.. 하....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죽는 게 아니야. 돌보지 않아서 사랑은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가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늙겠지만, 우리가 서로 공유하는 사랑은 다르다. 각자 다른 속도로 살고, 늙는다.


돌보지 않아서 사랑은 죽는다는 문장은 사랑에 대한 참신한 표현이었다. 색다른 접근을 할 수 있게 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날 선 마음이 유순해지는 경험을 한다. 집에 들어온 작은 허브도 돌보지 않으면 죽는다. 안다. 함께 살기로 했다면, 끊임없이 상대를 들여다보고 돌봐주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치열하게 타인 속에서 당당해질 수 있다. 상처 받은 마음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될 수 있다. 쉽게 아물 수 있다.


작가님의 어휘력과 문장 나열에 와, 헉, 진짜, 대박, 우와, 하...... 하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다 자부하며, 늘 진부한 표현만을 늘어놓는 나는 발전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너무 채근하지는 말자. 조금 전에 썼지 않은가. 불안정한 감정을 제거하는 일. 소신은 있되 자만은 하지 않는 나의 길. 혼란 속에 선택한 나의 길은 그런 마음으로 늘 선택한 길이길. 밤은 길고, 더 친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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