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놓은 나의 행복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황체기에는 컨디션 난조에 달달한 디저트를 비롯해서 먹성이 왕성해진다.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상하고 짜증이 난다. 무엇보다 제일 힘든 게 몸이 무거워지는 것인데, 정말 정말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인스타에 그렇게 열심히 업로드하고 필사를 하며 책을 읽던 어제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파와 한 몸이 되고 대부분을 누워있는다. 그리고 좋은 핑계라도 생긴 듯 생리하기 전이라서 기분이 안 좋아! 나 지금 기분 엄청 안 좋고 몸 되게 무겁거든?!이라고 자신에게 남편에게 선언(?)한다. 누가 보면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정작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이처럼 오만한 소리를 내뱉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합리화를 한다. 난 대단한 사람이 되기는 걸렀구나. 이렇게 평생 간장종지만 한 그릇으로 살다 죽겠구나. 책을 읽으면 뭐하나, 읽을 때마다 느끼고 울고, 번뇌하면 뭐하나 돌아서면 까먹고, 화내고 있고, 삐지고 있고, 기대고 있고, 짜증내고 있고, 미워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몸을 좀 움직여서 책상 앞에 앉으면 또 그렇게 기분이 좋다. 참 신기하다. 내가 쌓아놓은 노트와 그 주에, 그 달에 읽을 책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게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글을 써보려고 한다. 되지도 않는 글을 쓰려고 한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그렇게 또 쓴다. 누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서 다 자기만족이라고 하면서 또 쓴다. 쓰면서 또 마음이 정리가 되는 걸 느낀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 책을 출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그렇지만 책으로 돌아가면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는 걸렀구나 낙심힌다. 생리가 시작되면 먼지처럼 쌓였던 낙심도 후후 불어낼 수 있다. 그렇다 그 감정은 입김으로 후후 불어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하찮다. 그런데 그 하찮은 마음을 이겨내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 거다. 그리고 또 쓴다. 나조차도 읽지 않을 그런 글을 또 써본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거창한 말들은 유치한 문장으로 탈바꿈한다. 분명 머릿속을 부유하고 있을 때는 꽤 근사한 문장이었던 것 같은데, 오 나 좀 멋진데 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글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쁘지 않다. 사실. 나쁘지 않다는 마음에 만족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해서는 발전이 있을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감정은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행복이란 재채기처럼 갑자기 훅 하고 찾아온다. 생각지도 않았던 순간에 덜컹하고 찾아온다. 그래서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그냥 오늘의 할 일을 하면서 행복이 덜컹하고 찾아오는 순간이 온다면 맘껏 즐기면 되는 거다. 쌓아놓은 책들과 이다음 읽을 책의 순서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면 내가 느낄 행복감도 나를 차례차례 기다리고 있다. 그거는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