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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12. 2023

'섹스 앤 더 시티'에서 기대하던 섹스는 나오질 않고

미디어가 낳은 코스모폴리탄 칵테일


바에 가서 칵테일을 주문할 때 가끔은 예쁜 칵테일이 마시고 싶다. 


물론 잘빠진 맨해튼이나 네그로니의 컬러도 섹시하고, 미국의 70~80년대에 유행했던 우산이 꽂혀있고 과일가니시를 올린 트로피컬 칵테일도 화려하긴 하다. 피나콜라다나 마이타이, 블루하와이 등등


맨해튼 네그로니를 마시기에는 좀 무겁고, 트로피컬 칵테일을 마시기에는 좀 키치 하다 싶을 땐 그 중간 포지션인 코스모폴리탄을 마시면 적절하다.


재료는 '보드카'베이스에 '코인트로', '라임주스', '크렌베리주스' 이 4가지가 기본이며 바텐더의 재량의 따라 소량의 비터나 추가적인 당, 또는 레몬을 사용하기도 한다.


도수도 적당히 높은 편이고, 상큼한 것이 입맛을 돋우며, 약간의 씁쓸한 맛의 크렌베리주스가 이 칵테일의 맛을 어른스럽게(?) 만들어 준다. 공산품 오렌지주스나 파인애플 주스를 사용하는 다른 칵테일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린아이들이 먹는 사탕 같은 맛이 덜하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섹스 앤 더시티 얘기는 그만하고 싶다. 이 칵테일에 항상 같이 따라오는 키워드인데 이젠 너무 지겹다.


이 칵테일이 미디어에 노출이 되어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흥미로운 현상이다. 덕분에 당시의 미국인들을 Bar로 불러들여 술을 마시게 만들었고 그 중심에 코스모폴리탄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하이볼'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이 분위기를 타서 하이볼보다 뭔가 더 꽂힐만한 칵테일이 미디어의 힘을 받아 유행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장담하건대 2~3년 사이에 넷플릭스 유명 한국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바에서 멋들어지게 칵테일을 주문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바의 부흥이 일어날 것이다. 제발 그 드라마에서 주문하는 칵테일이 모히또나 피나콜라다가 아니길 빈다. 정신 제대로 박힌 작가라면 좀 더 멋진 클래식한 칵테일을 등장시키지 않을까?


스토리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네그로니나 다이커리 김렛 마가리타 올드패션드 진피즈 사이드카 같은 것들이길 바래본다.


개인적으로는 미디어에서 압생트가 들어간 칵테일을 다뤄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신 제발 불은 붙이지 말길..




이야기가 잠시 딴 대로 샜는데 어쨌든 코스모폴리탄은 그 당시의 미국인들을 강력하게 매료시킨 만큼 아름다운 외형이 특징이다. 차갑게 칠링 된 샤프하게 뻗은 스템 있는 칵테일글라스에, 공기와 함께 잘 셰이크된 음료를 붓고 절제된 가니시를 예쁘게 올려내어 갓 서브된 따끈따끈한 코스모폴리탄은 당신의 카메라 셔터와 군침을 터져 나오게 할 것이다.



이 칵테일을 주문할 때의 팁이 있다면, 일단 보드카를 뭘 쓰는지 물어봐라. (아주 간혹 진을 사용하는 경우도 봤다) 그 보드카를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뭘 쓰는지 알고 마시는 자체로 도움이 된다. 


'실례지만 기주는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아 그냥 궁금해서요^^'


앱솔루트오리지널, 스톨리치나야, 케틀원, 스미노프, 시락, 그레이구스, 티토스, 스노레오파드 등등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가향이 안된 오리지널 보드카를 사용하는지 가향이 된 보드카를 사용하는지 정도는 인지하고 마시는 게 앞으로의 칵테일라이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레이구스' 브랜드를 추천한다. 개성 넘치는 느낌은 아니지만 실패 없이 안전하고 고급스럽게 칵테일의 퀄리티를 올려준다. 가향이 되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으로도 군내라던가 화학약품 맛이 거의 나지 않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있어서 코스모폴리탄의 맛을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준다. 그레이구스 시트론 버전으로 마신다면 집에 가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만드는 법에 관한 몇 가지 얘기도 하고 싶다. 일단 레시피를 살펴보자.


IBA레시피 기준으로


45ml 보드카

15ml 코인트로

15ml 라임주스

30ml 크렌베리주스


이대로 만들면 생각보다 맛이 없다.. 알코올이 튀는 맛도 나고 씁쓸하고 떫은 맛도 나면서 게다가 밍숭맹숭한 느낌도 있다. 나는 아직도 이 레시피가 왜 IBA공식 레시피 인지 잘 모르겠다. 서양인들의 입맛은 좀 다른 건지 아니면 재료가 현지에서는 한국이랑 다른 맛이 나는 건지 추측만 할 뿐이다. 


한국인들 입맛에는 술을 조금 줄이고 당도를 좀 올리는 것이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 조주기능사 시험 레시피를 참고해서 만들어봐도 좋지만 지금은 내 레시피를 참고해 주면 좋겠다.


40ml 보드카

20ml 코인트로

15ml 라임주스

20ml 크렌베리주스

5ml 심플시럽


심플시럽을 추가한 이유는 애초에 당이 부족한 이유도 있고(코인트로와 크렌베리주스에 적잖은 당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함), 서로 성격 참 다른 네 가지의 재료를 한데 묶는 역할도 한다. 5ml 넣어봤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약 당신이 바텐더라면 화이트레이디나 사이드카로 실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이때는 3~4ml 정도로 용량을 조금 줄이자.


숙련된 바텐더라면 심플시럽 없이도 잘 섞인 맛있는 화이트레이디와 사이드카를 만들 수 있다. 대신 약간의 심플시럽을 더하면 섞는 난이도가 조금 낮아질 뿐만 아니라 약간의 감칠맛을 더해 주면서 칵테일을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든다. 


시럽을 쓰지 않는 이유는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바텐더 개인의 태도' 정도라고 생각한다. 쓰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혹시나 칵테일의 색이 조금 더 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된다면 심플시럽대신 그레나딘시럽으로 대체해도 좋다. 대신 시럽 양을 좀 더 줄여야 할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색과 당도를 서로 적당히 타협하면서 레시피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심지어 코스모폴리탄은 재료도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것들이라 홈텐딩이나 파티 혹은 캠핑에 가서도 만들어 마시기 좋은 칵테일이다. 홈텐딩 버전은 조만간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바에서 멋지고 능숙하게 주문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코스모폴리탄 한잔, 그레이구스로, 젓지 않고 흔들어서, 올리브는 빼고.'


과하지 않게 딱 이 정도 주문이면 그날 그 바에서 당신은 손님과 바텐더 상관없이 모두의 관심과 존중을 받게 될 것이고, 데킬라를 몇 잔 서비스로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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