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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13. 2023

카페에서 깔루아 밀크를 왜 안 팔까?

카페에서 칵테일 팔기 프로젝트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커피만으로 수익구조를 아름답게 만들어 내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커피 외 음료, 보틀판매, 디저트 판매, 간단한 식사메뉴, 굿즈판매, 테이크아웃, 원두 판매, 영업시간, 원가 관리, 직원관리 등등 영혼을 끌어 모아 한 달을 버티고 나면 겨우겨우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장님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절대 무리겠지만, 개인카페 사장님들이라면 칵테일을 몇 가지 해보는 건 어떨까?


장담컨대 몇 가지 주류나 칵테일을 매장에서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알코올은 알코올을 부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리오더가 발생하며, 종류나 레시피가 워낙 다양하기에 메뉴도 유연하게 구성하기 좋다. 


몇 년째 비슷한 카페메뉴에 질린 현대의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특이한 재료로 만든 특이한 메뉴가 나오면 귀신같이 몰려든다. 특이한 재료로 만든 음료의 유행이 일으키는 초반의 임팩트는 무시하기 힘들다. 웬만하면 따라가 주는 게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유행이 금방 식어버리면 메뉴를 다시 리뉴얼해야 한다. 메뉴판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메뉴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재료나 설비 시스템마저도 뒤처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새로운 것에 바로바로 대응하기에 힘이 부친다.


칵테일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한번 배워 놓으면 평생 쓸 수 있다. 

깔루아 밀크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한번 배워 놓으면 평생 쓸 수 있다.



깔루아 밀크의 레시피는 참 쉽다. 깔루아 + 우유 = 깔루아 밀크이다.


비율은 깔루아 1 : 우유 3 정도가 적당하며 취향에 따라 깔루아의 양을 늘리던 줄이던 하면 된다.


바텐더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깔루아라는 커피리큐르를 너무 대단한 어떤 고유의 무언가로 인식해서 깔루아에 우유만 섞어내면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 착각을 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깔루아는 그냥 커피맛 나는 술이다. 깔루아 밀크라고 해봐야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커피 + 술 + 우유 일 뿐이다. 라테에 술 좀 넣고 시럽 좀 넣은 것과 개념이 다르지 않다. 이 '깔루아'라는 브랜드에 너무 큰 가치를 투영하면 발전할 수 없다.


자 이제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고 단순한 조합인 '라떼 + 술' 에다가 재미와 맛을 더해보자.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카페 종사자나 바텐더라면 지겹게 해 봤을 과정이기에 대충 레시피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는가?


초콜릿을 좋아하면 초콜릿을 추가하면 되고, 블랙티 계열을 좋아하면 블랙티를 넣으면 된다. 허브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허브를, 스파이스 등 향신료를 좋아한다면 향신료를 사용하고, 견과류를 좋아하면 견과류, 크림을 좋아하면 크림, 과일이면 과일 등등 라떼에 어울릴만한 본인이 좋아하는 재료나 아이덴티티를 넣어주면 된다. 심지어 깔루아 외에 다른 술도 이용하면 더 좋다. 여기는 술 쪽으로 공부가 좀 더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설마 깔루아 밀크에 커피의 맛을 깔루아로만 채워나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바에서는 용서가 되지만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에서 깔루아 밀크를 주문했는데 깔루아만 사용했다면 그만큼 노잼인 경우가 또 없다.


무조건 본인 업장의 커피를 이용한 레시피를 만들자.


리큐르를 깔루아만 고집하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깔루아를 사용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나마 대중들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름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몇 달 동안 레시피를 연구해서 '오랑제트 카푸치노'따위의 이름을 지어서 메뉴에 올려놓아도 손님들은 깔루아 밀크를 찾는다. '깔루아'라는 브랜드의 힘이 참 대단하긴 하다.


리큐르도 깔루아 외에 다른 것도 사용해 보자. 미스터블랙, 보르게띠, 티아마리아, 패트론커피 등등




카페와 술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를 깔루아밀크로 시작한 이유도 사실 여러분들에게 제일 친숙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수의 카페에는 깔루아를 구비하고 있다. 디저트를 만드는데 자주 사용되는 걸로 알고 있다. 오늘 이후로는 음료에도 사용되길 기대해 본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에스프레소마티니나 네그로니, 블랙러시안, 아이리쉬커피 등 또 커피를 이용한 다른 칵테일과, 커피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카페에 어울릴만한 칵테일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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