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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09. 2023

Bar에서의 적당한 허세는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bar가 어렵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국내 한정으로 bar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의 허례허식이 섞여있다. 맨날 소주맥주 먹다가 가끔씩 기분 내러 가는 공간이고 한잔에 만원에 넘는 술을 몇 잔씩 마시면서 특별한 기분을 내는 곳이다. 


물론 bar라는 공간과 문화가 일상생활처럼 익숙한 사람들도 있다. 카페에서 커피 시키듯 위스키를 시켜서 아무렇지 않게 그들끼리 수다를 떨기도 하고, 우리가 가끔 기분 내어 만원짜리 복분자를 시켜먹듯 몇십만원짜리 샴페인을 주문하여 질질 흘리면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이들은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한국에서 바 문화가 카페만큼 익숙한 사람들은 1%도 안된다. 한남동의 스피크이지바를 데려가면 백에 구십구 명은 어색하고 신기하고 특별한 공간처럼 느낄 것이다.


그렇다 bar는 일상의 공간이 아닌 특별한 공간이다. bar가 어렵지 않고 일상처럼 느끼시는 분들은 이제 뒤로 가기를 누르셔도 좋다. 하지만 익숙한 당신도 분명히 'bar를 익숙하고 일상처럼 즐긴다'는 사실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bar가 어렵게 느껴지는 당신은 어째서 인가? 낯선 공간에서 모르는 술들에 둘러싸여 메뉴판은 알아볼 수 없고 눈앞에는 바텐더라는 전문가들이 폼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에는 왠지 나만 빼고 다들 능숙하게 즐기고 있기 때문에? 


왠지 예의를 차려야 할 것 같은가? 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까 봐 두려운가? 잘 모르는 게 들통나면 무시당할 것 같은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보가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약해 보이거나 혹은 무시당하지 않으면서 바를 즐기기 위해 '허세'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냥 바텐더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물어보는 행위에 겁내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bar를 포함해서 낯선 공간이든 내가 모르는 어떤 영역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이미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질문을 해도 괜찮다. 질문은 정공법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bar'라는 특징적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바 에서의 적당한 허세는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어느 정도 폼 잡고 멋진 사람인척 해도 괜찮은 공간이다. 바텐더들도 손님이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당신의 허세를 받아줄 준비가 이미 되어있다. 손님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바텐더의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려워하거나 겁낼 필요가 없다.




백장에 늘어진 수십 병의 보틀 중에 익숙한 것이 보이면 아는 체 하기


생소한 재즈음악이 나오는 중에 아는 곡이 한곡 나올 때 아는 체 하기


칵테일이 생각보다 독할 때 이정도는 가볍다며 너스레 떨기


맛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익숙한 척 하기


나의 능력과 성과를 이야기하게 될 때는 10배 정도 과장하기


tv나 영화에서 보았던 술에 관련된 이야기나 대사 따라하기



이러한 행동들이 바에서는 대화의 물고를 트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바텐더 입장에서는 당신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히려 좋은 소스가 된다. 휴대폰만 붙잡고 앉아 있지 말고 어디서 들어본 얕은 지식이라도 가볍게 던지며 썰을 풀다보면 바텐더나 옆자리 손님과 이야기 꽃이 필수도 있다.


글라스 한잔에 파스타 한 접시, 치킨 한 마리 값의 금액을 지불하면서 죄인처럼 바 구석에 앉아 혼자 조용히 마실 필요가 없다.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일단 부딪혀도 되는 공간이다. 바 문화를 즐겨보려는 의지만 어떻게든 보인다면 당신 앞에 있는 바텐더가 당신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 그날 하루 당신을 최고로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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