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냥 앙꼬와 함께 한다는 것
처음 고양이를 작업실에 데려오기로 했을 때, 밤에 혼자 외롭지 않겠냐는 주변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괜찮다는 말도 있었고,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고양이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말도 있었다.
작업실에는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가끔 작업을 하면서 밤을 새우는 멤버도 있었기에 일단 데려오기로 하였다.
앙꼬가 외로움을 타는 고양이인지, 아닌지는 같이 지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앙꼬가 어느 정도 고양이태를 갖추어갈 때쯤, 열린 현관문을 따라 쪼르르 밖에 나오는 일이 가끔 생겼다. (앙꼬가 처음 왔을 때는 처음 왔던 방을 탐색하는 데까지만 해도 며칠이 걸렸고, 그 방문을 넘는 것도 그 보다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래, 앙꼬 너도 바깥바람 좀 쐬고 들어가자며 몇 번 밖에 같이 나갔더니 그때부터 앙꼬는 기회를 노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많은 공간이라는 건 그만큼 문이 열릴 기회가 많은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빼꼼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앙꼬는 돌진해 나갔다.
그때만 해도 앙꼬가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언제 돌아오지 라는 걱정보다는 나가서 혹여 임신이라도 해 올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창문 앞에 먹이를 두고, 츄르를 두고, 장난감을 흔들면서 "앙꼬- 앙꼬"를 열심히 외쳐댔다. 앙꼬가 그 시절 가장 좋아해서 쭙쭙이를 하던 털실 장난감도 창문 앞에서 흔들다가 벽 틈 사이로 보내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간절하게 앙꼬를 불러대서인지, 앙꼬가 작업실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들어올까 말까 놀리면서 애태우는 스킬만 계속 늘어가는 것 같았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앙꼬가 시간이 지나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점점 마음을 놓고 앙꼬를 밖으로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밖에 못 나간 날이면 창문 앞에서 구슬픈 목소리로 애옹애옹 거리고, 요리하다가 냄새가 나서 환기라도 시키려고 부엌 창문을 열면 자기 나가라고 여는 줄 알고 잽싸게 점프하는 통에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방충망을 생각보다 쉽게 열고 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앙꼬는 창문과 방충망을 둘 다 열 줄 알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는 잠겨있던 창문도, 잠금장치도 모두 열 줄 알게 되었다. 앙꼬가 잠금장치를 앞발로 탁탁 쳐서 풀어내 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나갔다 오라고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 없다.
앙꼬가 기어코 방충망을 뚫어버린 것은 우리가 다 같이 프리마켓에 나갔던 날이었다. 다른 창문은 모두 꼭꼭 닫고, 큰 창문은 무거워서 못 열겠거니 싶어 방충망만 열어두고 잠시 나갔다 왔던 날, 우리는 털이 잔뜩 붙어있는 뚫려버린 창문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언니들만 밖에 놀러 나갔다 와서 미안해, 앙꼬야."
밖에 나가서 다른 길고양이나 비둘기를 쫓아다니고, 바깥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앙꼬의 모습을 보면, 앙꼬 나름대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왔다가도 어느샌가 조용해져 버리는 작업실에서 외로워지기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