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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Apr 30. 2018

고양이라는 소재

작업실에 고양이가 있으니 소재 떨어질 걱정은 없겠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 왜 그렇게 고양이 사진이 SNS에 넘치게 올라오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그림이나 글이 많은 것인지.

함께 해보니 알 것만 같다.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 나도 낙서 타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앙꼬를 그리고 있으니, 그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업실 친구들은 오죽할까.

많은 앙꼬 그림이 작업실에 쌓여간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자신이 보는 모습에 따라 그려진 앙꼬는 같은 앙꼬이면서 또 다른 앙꼬다.


작업실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로 남아있을 앙꼬. 앙꼬는 이제 심심 작업실의 대표 이미지이다. (이미 앙꼬는 자기가 이 공간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밖에 있을 때 창문을 닫으려고 하면 신경질을 내면서 웅앵웅앵거린다. 내 집인데 왜 문 닫냐고...) 작업실에 고양이가 있다고 하면 다들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고, 작업실 이야기를 할 때도 앙꼬가 작업실에서 어떤 만행을 벌이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심심 작업실 이야기를 이렇게 연재할 수 있는 것도 앙꼬가 있기 때문이다. 앙꼬를 보러 놀러 오는 친구들도 많아서 간식도 선물도 자주 받는다. 다들 다시 태어나면 앙꼬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앙꼬 팔자가 좋다.

밥이랑 물 꼬박꼬박 채워져 있고, 가끔 (아니 자주) 츄르도 먹고,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예뻐해 주고, 나가고 싶을 땐 언제든지 밖에 나가서 바람 쐬고 놀다 오고, 작업실 들어와서는 꿀잠자는 앙꼬 팔자여... 앙꼬 인스타도 있고 앙꼬 엽서도 있고 앙꼬 스티커도 있다. 

앙꼬 작업물은 작업실 멤버들 각각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누구는 동그랗게, 누구는 부드럽게, 누구는 앙칼지게 표현하는 걸 보면 창작물은 다 주인을 닮는구나 싶다. 나 역시도 작업실 일기를 쓰다 보면 앙꼬의 목소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들을 하게 된다. 


앙꼬, 우리의 목소리와 얼굴이 되어 줘서 고마워!!  

작업실 친구가 그린 앙꼬 만화 @hongal.hongal

프리마켓은 회사원인 내가 창작자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던 아이템이었다. 작업실을 시작하고, 이전과는 다른 작업을을 하나 둘 시도해 보게 되고, 재주 좋은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앙꼬가 있어 프리마켓을 도전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주최하는 프리마켓이나 친구가 열었던 프리마켓에 몇 번 나가 봤지만, 그래도 제일 재미있었던 프리마켓은 작업실 앞에서 무작정 벌인 심심장이다. 조용하고 작은 이 골목에,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할까, 그날따라 아침부터 흐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한 명이라도 와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줘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래 전부터 일러스트를 그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은 친구의 홍보가 한 몫 했고, 그리고 앙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도 꽤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인스타로만 보던, 그림 속에만 있던 앙꼬를 한 번이라도 보고싶다고 말하던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이 기회에 방문해준 것이다. 프리마켓이 아니라 사실은 앙꼬의 팬미팅 현장... 다들 생각보다 묵직한 앙꼬의 몸집에 놀라기는 했지만 앙꼬는 낯가리고 숨는 타입이 아닌 지라 손님 맞이를 잘 해주었다.

앙꼬는 작업실에서 맛있는 거 먹고, 잠 편히 자면서 작업실 멤버들의 사랑을 무한히 받고, 우리는 앙꼬를 그리고 만들어서 프리마켓을 열고. 이것이 바로 서로윈윈의 작업실 쉐어가 아니겠는가.


비가 와도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왔던 심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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