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많은 앙꼬의 이중생활
앙꼬가 맨날 잠만 잔다고 하는 언니야가 있는데 사실 앙꼬는 참 바빠. 심심 작업실에서 언니들이랑도 놀아줘야하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도 놀아줘야 하거든. 누군 앙꼬 보고 이중생활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니겠어!
언니야들이랑 작업실에서 인사하고 츄르 좀 받아먹으면 이제 슬슬 나갈 시간이야, 언니야들이 안 보는 사이에 창문을 슥슥 열고 오늘도 바깥 친구들 인사하러 나가볼까?! 언니들 몰래 내 스트릿 친구들 만나볼래??
어이쿠, 깜짝 놀랐다구? 인사가 거칠어서 미안해.
사실은 누굴 놀라게 하기보다는 스스로 잘 놀라는 친구 '쫄보'야. 지난 여름부터 앙꼬랑 제일 자주 만났어! 언니야들이 다가가기만하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긴 했지만. 나중에는 언니야들 옆에서 밥도 잘 먹고 편해졌는지 낮잠도 자고 가더라구. 그치만 귀엽다고 쓰다듬으려고 하면 야무지게 냥펀치를 날렸어.
쫄보는 처음엔 앙꼬한테도 엄청 하악질하더라구. 앙꼬의 앙칼진 성질을 모르는 것 같길래 나도 작업실에서 으르렁 거렸지. 밥 먹으러 작업실 근처에 오는 것 같기만 하면 앙꼬도 으르렁 거렸어.
그러던 어느 날 앙꼬 산책하러 나가던 길에 쫄보를 만났어. 밖에서 만나보니까 사실 순둥이더라구. 맨날 앞발을 아주 공손히 모으고 있어. 스트릿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경계심이 많아진 것 뿐이래. 여기 언니야들이 밥도 잘 챙겨주고 물도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구.
하도 점잖게 먹이만 먹고 조용히 가서 언니야들이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어. 어르신은 어찌나 조용한 지, 앙꼬도 가끔 작업실에 온 걸 못 알아챈 적도 있다니깐? 와드득 사료 깨무는 소리를 듣고 그 때서야 어르신이 왔구나 했지. 어르신은 걸을 때도 아주 조용조용, 그리고 항상 조용한 밤에만 살짝 들렀다 갔어. 어르신은 나도 잠깐밖에 못 봤는데, 어디 좋은 동네 찾아 가셨겠지??
짧고 강렬했던 내 남자친구, '양아치'도 소개할게. 내가 이 친구 보러 맨날 밤마다 밖에 나가니까 언니야들이 밉다고 붙여준 별명이야. 사실 양아치는 내가 언니야들 몰래 작업실에도 초대했지. 다른 친구들도 들어와서 밥 먹고 가라고 내가 몇 번이나 초대했는데 다들 무섭다고 못 들어왔거든. 그런데 양아치는 내 초대에 덥썩 응해준거야. 밤에는 언니야들 없으니까 와도 된다고 했더니 좋아하면서 들어오더라구. 둘이 밥 먹고 있다가 줄리아 언니야 보고 양아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긴 했어.
우리는 밤마다 지붕위를 뛰어 다니면서 신나게 놀았지. 양아치가 들려주는 먼 동네 이야기에 솔깃한 적도 있어서 멀리 그 동네까지 간 적도 있어. 그 때 언니야들이 앙꼬 바람나서 이제 집에 안 들어온다고 슬퍼했다고 하더라고. 앙꼬가 양아치 따라 멀리까지 가줬는데 사실 알고봤더니 그 동네에 나 말고 다른 여자친구가 또 있는거야,그래서 앙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작업실로 돌아왔어.
양아치가 나온 사진이 이상하게 찍힌 사진밖에 없지만 사실 양아치는 아주 멋있게 생겼어. 그래서 이 앙꼬가 여자친구 해주려고 했더니만. 쯧쯧쯧, 자기 복을 자기가 찬 거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