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만드는 것들은 많았지만 제대로 기록을 하지 못 했던 것 같아, 월간 기록을 시작한 김에 만들수리 기록도 추가해본다.
한 달 동안 만들었던 것들의 사진을 한 장씩 찍어 올리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기록한다.
[포코의 포근한 인형 수업] 책 도안을 보고 만들었다. 이 분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어서 예전부터 이 장갑이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만들었다.
실은 예전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기 위해 뜨개동에서 사놓고 남았던 진초록 램스울과 마찬가지로 예전에 동대문에서 충동적으로 사 둔 앙고라(같은 털)가 들어간 램스울로 만들기로 하고 시작. 생각보다 몸통은 금방 만들었는데 손가락마다 실을 잘라 새로 시작하고, 색을 바꾸다 보니 정리할 실이 너무 많아서 거의 한 달을 방치했다.
실 정리는 늘 왜 이렇게 하기 싫을까, 나풀나풀 지맘대로 삐져나온 실들을 밖에 보이지 않게, 풀리지 않게 뒤쪽에서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1월의 어느 토요일에 얘를 완성하자고 마음먹고, 실 정리를 하고 얼굴을 달기로 했다. 그런데 기존에 내가 만들어 둔 얼굴을 장갑에 대어보니 얼굴이 너무 큰 것이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일단 그냥 붙이고 말았겠지만, 요즘은 완성도를 좀 높이자고 늘 생각하고 있어서 더 얇은 바늘로 실도 나누어서 얼굴을 다시 뜨기 시작했다. 실을 반으로 나눴더니 또 너무 작아서, 다시 풀어서 바늘만 얇은 바늘로 뜨니 그제야 비율이 맞는 얼굴이 나왔다.
그때 아마도 “빅피쉬”를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장갑에 얼굴을 붙이는 것도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뜯고 또 꼬매기를 반복. 눈도 코바늘로 만들어봤는데 어떻게 해도 얼굴에 맞지 않는 큰 눈이 만들어져서 흰색만 코바늘로 만들고 눈동자는 자수를 해보기로 했다. 합체하다가 너무 질리면 영화를 보고, 질린 게 좀 사그라졌다 싶으면 다시 눈을 만들면서 아주 천천히 완성했다.
다 만들고 나니 너무 귀여운데, 막상 손에 껴보니 새끼손가락만 따로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일상생활에서는 잘 안 쓰게 된다.
그치만 귀여우니까 괜찮아.
이 파우치 패턴 패키지는 작년에 일본 여행 갔을 때 사 왔다. 키치죠지에 있는 ‘Check & Stripe’ 샵에 가서 하나 남은 패키지를 사 왔는데 패턴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았다.
단순한 패턴이라는 걸 알지만 시작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재봉틀을 꺼낸 어느 날 그제야 만들기 시작했다.
패턴에 쓰여 있는 일본어를 사진으로 찍어 번역해가면서 만들었는데 잎 부분 마무리는 잘못 해석해서 만들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접어서 시침질해야 한다는 걸 알아챘다. 뭐 10 바늘 정도니까 금방 풀어서 다시 하면 된다.
만들어 놓고 보니 크기가 좀 작아서 (그리고 레몬색 천이 때 탈까 봐) 책상에 일단 걸어두었다.
매 달 짝수 주 토요일 오전에는 재봉 수업에 가고 있다. 벌써 2년이 넘었는데 2주에 한 번이다 보니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고, 나름 천천히 옷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게 좋아서 꾸준히 수업을 듣는 중이다. 이번 달에는 설 연휴가 있어 한 번 밖에 가지 못 했다. 그때 완성한 모직 반바지.
물론 수업 한 번에 옷 하나를 만들 수는 없다. 패턴을 미리 뜨고(얇은 부직포에 패턴을 그리는 일), 패턴 크기에 맞춰 천을 재단까지 해서 수업에 가면 간신히 하나를 완성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세 번의 수업을 하고서야 옷이 완성된다.
겨울용 반바지를 만들고 싶어서 작년에 엄마 조끼를 만들고 남은 모직 원단으로 반바지를 만들어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핏이 타이트해서 살짝 작았다. 그래서 안에 얇은 스타킹만 신고 입을 수 있었는데, 설 연휴에 입고 나갔다가 지퍼가 열리지 않는 대 참사가 발생. 다행히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지퍼가 내려가지 않아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봤는데,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도 지퍼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지퍼를 분해해버렸다. 그리고 나서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는 웃픈 에피소드.
다음 수업엔 뜯은 지퍼를 버리고 새로운 지퍼를 달아야 한다. (아직 지퍼 달기는 혼자 하기 어렵다.)
몇 년 전에 뜨개동에서 쿠션 커버를 만들기 위해 사놓았던 쿠션 솜이 있었다. 뜨개로는 오래 걸리니까 재봉틀로 빠르게 만들어야지 싶어 쿠션 솜을 집에 가져다 놓은 지 꽤 되었는데, 또 생각해 뒀던 천이 어디 갔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만들고 방치한 지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레몬 파우치를 만들던 날 이 천도 발견해서 만들 수 있었다.
쿠션 사이즈에 맞게 천 두 장을 정사각형으로 자르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도 이 작업은 간단한 편이다. 작년 커피발전소 10주년 기념으로 쿠션 커버 두 개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 쉽게 만들었다. 지퍼는 늘 어렵지만 쿠션 정도로 길고 전면을 가로지르는 지퍼는 그나마 괜찮다.
다 만들고 실 부스러기가 나오지 않게 지그재그 박기를 해줄까 했지만, 귀찮음증이 도져 여기서 그만두었다.
작업실 1층 화장실이 밖에 있는데, 미닫이 문이 불투명 유리라 밤에는 안쪽이 어스름하게 보이는 게 늘 신경 쓰였었다. 가리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야지 생각한 게 거의 1년이 되어갈 때쯤, 드디어 만들게 되었다. (어째 이번 달엔 죄다 만들려고 생각만 했던 것들의 작업 리스트들인가.. 그래도 처리 중이니 다행인 것인가..)
원래는 물방울무늬의 천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원단 박스를 열었더니 앞뒤 구분이 되지 않는, 하늘하늘한 이 천이 눈에 들어와서 바로 변경. 만들고 나니 이 천으로 하길 더 잘한 것 같다. 천이 얇아서 접어 박기는 어려웠지만.
재봉을 배운다고 하니 주변에서 가끔 수선을 해달라고 할 때가 있다. 이번 달에는 수선 의뢰를 두 건이나 받아서 해결!
하나는 가죽 치마 단 줄이기와 또 하나는 폴라 목 수선.
가정용 미싱을 쓰고 있어서 두꺼운 천이 잘 안 박힐 때가 있어 가죽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천이 잘 밀리지 않아 땀수가 어떻게 해도 엄청 촘촘해진 것만 빼면 그래도 빳빳한 천이라 수월하게 줄였다. 속치마까지 자르지 않아도 되는 아슬아슬한 길이로 수정 완료.
나머지 하나는 목 부분이 터진 폴라. 지하철 역에서 산 것인데 사서 입자마자 목 부분이 터졌다고 한다. 얇은 니팅 천이라 이것도 가정용 미싱으로 가능할 것인가 고치기 전부터 잘 안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얘기 했었다. 폭신하고 두꺼워서 안 밀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박음질은 잘 되었고 의뢰인도 만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