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작업실은 왜 앙꼬가 주인이 되었나,
언젠가는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돌아오는 3월이면 작업실 공간을 시작한 지 벌써 2년.
시작은 덜컥, 하는 순간에.
꽤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있던 공간이, 갑작스레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계약부터 하고 작업실을 꾸렸다.
꽤 오래된 주택의 2층 공간. 1층은 남자 친구가 상담소를 열어 공들여 인테리어도 하고, 앞에는 작은 나무들을 사다 가꾸고 있었기에 기회가 되면 2층 공간도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땐 공간을 어떻게 쓰자는 계획도 없다가 막상 공간이 생기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이 공간을 유지할 수나 있을까, 월세만 내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해 보자면, 작업실은 이제 2년을 꽉 채워가고, 나 포함해 6명이 복작복작 자기의 작업을 하고, 놀다가 뒹굴대다가, 요리해서 나눠먹고 깔깔거리다, 에어비앤비 손님도 빈 방에 들여봤다가, 프리마켓도 나가고, 바질을 상추를 키웠다가 먹었다가 죽였다가, 그리고 고양이 앙꼬를 데려와 같은 공간을 점유 중이다.
앙꼬는 길고양이였다.
어느 비 오던 여름날 밤, 빗소리보다 더 세차게 애옹대는 소리를 듣고 둘러보니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밤새 울어대던 고양이를 데려와 작업실에서 같이 돌보자는 말에 작업실 식구들은 모두 단번에 오케이 하였고, 코가 커 왕코로 불릴 뻔하던 이 아기 고양이는 "앙꼬"로 불리며 작업실 여섯 번째 식구가 되었다.
처음 며칠간 앙꼬는 요가매트 속, 캔버스 뒤, 상자 속으로만 숨어 들어가면서 애옹애옹 울었다. 엄마 고양이 뱃속에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꼬리도 새끼손가락 반만 했고, 앙꼬를 처음 본 수의사 선생님은 "고양이치고 다리가 짧다."고 했다. 우린 믿지 않았지만, 성묘가 된 지금 앙꼬의 뒤태를 보면... 꼬리도 짧은 것이 다리도 짧아 토끼가 뛰어다니는 것 같다.
서로 어색할 수 있던 작업실 초반에 앙꼬가 있어 서로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림 그리는 친구들은 앙꼬를 이 재료, 저 재료로 그려냈고, 앙꼬 엽서, 앙꼬 스티커, 앙꼬 책을 만들어 프리마켓에도 나가고, 에어비앤비 손님 중에는 앙꼬 인스타를 보고 여기를 결정했다는 손님도 있으니 앙꼬를 중심으로 작업실이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꼬 없었으면 어쨌을 뻔!) 그러니 작업실 이야기를 써보자,라고 생각했을 때 앙꼬의 시점으로 써보고 싶어 진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창문 열고 산책 나갔다 들어오는 앙꼬,
추워서 창문 닫으면 밖에서 쫓아와서는 창문 닫지 말라고 승질내는 앙꼬,
처음 본 사람에게도 냐앙 하고 인사하는 앙꼬,
그치만 맘에 안 들면 냄새 팍 오줌을 싸버리는 앙꼬,
궁디팡팡 해주면 들리지도 않는 아주 낮은 소리로 골골대는 앙꼬,
'츄르' 하고 '앙꼬'는 기똥차게 알아듣지만 '앙꼬' 하고 부르면 자기 기분 좋을 때만 대답하는 앙꼬,
길고양이들 작업실로 데려와 밥 먹이는 앙꼬,
집에 들어오라고 하도 외쳐대서 동네 사람들도 다 아는 앙꼬,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우리 앙꼬,
앙꼬가 쓰는 심심 작업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