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을 출간하고 나서 홍보를 위해 SNS를 시작했다. 기꺼운 마음은 없었으나 책을 알릴 다른 방법도 없었다. 하루하루 홍보물을 만들어 올리다가 그곳에서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한 작가의 이야기다.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첫 책을 내고 저자가 된 사람이었다. 매일 홍보물을 올리는 나와 달리, 그는 매일 좋은 소식을 올렸다. 두 번째 출간 소식, 새로운 계약 소식, 강연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처음에는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가 올리는 좋은 소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 있다가 나를 두고 앞서 나간 사람들을 본 적이 많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취미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다. 그때가 생각나서인지 그의 좋은 소식이 내게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속이야 원래 좁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자책하던 어느 밤, 그가 SNS에 남긴 고백을 보게 되었다. 다른 작가 이름을 거론하며 그 작가처럼 글 쓰고 싶다고, 자신은 그렇지 못해서 매일 운다고, 어쩌면 열등감의 힘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속마음을 꺼내놓은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의 고백이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만화가 곽백수의 웹툰을 소재로 한 광고가 있다.
한 회사원이 포장마차에서 말한다.
"아, 사표 낼 거야."
이를 방에 누워 TV로 지켜보던 취준생이 말한다.
"부럽다. 취직을 해야 사표를 쓰지."
이번엔 그 취준생을 TV로 지켜보던 이등병이 속으로 말한다.
"부럽다. 누워서 TV도 보고."
그러자 포장마차에서 사표를 내겠다던 회사원이 TV 속 이등병을 바라보며 말한다.
"부럽다. 그땐 그래도 제대하면 끝이었는데."
누구나 살면서 부럽다는 말을 종종 한다. 누군가 쉬워 보이는 일을 할 때, 더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 보일 때, 보이는 것밖에 볼 수 없는 우리는 서로가 가진 것과 선 곳을 바라보며 자신과 비교한다. 인간이라는 한 세계의 주인은 한 명일 수밖에 없고, 그 세계에는 타인은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지 못하는 세계를 꾸준히 바라보고 부러워하다가 자괴감에 빠진다. 한때 내게는 작업실을 가진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메일링서비스를 시작한 후로는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다른 메일링서비스를 지켜보며 남몰래 부러워한다.
독자를 가득 모으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깬 날이면 마감에 맞춰 서둘러 글을 쓴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마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놀란다. 단 한 명의 독자도 없다면 독백 전문가에 지나지 않았을 내가 한때 그렇게도 바라던 마감을 하고 있다니. 새삼 뿌듯해진다. 한때 내가 그랬고 지금도 누군가 부러워하거나 누리고픈 일을 한다는 게 가끔은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게는 드문드문 만나서 서로의 사정을 잘 모르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를 부러워하기 바쁘다. 친구는 출근 없이 혼자 일하는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월급이 있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탁구 치듯 부러움을 주고받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다. 일이 끝나지 않아서 모임에 오지 못한 친구다. 부러움으로 가득 채운 그 밤이 지나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아침에 찾아온다.
새 하루가 오면 누구나 일상이라는 기차에 오른다. 속도도 방향도 멈추는 곳도 각기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부러워할 기회가 주어진다. 외부로 향하는 부러움은 실망을 주고, 내부로 들어오는 부러움은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못나게 느껴지거나 내 자리가 불만족스러울 때는 세상 어딘가에 나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를 꿈꾸는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 자리와 내가 해낸 것들의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니까.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는 이는 없다. 또 부러움의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분명히 있다. 당신의 자리가, 당신의 능력이, 당신 자체가 목표이고 꿈인 사람이. 부끄럽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꿈꾸는 사람도 존재한다 믿는다. 그렇게 믿으면 괜히 내가 잘하는 것 같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긴다. 하루하루 내가 선 자리와 내가 하는 일들이 지겹거나 어려워서 죽을 것 같다가도 의욕이란 게 샘솟는다. 사람의 믿음은 참 기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