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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민 May 24. 2023

끝내주는 결말 모음집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1/2)

*이 글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INTRO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Guardians of the Galaxy Volume 3, 2023)는 시리즈 완결편에 해당한다. 본작 세 편과 크로스오버 두 편¹⁾과 카메오로 등장한 한 편²⁾. 그리고 OTT로 공개된 두 가지 특별편³⁾까지, 가족애와 음악과 유머를 바탕으로 십 년을 이어 온 서사가 이 영화로 마무리된 것이다. 팬으로서 마주한 시리즈의 결말은 ‘끝내주는 결말 모음집’ 같았다. 이보다 맞춤한 결말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렇다고 헤어짐이 쉬운 것은 아니다. 슬프고 아쉽다. 다만 잘 헤어지는 법도 있다는 것. 영화가 그것을 보여주었으니 성심껏 작별 인사를 건네보려고 한다. 밝혀두자면 이 글은 ‘팀 가디언즈’를 향한 헌사이기도 하다. 그들의 결말을 한 인물씩 함께 이야기해 보자.


¹⁾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2018),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 ²⁾ 토르: 러브 앤 썬더(Thor: Love and Thunder, 2022) ³⁾ 나는 그루트다(I Am Groot, 디즈니플러스, 202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The Guardians of the galaxy Holiday Special, 디즈니플러스, 2022)      




Track 1 피터 퀼 (스타로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우주로 납치되었다. 아버지를 죽여야 했다. 양아버지를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잃었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돌아오자, 사랑하던 이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매일 술에 취해 사는데 가장 친한 친구(누군가 ‘두 번째’라고 끼어들 것 같지만)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전부 ‘퀼’(크리스 프랫)이 겪은 일이다. 이번에도 그는 누군가를 잃을까. 아니면 끝내 자신을 잃게 될까. 우려하다가 결말을 보며 안도한다. 영웅도 좀도둑도 아닌,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고향에 머무는 것. 신문 보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시리얼을 먹는 것. 그것이 퀼의 결말이므로. 마침내 그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선물 같은 그의 ‘첫 번째’ 결말에 안도하며 작별을 고한다. 전설적인 스타-로드와 재회할 그 날을 기다리며.





Track 2 가모라

이름조차 헷갈리는 인간이 연인이라며 다가온다. 그 옆에 선, 이상해 보이는 존재들은 ‘미래의 가족’이란다.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는데, 동생 ‘네뷸라’(카렌 길런)의 제의로 인해 그들과 잠시 동행한다. 다시 만난 ‘가모라’(조 샐다나)의 사정이다. 여정 끝에 가모라는 ‘팀 가디언즈’에 감화된다. ‘그루트’(빈 디젤)의 언어를 알아들을 만큼. 퀼에게 ‘우리’가 좋았을 거라고 인정할 만큼. 그러나 ‘오소리’(?)를 살리는 데 일조한 그는 그곳에 남지 않고 라바저스에게로 돌아간다. 우리가 알던 가족이 해체되었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나 우리의 ‘두 번째’ 가모라가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암살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결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그가 자유롭고, 행복할 차례이다. 그래야만 한다.





Track 3 네뷸라

네뷸라만큼 극적으로 성장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타노스’(조쉬 브롤린)의 학대로 인해 비극적인 유년을 겪은 그는 여하한 사건을 겪으며 영웅으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새 가족을 얻는다. 일이 생길 때마다 그에게 해결책을 묻는 대책 없는 가족들을 그는 진심으로 아낀다. 서툴기만 하던 표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3편에서 그는 ‘로켓’(브래들리 쿠퍼)이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울컥한다. 그 변화와 성장의 장면을 보며 감동하지 않기란 어려우리라. 인간의 변화, 그 미약한 가능성을 믿는다면. 아니 두 번째 기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 그의 결말이 위로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는 결말에서 스스로 제 자리를 선택한다. 구조된 아이들이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집’을 만들어 줄 생각인 듯하다. 얼마나 근사한 성장인가.





Track 4 드랙스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의 말대로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는 모두를 웃게 해주고 사랑해 주는 존재이다. 매일 사고를 몰고 오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그의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만 생각하던 ‘파괴자’는 구조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해 줄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시리즈 결말에 이르러 ‘진짜’ 드랙스를 만났다. 그의 참모습은 맨티스와 작별한 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으로 완성된다. 누군가 흥겹게 춤추는 모습을 보며 감동할 줄이야. 그 어려운 걸 해낸 드랙스는 앞으로 은유와 비유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우주 저편에서 사랑과 웃음을 전하고 있을 그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 줍줍!





Track 5 맨티스

수신기를 통해 로켓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네뷸라가 울컥한다. 이윽고 맨티스가 말한다. “로켓, 우리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네가 돌아와서 기뻐.” 3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인 이 장면으로도 알 수 있으리라. 맨티스가 얼마나 따뜻하고 진실한 인물인지. 늘 무구한 표정과 빛나는 더듬이로 세상을 궁금해하던 그는 결말에서 ‘팀 가디언즈’를 떠난다. 예상 못 한 전개였으나 이해 못할 선택은 아니었다. 스스로 자각한 대로 처음엔 ‘에코’(커트 러셀)에 의해, 이후엔 ‘팀 가디언즈’를 위해 살아온 맨티스는 결말에 이르러 인생의 행로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난 이 ‘감응의 천재’가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경험할 그의 여정을 응원한다.




Track 6 그루트

우리는 두 명의 그루트를 만났다. 첫 번째 그루트는 “We are Groot.”라는 말과 함께 ‘팀 가디언즈’을 진정으로 결속시킨 후 우리 곁을 떠났다. 화분에서 자란 두 번째 그루트는 발아 시기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성체가 될 때까지 매번 다른 모습으로 시리즈에 등장했다. 근육 가득한 모습으로 다시 만난 그는 자신을 키운 부모들을 똑 닮아 있었다. 올드팝을 좋아하고, 춤추기를 즐기고, 다소 다혈질적이며 누구보다 가족을 아낀다는 점에서. 그런 그는 결말에서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아담’(윌 폴터)을 구하며 “누구에게나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루트라니! 이제 우리도 그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작별 인사도 그의 언어로 전해본다. “I am Groot.”





Track 7 욘두

‘욘두’(마이클 루커)는 2편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3편에 기대 쓴 이 글에 등장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할 분도 계시겠다. 그러나 이 쿨한 ‘메리 포핀스’는 3편에도 등장했고, 이번에도 가르침을 주었다. 이번엔 양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선배로서 ‘크래글린’(숀 건)에게 다시 말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쏴야 한다고. 어떤 사람은 떠나도 떠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욘두가 그렇다. ‘팀 가디언즈’를 볼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크래글린이 경험했듯 욘두는 그들의 기억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나는 욘두의 결말을 말할 때 “제대로 키워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고백한 2편이 아니라 소중한 이들의 기억 속에서 언제고 되살아나는 3편의 출연 장면을 꼽고 싶다. 그는 영원히 ‘팀 가디언즈’의 일원이다.





Track 8 크래글린

시리즈 내내 ‘팀 가디언즈’는 ‘아웃사이더가 모인 팀’으로 유명했다. 존재감이 크지 않은 크래글린은 그 안에서도 비주류 같아 보였다. 포스터에 등장한 것도 3편이 처음으로 안다. 그렇다고 그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2편에서 욘두와 로켓의 탈출을 도운 것도, 3편에서 노웨어를 몰고 와 ‘팀 가디언즈’를 지원한 것도 그이다. 그러니까 그는 조용히, 매번 자기 몫을 해냈고, 그런 점에서 평범한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소외를 감싸 안고, 다양성 존중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이 시리즈에서 그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나 역시 조금은 소심하고 서툴러도 가족과 동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결말에서 ‘팀 가디언즈’의 대표 멤버가 된 크래글린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Track 9 코스모

크래글린이 심했다. 나쁜 개라니. 나쁜 개라니! ‘코스모’(마리아 바칼로바)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자신을 우주로 보낸 소련인들보다 나빴다고 화내도 인정한다. 아무렴. 코스모가 나쁜 개였다면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에게 감금 및 실험당한 생명체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쓰러지는 순간까지 온 힘 다해 ‘팀 가디언즈’와 아이들과 동물들을 구한 그는 틀림없이 ‘착한 개’이자 영웅이다. 그러므로 우주에서 가장 착한 이 개의 활약은 결말로 두기엔 아쉽다. 소련의 실험체로, ‘콜렉터’(베니시오 델 토로)의 수집품으로 늘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받던 그가 ‘새 리더’ 로켓의 든든한 동료가 되었는데. 여기서 끝이라니. 그의 활약이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수많은 작별 사이로 다음을 기약해 본다.





Track 10 로켓 라쿤

3편이 로켓의 영화라는 데 이견을 제기할 분은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나도 3편을 본 후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아졌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가 고통받은 이야기 대신 그의 결말을 말할 것이다. 일찍이 ‘토르’(크리스 햄스워스)가 알아본 대로 우리의 ‘Sweet Rabbit’은 ‘팀 가디언즈’의 새 리더가 된다. 후반부에 삽입된 노래 제목(Dog days are over)처럼 힘겨운 시간을 지나온 그는 이름도 되찾는다. 로켓 라쿤. 스스로 지은 이름 옆에 ‘라쿤’을 덧붙여 외치던 그 순간, 그는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며 나아간다. 그것이 누구보다 작지만, 영원하고 아름다운 하늘에 닿을 만큼 커다란 용기를 가진 로켓의 결말이다. 그는 자기 서사의 주인공이다. 사실 언제나 그랬다. 우리가 모두 그렇듯이.





Bonus Track 팀 가디언즈 (WITH 제임스 건)

내게 가장 가깝고 익숙한 우주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다. 우주를 알려준 ‘팀 가디언즈(with 제임스 건 감독)’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한다. 그들은 따로 보건 모아 보건 전부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결말에서 만난 그들은 세상 가장 이상적인 가족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다투어도 늘 서로를 구하던, 구하기 위해 목숨 걸던 그들에게 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들 덕분에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그 ‘특별함’을 ‘사랑스러움’으로 지켜볼 수 있었으므로. 인연이 으레 그렇듯 그들은 흩어졌고, 우리가 만난 모습 그대로 재회하기란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우주를 구하듯 현실에서 관객의 일상을 구원한 ‘나의 우주’가 언젠가 혹시라도 돌아온다면 말하리라. “Come and get your love.”





(2023. 05. 24.)

(@dltoqur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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