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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an 24. 2020

#49. 에이스 호텔을 경험하다.

어떠한 점이 에이스 호텔을 선호하게 만드는가.

미국 곳곳에 위치해 있는 감성적인 디자인 호텔, 에이스 호텔. 뉴욕에선 호텔비가 비싸다고 쳐다도 보지 않았었는데,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는 마치 꼭 이곳은 반드시 숙박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예산을 무리해서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모두 에이스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포틀랜드에서 에이스 호텔은 마치 한국인에게 꼭 들려야할 성지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애틀에서의 에이스 호텔 경험이 더 좋았다.



힙하다, 첫인상

포틀랜드와 시애틀의 에이스 호텔 첫 인상은 각자 달랐다. 포틀랜드의 첫인상은 말그대로 힙한 인상이었다. 네온 사인과 샹들리에가 달린 우드 소재가 가득한 로비가 인상적이었던 포틀랜드점은 말그대로 힙한 느낌이었고, 입구조차 찾기 힘들고 좁은 계단으로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시애틀점은 호텔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느낌이었다. 첫인상은 포틀랜드점이 더 좋았지만, 힘들게 캐리어를 들고 올라선 시애틀점에서는 낮게 울리는 재즈가 반기는 느낌도 꽤 좋았다.

호텔에서 지내던 며칠간 로비에서의 경험은 포틀랜드가 더 좋았다. 에이스 호텔 포틀랜드 점은 스텀프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한다. 카페가 협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 로비에서 스텀프 커피를 즐기기도 했다. 또한 포토부스도 함께 위치해 있어, 말 그대로 힙한 느낌이 가득했다. 스텀프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해 2층의 숨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 로비가 내려다보여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반대로 시애틀 점은 테이블과 안내 데스크, 정수기가 전부였다. 테이블도 안내 데스크 옆에 바로 위치해 있어 앉아서 여유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한 느낌이었다.


호텔에서의 룸 경험 뿐만 아니라, 이렇게 로비에서 만나는 경험 또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여행지라는 낯선 공간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다는 트렌드가 최근인 요즘, 외국인들 사이에서 조금 자유로운 공간에 섞여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그러한 느낌을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포토부스를 위치해 둔 것 또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힙한 성지 느낌이 강한 에이스 호텔에 최근 트렌드인 포토부스는 힙한 느낌을 더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스있는 룸 컨디션

에이스 호텔은 비싼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및 욕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룸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불편함과 비싼 숙박비를 감수하고도 한국인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약 6일간의 숙박을 통해 얻은 결론은 경제적 지불을 통해서 얻는 감성적인 충만감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내가 지내던 곳과 다른 낯선 여행지에서 내가 선호하는 취향이 반영된 숙소에서 지내는 것은 여행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비싸더라도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소가 되곤 한다. 깔끔한 디자인적 감각이 넘치는 소품에서부터 딱 필요한 것들만 구비되어 있을 뿐더러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은 센스까지. 이러한 점들 때문에 에이스 호텔을 선호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틀랜드 점에서는 한창 성수기에 뒤늦게 예약을 했던 지라 개인 스튜디오를 사용하게 되어, 화장실이 딸린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덕분에 화장실을 이용함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룸에 들어서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세면대가 침대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 세수를 하거나 손을 닦을 때에도 화장실에서 나와 이곳에서 따로 세면대를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은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세심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은 구비되었던 소품들 때문이었다. 카드키를 이용하는 요즘의 호텔과 달리, 고전적인 열쇠는 감성적이었고 환영인사가 아날로그적으로 찍혀있는 종이 또한 감성적이었다. 나중에 팁 봉투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팁을 두지 않고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깜찍한 디자인이었다. 스낵바도 눈에 띄었는데,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은 한국인이 많이 숙박해서인지 신라면 컵라면도 있어 반가웠다.

특히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였다. 누군가의 후기를 본 적이 있어 입실하자마자 라디오를 켰는데, 재즈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와 시간 날 때마다 라디오를 늘 켜두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국내에서 자주 듣지 않는 재즈 음악을, 포틀랜드에서는 들뜬 마음에 '나도 미국 현지인이야'라는 느낌을 더해주기 위해 하루종일 켜두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에이스 호텔 시애틀 점에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디자인들에 감탄했던 방. 포틀랜드와 다르게 시애틀에서는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는 룸을 이용했는데,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기도 했고 붐비는 시간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세면대는 방 안에 구비되어 있어 간단한 세면 정도는 방에서 해결할 수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샤워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 열쇠와 옷을 매번 갖고 왔다갔다 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어쩔 수 없었지만.


센스있는 이러한 룸 컨디션들은 에이스 호텔 이용률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평소 우리가 살고 있는 방에 쉽사리 사지 못하는 소품들의 최소화된 구성. 여행지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더 충실한 제품들로 이루어진 방은, 매일 입고 먹고 지내야 하는 우리 공간에서는 불편하지만 며칠 머무는 우리에게 불편함보다는 한번 경험해볼 수 있는 희소성을 안겨줄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여행지에서 며칠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에이스 호텔을 이용하게끔 유혹하고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해먹는 조식의 경험

에이스 호텔의 포틀랜드 점과 다르게 시애틀 점에서는 조식을 이용했다. 이곳에서는 직접 해먹는 와플이 있다고 하길래. 사실 이 정보도 전날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포틀랜드에서 동행한 언니가 알려주어, 꼭 이용해보아야지-하고 킵해두었다. 지하로 내려가니 볼 수 있었던 조식 공간. 굉장히 협소한 공간이었는데도 깔끔한 인테리어라 느낌이 좋았다. 메뉴 종류가 많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는데, 포틀랜드에서 에이스 호텔 말고 묶었던 호텔에서의 조식보다도 맛있었다. 특히 직접 해먹은 와플이 굉장히 독특했는데, 와플 기계에 너무 많이 크림을 넣어서 넘쳐서 기계에서 삑삑 하고 소리가 나서 당황에 당황. 다행히 직원분이 오셔서 해결해주셔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곳에 구비되어 있는 커피도 스텀프 타운 카페의 원두라고 봤던 것 같았다. 다른 것보다도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있게 아침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다른 곳과는 달리 조식을 직접 해먹어봄으로써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직원의 수고까지 덜 수 있으니- 좋은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스 호텔 시애틀 점에서 아침/저녁마다 마주할 수 있었던 뷰

나에게 있어 여행 중 숙소에서의 경험은 꽤 큰 요소 중 하나다. 평소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고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숙소는 최소의 금액으로만 선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번 미국 여행에서의 숙소 경비는 꽤 큰 지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없었던 경험이었다. 다만, 다시 이곳에 들릴 때 다시 이용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는 금액 대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보면, 숙소에서의 경험은 재이용률을 높이는 것보다 경험의 가치를 확대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일 수 있으므로, 그런 점에서의 에이스 호텔의 접근 방식은 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행 중간에 숙소로 들어가 휴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만으로도 에이스 호텔은 내게 꽤 좋은 경험을 안겨주었음이 확실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들을 SNS에 올림으로써 나의 취향을 확고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로서 에이스 호텔은 요즘의 사용자들의 깊은 니즈를 제대로 반영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다른 기억들보다도, 시애틀에서 오가며 마주했던 에이스 호텔 로비에 있던 창으로 보이던 일출과 일몰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던 하늘이 자주 떠오른다. 그 기억만으로도 이미 에이스 호텔에서의 나의 기억과 경험은 한층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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