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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Nov 01. 2019

#48. 커피와 맥주의 도시, 포틀랜드


커피와 맥주의 도시라 불린다고 했다, 포틀랜드는.

나이키와 에이스 호텔이 유명한 힙한 도시라고 했다, 포틀랜드는.

최근 매거진 B에서 다루면서 더욱 유명해진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궁금해졌고, 주변 지인들이 점점 포틀랜드 여행기를 올리면서 궁금증이 더해졌던 올해 초, 결국 포틀랜드행 티켓을 끊고 포틀랜드와 시애틀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접하기 전에 포틀랜드는 내게 낯선 도시였다. 회사 분들께도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간다고 했더니, '포틀랜드 시골 아니야? 농가만 있는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커피와 맥주가 유명한 도시 라는 명칭만으로도 이곳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좀더 다양한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브루어리 투어를 신청하였고, 틈나는 대로 혼자 카페 투어를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아쉬웠다. 브루어리 투어는 꽤 재밌었지만 맥주 맛은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다른 곳에 비해 신선하고 맛있다고 느낄만한 포인트가 없었고(심지어 시애틀에서 마신 맥주가 좀 더 내 취향이었다!), 카페에서 마신 커피들 또한 뉴욕에서 마신 커피들이 더 나았을 정도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도시 취향이구나... 그래도 사람들이 꼭 찾는 핫 플레이스보다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곳들에 대한 기록은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포틀랜드 첫 여행기를 시작하려 한다.




/ 브루어리 투어



자전거를 타며 브루어리 투어를, Back Pedal Brewing

포틀랜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 중 하나를 꼽으라 하면 단연 브루어리 자전거 투어. brew group이라는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투어로, 유명한 브루어리 세 곳을 단체 자전거를 타며 약 2시간 가량 돌아다니는 투어다.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었는데, 한국인들의 후기가 많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던 투어였다. 혼자 하면 조금 뻘쭘할 듯 해서 동행을 구해 세명이 함께 다녔는데, 알고 보니 맥주를 좋아하지 않지만 특이한 경험인 것 같아 신청하셨다고 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포틀랜드에서 가장 재밌었던 경험이었다고 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명 가량이 단체 자전거를 굴려가며 다니는데, 우리를 제외한 분들끼리는 금새 친해지셨고 동양인은 우리 셋 뿐이라 어색함이 있었다. 이야기를 섞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첫 번째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우리에게 한 아저씨가 '중국인? 일본인?'이라고 말을 거셨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중국말과 일본말은 조금씩 하는데 한국말은 하지 못해 아쉽다, 라고 하시더니 자전거를 타던 중에 BTS 노래를 감사히 틀어주셨다. 다들 흥이 더해져 세번째 브루어리를 들렸을 쯤에는 잊지 않고 주문하지 않을 거냐고 먼저 챙겨주시는 분들 덕에 우리 셋은 투어를 재밌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했던 브루어리 투어 코스는 Old Town 코스였는데, 차이나타운 근방을 돌면서 세 곳의 브루어리를 돌았다. 사실 브루어리 투어를 하며 마신 맥주 맛이 딱히 별나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저 그날의 경험 자체가 즐거웠다는 것, 마지막 브루어리를 갈 때쯤엔 다들 흥과 맥주에 취해서 더욱 신나게 발을 함께 굴렀다는 것, 다리가 닿지 않아 안장을 내려 앉으면서까지 굴렸던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는 것, 지나가는 포틀랜드 사람들의 환호와 인사가 기억에 남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함께 타며 보는 포틀랜드의 모습이 꽤나 예뻤다는 것만으로도 자전거 브루어리 투어는 충분히 좋았던 경험이었다. 투어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을 참고할 것. https://www.brewgrouppdx.com/




공연이 더해져 분위기가 더욱 핫했던 Bar, McMenamins Ringlers Annex

주말에 만나 함께 다니던 동행이 꼭 이 곳만큼은 들려보고 싶다고 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어디서 마셔도 상관은 크게 없었는데, 골목에 삼각형 모양으로 위치한 빌딩에 도착했을 때는 특이한 건물 외부 인테리어에 느낌이 꽤 좋았다. 1층에 있는 bar는 크지 않고 아담했는데 날씨가 워낙 선선한 터라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기에 딱이었다. 골랐던 맥주는 Hammerhead라는 맥주였는데, 종류를 잘 몰라서 메뉴판에서 찍어 고른 것 치고는 꽤 맛있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신 후에 사진에 있는 맥주 6개 테스터가 나오는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지하 bar에서 마실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 지하 bar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간 순간 분위기 좋은 또다른 분위기의 bar가 등장했다. 6개의 맥주를 골라 테스터로 마실 수 있었는데 동행과 동일한 맥주 종류를 골라 함께 평을 나누며 맥주를 마셨다.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조금 신기한 맥주 맛들이 있었는데 벚꽃 향이 오묘하게 나는 맥주가 맛이 정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bar 뒤쪽으로 공연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우연히 마주쳤던 이 공연이 너무 좋았다. 자리를 옮겨 음악을 배경삼아 맥주를 마시니 정말 분위기에 취하는 듯한 기분. 당일 공연이 있는지 모르고 선택했던 bar였는데, 심지어 포틀랜드에서는 재즈바를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는데 우연히 만난 bar에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재즈 음악이라기보다는 컨트리 음악으로 전반적으로 신나는 분위기라, 분위기에 취해 춤추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흥이 더 났다. 동행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공간을 우연히도 마주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경험, 감사했다.




/ 카페 투어


인테리어와 커피 맛이 가장 좋았던 카페, Coava Coffee Roasters

포틀랜드에서 이스트 지역으로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카페. 포틀랜드 이스트 지역은 시내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조금 더 미국스러운 느낌이랄까. 뉴욕에서 뉴저지로 넘어갔을 때 받았던 느낌이랑 비슷했는데, 도시 느낌 보다는 사람들이 머무는 동네 느낌이 강한 곳이다. Coava 카페는 몇 개의 지점이 더 있는데, 블로그 후기를 보고 꼭 이 지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들어서자마자 사방이 온 창으로 뚫려 나무가 곳곳에 보이는 풍경도, 몇 개 놓여있지 않지만 일관성없이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놓여있는 테이블도, 커피 기계 등을 테이블로 활용하는 인테리어 마저도 너무 감각적이었던 곳. 날씨가 좋았던 날이라, 채광이 잔뜩 들이친 카페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넋 놓아 파란 하늘을 보기 좋았다. 창고를 개조한 듯한 느낌은 한국 성수동에 있는 대림창고를 떠오르게 했는데, 대림창고만큼 번잡하지도, 오목조목하게 테이블이 모여져 있지도 않아 한결 더 여유가 있었다. 멍 때리며 마셨던 라떼 또한 내 취향인지라, 포틀랜드에서 마셨던 커피 중에서는 으뜸으로 손꼽을 만 했던 곳. 다만 자리가 넉넉치 않은 편이라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금방 일어설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남은 공간이었다.




포틀랜드 시내 한복판에서 즐기는 맛있는 커피, Heart Coffee

Heart Coffee도 포틀랜드 여행자들에게 꽤 유명한 카페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에이스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지라 지나가면서 '한번 가야지'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늘 테라스까지 사람이 붐비는 상황을 보니 쉽게 가기 어려운 상황이는데, 마침 두번째로 옮긴 숙소인 Washington Plaza Apartment 건물 1층이 Heart Coffee인지라 아침 일찍 나선 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7시 오픈이라 8시쯤 가서 책을 한시간 가량 읽었는데, 평일 오전이라 사람도 거의 없어 여유로움을 즐기는 포틀랜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수 있었다. 커피 맛도 포틀랜드 여행 중에 마신 커피 중에 베스트에 꼽을 정도였다. 사실 포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Stump Town 커피는 뉴욕에서 마셨을 때에 비해 감동이 덜했다. 뉴욕에서 두어번 들렸었는데 두어번 경험했다고 입맛이 우쭐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카페의 커피가 더 나아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심플한 카운터와 인테리어가 매력적이었던 곳. 아, 무엇보다 이곳의 배경음악들이 참 좋았다. 오랜만에 들은 FKJ 음악에 오랜만에 설레어서 적어두었다가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두기도 했다. 여행에서 새로운 음악이나 반가운 음악을 만나는 경험도 참 좋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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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일 2커피 이상을 마셨기 때문에 Public Domain이나 Stump Town Coffee, Barista 등 여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만, 역시 내게 가장 맛있는 커피는 한국에서 마시는 커피와 비슷한 커피였다. 신맛이 덜 나는 한국인 입맛의 커피. 그래서 개인 취향이지만, 너무 유명한 핫 플레이스보다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공간만 몇 군데 꼽아 보았다. 그리고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Stump Town Coffee나 부두 도넛 등의 공간은 너무 협소해서 바나 스탠딩 좌석이 대부분인데, 혼자 여유를 즐기거나 오래 머무르기엔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뉴욕처럼 공원이 많았다면 테이크아웃 해서 마셨을텐데, 아쉽게도 포틀랜드는 공원 자체가 적었고 그나마 있는 공원에도 노숙자가 꽤 많아 자꾸 쳐다보며 말을 걸기에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다. 좋았던 공간 중 대부분은 좌석 측면으로도 여유도 있어 경험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브루어리가 많은 만큼 포틀랜드는 맥주와 관련된 행사도 꽤 있고 맥주 패키지도 꽤 예쁘고 다양했다. 브루어리를 들리지 않는 날에는 캔이나 병 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먹어야지, 했는데 아쉽게도 브루어리에서 마시지 않은 날이 없었기에...;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포틀랜드에서 유명하다는 비어 요가를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뭔가 혼자 가기엔 뻘쭘할 것 같기도 하고 언어가 안 통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때문에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다녀와서도 아쉬움이 남긴 하다. (포틀랜드에 사시는 분께 여쭤보니, 포틀랜드에서 비어 요가가 유명하다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는 말씀을 하시긴 했...)


아, 포틀랜드에서 조금 특이했던 것은 양조장이 많은 탓인지 편의점이 아닌 곳들에서도 맥주를 꽤 많이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기념품인줄 알았는데 맥주가 모여져 있는 코너인 것을 알고 조금 당황. 역시 한국과 맥주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구나, 싶기도 했고 패키지만 보고 하나 사오고 싶을 만큼 예쁜 패키지가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여행 중 이렇게 쉽게 맥주를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포틀랜드는 맥주의 도시가 맞긴 맞나보구나 싶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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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별로 포틀랜드와 시애틀 여행기를 작성해보려한다.

다음 여행기는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유명한 에이스 호텔 경험기,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했던 미국에서의 경험들, 아마존고 경험기, 스타벅스 도시인 시애틀에 대한 이야기, 리프트와 우버 경험기 등을 작성해볼 생각이다.


다시 보니 또 가고 싶은 여행, 벌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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