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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r 05. 2020

#50. 인상적으로 공간을 활용한 장소들을 만나다.

포틀랜드, 시애틀 여행 중 만난 공간들

여행 스타일은 취향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미술관이나 서점, 소품샵, 카페를 둘러보기 좋아하는 나로써 포틀랜드와 시애틀은 구경하기에 꽤 좋은 도시였다. 뉴욕처럼 화려한 건축물이나 구경거리가 쏠쏠했던 상업적인 공간이 많지 않았지만, 소소하게 창문이나 공간 인테리어를 통해 인상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던 공간들이 기억에 남아 포스팅에서 모아보았다.



나이키 매장 (Nike community Store, Portland)

포틀랜드는 나이키로 유명하다. 한국인들이 여행하면 꼭 들리는 곳이 나이키 시내 매장인데, 나이키 시내 매장이 생각보다 볼 거리가 없다는 소문을 들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동행하는 분이 근교 East 지역에 Community Store라는 Nike 창고형 매장이 꽤 좋다는 정보를 공유해주어 East 지역을 구경할 겸, 운동복 살 겸 함께 들린 곳. 덕분에 나도 국내보다 레깅스를 50% 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Nike Community Store가 특히 좋았던 점은 당시 은행이 물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큰 창사이로 보이는 배경인 은행과 햇빛이 너무 예뻤다는 것이었다. 파란 하늘과 햇빛, 그리고 은행을 배경으로 하여 자연을 효율적으로 인테리어의 일부로 활용한 매장이 너무 예뻐서, 쇼핑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포틀랜드에서 인상적이었던 공간 중 하나였다. 참고로 이 근처에 유명한 Pine State Biscuits가 있으니 함께 들려도 좋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Portland Art Museum)

미술관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포틀랜드에서도 어김없이 미술관을 향했다. 5층 남짓하는 건물이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커서 보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던 곳. 상시 및 특별 전시 자체는 좀 아쉬웠다. 그래도 전반적인 공간 활용도와 건물이 예뻐서 그 인테리어를 즐기는 것만 해도 꽤 좋았다. 이날도 날이 좋았는데 미술관 곳곳에 있는 창 사이로 들어오는 하늘과 햇빛이 너무 좋았던 공간. 중간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거나 카페가 있었다면 멍때리며 앉아있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었다. 미술관 앞에 공원이 있어 광합성 할 겸 앉기도 했었는데 홈리스가 넘 많아서 급하게 떠났던 공간. 도보 거리에 Case Study Coffee Roasters가 있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들고 움직이는 것도 좋다.



The Elliott Bay Book Company

이번 미국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서점. 국내에선 포틀랜드의 파웰 서점이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 처음 마주했을 때 '우아!'하는 떨림은 있었지만 몇번이나 들릴만큼 매력이 와닿진 않았다. 그저 포틀랜드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랜드마크처럼 '파웰 서점 앞에서 만나요-'라고 언급하거나,길어지는 대기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정도랄까. 그렇게 아쉬움이 있던 중, 어느 블로그에서 크게 유명하지 않지만 매력적이라며 추천받은 시애틀의 작은 서점. 한 벽면을 꽉 채운 창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풍경도 너무 좋았는데, 그로 인해 우드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서점의 따스함을 더해주어 좋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천장도 곳곳에 자연광을 이용한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꽤 많은 느낌이었는데, 칠판에 각 섹션별 안내판을 써서 부착했다거나 손글씨를 이용한 패키지 등이 그러했다. 이 서점에서 가장 특이했던 미스테리 백은 4개의 카드가 랜덤으로 들어있다고 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굿즈부터 책들까지 볼거리가 꽤 쏠쏠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1,2층을 오가며 시간을 보낸 장소. 조금 외진 장소에 있지만, 근처에 예쁜 카페들이 위치해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이다.



Seattle Public Library - Central

멋진 인테리어의 도서관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집 주변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내게 영감을 주고 동경하는 도서관으로는 네이버 1층에 위치한 네이버 라이브러리가 그러했다. 여행을 가서 그 곳에 멋진 도서관을 만나면 그것 또한 흥분 요소 중 하나인데, 시애틀 퍼블릭 라이브러리도 그 중 하나였다. 마치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사선의 유리창 인테리어는 햇빛을 가득 담아냈고, 타이포를 이용한 인테리어와 시멘트 기반의 디자인 또한 그 감각을 더했다. 공간이 너무 좋아서, 동행들과 헤어지고 혼자 얼마간 더 머물렀던 곳.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외 여행지에서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내가 맘껏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되어 있지 않아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국가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책에 집중한 사람들을 보면서 얻는 동질감과 힐링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여행했던 도서관 중 베스트로 꼽을만큼 예뻤던 도서관.



Coava Coffee Roasters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Coava 카페.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 만난 카페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었다. 특히 East에 위치한 Coava 카페는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몇개 되지 않는 테이블을 비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사방이 온 창으로 뚫려 나무가 곳곳에 보이는 풍경도, 몇 개 놓여있지 않지만 일관성없이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놓여있는 테이블도, 커피 기계 등을 테이블로 활용하는 인테리어 마저도 너무 감각적이었고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마구 뿜어지는 곳이랄까. 일관화되지 않은 모습도 하나의 인테리어가 될 수 있구나, 어찌보면 이런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주인이 가진 감각으로 돋보여 부럽기도 했다. 창고를 개조한 듯한 느낌은 한국 성수동에 있는 대림창고를 떠오르게 했는데, 대림창고만큼 오목조목하게 테이블이 모여져 있지 않아 한결 더 여유가 있었던 곳. 커피도 개인적으로는 포틀랜드 중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었다. Coava 카페를 들릴 예정이라면 East 지역의 Coava를 들릴 것을 추천한다.



여행을 하면서 멋진 공간을 만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공간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기록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여행 기록 또한 살펴보니, 나는 창 너머로 해가 쏟아지고 그 해를 통해 전경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이사한 집도 그러한 점을 염두해두고 골랐으니.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여행은, 그러한 의미로 참 좋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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