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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r 12. 2020

#8. 정말 그냥 나가도 되는 걸까? 아마존고 이용기

시애틀에는 아마존 본사가 위치해 있다. 그래서 시내를 다니다보면, 아마존의 도시라는 느낌을 종종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본사 투어나 스피어 투어도 신청할 수 있었을텐데, 이번 여행은 너무 임박해서 준비하는 바람에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쉽게 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무인 편의점 Amazon Go는 꼭 이용해봐야지- 라는 생각에 굳이 시간을 내어 두 번이나 들렸다.

Amazon Go는 건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Amazon Go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동양인들이었다. 신기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입장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Amazon Go의 짧은 이용기를 공유해보려 한다.



1. 입장 게이트가 존재한다.

Amazon Go 입장 게이트. 입장 게이트는 지하철 출구 같았다. Amazon Go는 미리 앱을 다운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화살표가 표시된 곳에 Amazon Go 앱의 바코드를 갖다대면 인식되어 출입문이 열린다. Amazon Go에 대한 후기를 읽어보았던 나는 미리 다운받은 앱으로 바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같이 온 지인은 미리 알지 못해 게이트 밖에 서서 앱을 설치하고 설정까지 완료한 후에나 입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빈번해서인지 무인 편의점이었지만 게이트 쪽에서 앱 다운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는 직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설치하고 나면 편리하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당당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염려 때문에 입장하는데 절차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앱을 활용한 점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부분이 허들이 되어, 입장 시 번거로움을 발생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입장하고 이용하는 과정을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확인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2. 별 다를바 없는 장보기

사실 무인편의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우리가 이미 기사에서 접한대로 내가 상품을 집으면 천장의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이를 인식하고 파악하고 있었다. 품절된 상품들은 팻말로 친절하게 안내가 되고 있었다. 무인 편의점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주변에 안내하는 직원들이 많아 불편한점이나 궁금한 점을 바로 문의할 수도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무인 편의점이다 보니 연령 제한이 있는 주류 판매대에는 직원이 어쩔 수 없이 서 있었다는 점, 그리고 국내 신세계 노브랜드처럼 자체적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Amazon Go의 물건들이 기대만큼 많진 않다. 그래서인지 첫 방문에서는 간단하게 먹을 과일과 커피만 구입했고, 두 번째 방문 때에는 기념품 정도만 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라면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 신기해서 인증샷을 남겼다!

그런데 한참 장보기를 하다보니 당황스러운 점이 있었다. 장바구니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두리번 거리다 Amazon Go 종이백을 발견했는데 순간 '앗, 이 종이백에 담지 않으면 인식이 되지 않아서 결제가 안되나?'라는 걱정에 휩싸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본인 가방이나 따로 챙겨온 장바구니에 자연스레 물건을 담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안심을 하긴 했지만, 왠지 도둑질 하는 듯한 느낌에 다른 사람들처럼 섣불리 내 가방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넣는 것을 따라하진 못했다. 역시 서비스도 제공되는 국가의 문화나 인식에 따라 확실히 다르게 제공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3. 결제 없이 두리번 거리며 게이트 통과하다.

국내 무인 편의점과 Amazon Go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 계산대가 없다. 본인 가방이든 종이 봉투든 내가 담은 상품들이 자동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그냥 게이트를 통과하면 된다. 그러나 처음인 나는 여기서도 한번 주춤하게 되었다. '정말 그냥 나가도 되는 걸까?' 싶은 마음에 또 다시 촌스럽게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는데, 한 외국인이 음료를 아예 개봉해서 마시면서 나가는 모습을 보며 겨우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이트 통과 후에도 앱에 결제 내역이 바로 뜨지 않아 '정말 집에 가도 되나?'라는 또 다른 걱정에 휘말렸다. 왠지 먼 곳으로 금새 이동하면 안될 것 같아 Amazon Go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5분 정도 후에 결제 내역이 앱으로 뜬 것이 확인되어 그제서야 안도를 하며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쉬운 점이었는데, 게이트를 나갈 때 '그냥 통과하세요. 결제 내역은 5분 후에 앱으로 전송됩니다.' 등의 안내 문구나 게이트 통과 시 앱으로 1차 알림이 온다면 조금은 촌스러워도 어땠을까 싶었다. 제대로 인식이 된건지 아닌건지 조차 불안했던 나같은 새로운 사용자에게 Amazon Go는 조금은 불친절한 서비스, 한편으로는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부족한 사용자로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국 여행에서 했던 많은 경험 중 Amazon Go 경험은 굉장히 특별했다.

이전에 전 회사에서 팀원들끼리 여러 UX이슈를 갖고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이 주제를 갖고 논의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언급되었던 AI 또는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업무 부담감은 해소되겠지만 반대로 취업난 또는 나를 대체할 수 있는 로봇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하진 않을까, 그렇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연이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환경을 구현한 아마존이 대단하면서도, 결제 이력이나 사용자가 머문 시간 등 관련 데이터를 모아 과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국내에서도 무인 편의점이 서서히 생기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면서 실제로 이용해본 사용자들의 후기를 살펴보기도 했다. 편리한 점도 많았지만 반대로 바코드를 직접 찍어 결제하고, 쇼핑백에 직접 담는 행위가 번거롭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또, 자칫 본인이 늦게 행동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기다림을 더 줄까봐 부담도 느낀다는 후기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마트 셀프 계산대나 키오스크 주문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혹여나 잘못 결제될 것에 대한 불안감, 익숙하지 못한 나로 인해 로드가 걸렸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줄 불편함 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점원을 마주하곤 한다.

자동화와 AI가 발전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보완이 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자연스러운 챗봇 구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때도, 챗봇이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우면 사람같아서 무섭기 때문에, 어느 정도 로봇 티가 나는 챗봇이 편하다는 의견을 여러 명한테 들은 적이 있다. 자동화와 AI가 발전하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인간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이 서서히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계를 잘 매듭지어가며 발전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Amazon Go를 이용하면서, '내가 이렇게 해야하는 건가?'라는 고민에 여러 번 빠졌었다. 새로운 사용자를 위한 공간보다는, 익숙한 사용자를 위한 공간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새로운 사용자가 함부로 침입하면 안되는 듯한 낯선 느낌이 많이 몰려왔고, 그래서 더 멈칫하고 머뭇하는 순간들이 발생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연하기만 했던 무인 편의점이 생겨나는 것처럼, 위에서 언급했던 그러한 포인트들 또한 언젠가는 차차 개선이 되어 나도 언젠가는 새로운 음료수를 개봉하며 게이트를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는 그러한 사용자가 되어 있겠지. 그러한 날이 조만간 다가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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