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사용자가 아닌 기획자의 입장이 되어 서비스를 바라볼 때 익숙하던 기능이 갑자기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메신저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던 '공유' 기능이 그 중 하나였다. 팀 회의에서 해당 기능 스펙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의 일이다.
"[공유] 기능을 [전달]로 변경하는 것은 어떨까요? [공유]는 코멘트 작성 등 편집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인데, [전달]은 편집없이 바로 전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혹은 사용자들도 해당 기능을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당 기능들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다른 서비스들에서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공유 :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함
전달 : 지시, 명령, 물품 따위를 다른 사람에게 전함
(출처: 네이버 사전)
네이버 사전을 통해 의미를 확인해보면, 두 단어는 비슷한 의미지만 공동의 소유와 일방적 전달로 미세하게 다른 늬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비스들에서는 이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우선 국내 사용율이 높은 카카오톡을 살펴보았다. 카카오톡 PC에서 [전달]을 선택하면, 카카오톡 내 다른 대화방을 선택하는 플로우로 진행된다. 즉, 앱 내부에서의 메시지 전달인 것이다. [공유]는 다른 앱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으로 제공된다. 두 기능이 헷갈릴 수 있지만, [공유]는 전송 가능한 앱 목록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헷갈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보완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iOS 모바일이었다.
iOS 모바일에서는 [전달]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대신 PC에서 다른 앱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모바일에서는 [공유]라는 이름으로 대체하고 있다. PC에서 [전달]기능을 자주 사용하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사소한 부분이지만, [공유]를 통해 진입한 화면들에서는 전달하기, 공유대상 등 공유와 전달 레이블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의미 전달 상 큰 불편함이 없긴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혼용한 것은 다소 아쉬웠다.
Microsoft의 Kaizala 메신저 앱, Facebook 메신저, Microsoft Teams도 [공유]는 외부 앱으로의 전송으로, [전달]은 앱 내에서의 전송으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앱 내에서의 전송을 제공하는 기능을 [공유]라는 레이블로 제공하는 서비스들도 가끔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상황들 속에서, 두 기능을 어떻게 제공하는 것이 좋은걸까.
두 기능의 가장 명확한 구분은 공유 대상을 언급하는 것이다. Facebook은 스토리나 페이지, 그룹 등 앱 내부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스토리에 공유', '페이지 스토리에 공유' 등 공유 대상을 명확하게 표시해줌으로써 사용자의 혼돈을 줄이고, 외부 앱으로의 공유는 [옵션 더 보기]를 선택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예로, Instagram은 '게시물로 공유'와 '공유 대상(개인)'으로 레이블을 다르게 제공하여 해당 기능들 간 구분을 명확하게 주고 있다. 언급된 예시들처럼, 레이블이 표시될 영역이 확보된다면 [공유]나 [전달]을 애매하게 제공하기보다는 공유 대상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고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공유]와 [전달] 기능을 다르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하나의 레이블로 두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Linked in 모바일은 피드에서의 [공유] 메뉴와 더보기 > [공유]를 다른 플로우로 제공하고 있어 당황스러웠다. 피드에서의 [공유]는 앱 내부의 피드로 공유되는 형태로 위에서 언급된 [전달]의 의미로 기능이 제공되고, 더보기 메뉴의 [공유]는 외부 앱으로 전송하는 기능으로 작동되고 있다. 제공되는 아이콘이 달라 미세하게 차이가 존재하지만, 동일한 레이블을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능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다른 기능은 레이블도 다르게 제공되어야 사용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팀 내부에서 언급되었던, 공유할 때 편집 여부(코멘트 작성 여부)에 따라 [공유]와 [전달]로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다분히 적었다. 네이버 사전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외부 앱과의 공동 소유로 전하는 기능은 [공유]로, 앱 내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기능은 [전달]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에게 두 기능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 '같은 기능 아니야?'라는 반응 뒤에 '굳이 차별점을 찾자면...'이라는 대답이 이어졌던 것처럼, 생각보다 별 다른 고민없이 두 기능을 쓰는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답한 사용자들은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의 기능명을 바탕으로 해당 기능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비스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좀더 명확하게 기능을 구분하여 제공하는 것이 기능에 대한 사용자들의 멘탈모델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언급해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막상 서비스를 기획할 때면, 사소한 하나의 기능에도 레이블을 어떻게 붙일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기획을 진행하면서 누군가 '나는 이렇게 안 쓰는데?'라는 말을 하면 매번 마음이 욱하고 매섭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들이 나올 때,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한번쯤은 의문을 갖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보기로 다짐해보며,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