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책.
외출과 출근이 많아지니 점점 멀어지던 독서. 와중에 올해 베스트로 손꼽을만큼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당시 시대상을 이렇게 대놓고 풍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요즘에도 반영할 수 있는 모습이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전은 역시 독서모임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다같이 맥주 마시면서 나누었어야!�♀️
하지만, 고달픈 일들이 많다 해도 지금 농장의 삶은 과거에 비해 훨씬 품위 있는 것이었고 이는 동물들의 고달픔을 일부 상쇄해 주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5151
열네번째 책.
꽃님 언니 발제책이었는데, 뒤늦게 혼자 읽은 책. 가볍기도 하고 환경에 대해 잊고 지내던 나의 모습을 자각하게도 만들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자각하고서도 플라스틱 사용과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지만.. 코로나라는 전염병도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발현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모로 지구에게 미안함이 많이 들게 만들었던 책.
가치관 때문이라면 사회적, 문화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로 여기는 것 같다. 선택이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못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시스템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시스템적 사고 없이는 경주마가 눈가리개를 차고 보는 것처럼 협소한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유일하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을 완전한 고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이다.
겨울의 냄새, 계절의 냄새가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픈 것 같다.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나는 꿈 주제로 강연을 할 때면 '파일럿 테스트'를 강조한다. 안정적인 직업, 사람들이 선망하는 것을 따라갈 게 아니라 직접 부딪쳐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루기 어려운 것을 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분리수거, 분리배출, 전기를 아껴 쓰는 것, 기본이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이 어떤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그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구조인가를 따져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데, 고작 목소리 내길 주저하겠는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못낼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16338
열다섯번째 책.
이전에 재밌게 읽었던 ‘모네는…’ 조민진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재빠르게 픽.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고민이 많은 시점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삶은 원래 간단하지만 다양하고 사사로운 오브제들이 메우고 있다는 말도, 인생은 받아들이는 만큼 풍부해진다는 말도, 지난 책에 이어 그림들과 책들에서 그런 태도들을 집어내는 글들이 꽤나 좋았다. 여전히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하나씩 해봐야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 책. 읽으면서 다른 좋은 책들을 소개받아 더욱 좋으다❤️
인생이 여행과 같다면 인생 또한 선택의 문제다. 경험도, 기억도 차곡차곡 선택되어 자신만의 컬렉션이 된다.
하지만 삶이란 원래 축약하고자 하면 한없이 간단해진다. 다만 그 단단한 삶을 사사롭고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잘못을 깨닫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마는 끊임없이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했다. 유연한 마음가짐과 거침없는 실행력이 그녀의 자산이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실망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소수만이 자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 나는 그렇게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인생은 받아들이는 만큼 풍요로워진다. 책에 담긴 좋은 말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서 더 좋은 나를 이루고 싶다.
기쁨 안에 슬픔이, 슬픔 안에 기쁨이 있는 것이다. 음영 깊은 곳에 진리가 있다. 삶은 결국 깊이르 드러내는 예술이다.
우리 자신에게 더이상 도움이 안 되는 일들을 그만둘 때, 우리는 우리의 의지력과 끈기를 해방시켜 정말 중요한 일들에 쓸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의 양은 제한되어 있는 까닭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2364916
열여섯번째 책.
회사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 되새겨보니 특별한 해결책을 남겨준 책은 아니었지만, 뒤숭숭하던 시기에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가 많이 되었다. 남의 비판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 자아비판에 대한 얘기도 와닿아 스스로 생각해보았고, 좋은 사람보단 합리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작가님의 다짐도 와닿았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발전하는 것 이외에도 기분과 체력 등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뜨끔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더 많아졌다.
늘 타인이나 외부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삶의 낭만을 빼앗고 쓸데없는 패배감을 안겨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자아비판이야말로 진정 두렵고 무서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살긴 한다. 하지만 되겠다는 일터에 '좋은 사람'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란 정말 어렵다. 동료들 중에는 나와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도 많고, 항상 이타심을 발휘할 정도로 내가 '천사표'인 것도 아니며, 오히려 때때로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좀 더 현실적인 중간 목표를 세웠다. '좋은 사람'이 되는게 쉽지 않다면, 최소한 '합리적인 사람'이 되자고. 설령 다른 이를 더 도와주진 못해도, 맡은 제 일엔 책임을 다 하는 것, 그래서 결코 다른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진 않겠다는 다짐에서 수많은 최소한의 합리성이 나온다.
이런 성취감이 사라지면 일을 관두고 싶어지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지금 일을 배우면서 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라도 배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대신 성취감을 찾는 것이다. 일하면서 얻는 배움이 특별히 새롭거나 엄청나지 않더라도, 만족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것 자체로 성숙할 수 있다.
살면서 발전하는 것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기분을 유지하고 체력을 유지하고 실력을 유지하고 향기를 유지하면서 사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발전하기보다 더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 일상의 루틴은 우리가 많은 걸 유지하며 살도록 돕는다.
좋은 습관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덕분에 대수롭지 않은 일상에서도 행복감을 느낀다. 조금 과장되어 있다해도 좋다. 매사 좋은 의미를 부여하면 생활 속 작은 아이템들이 좋은 기분을 가져다준다.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보고 싶어서 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부러우면 발전할 수 있다. 누군가가 부러울 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노력하게 된다. 부러운 이들을 마음에 남기고 그들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닮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봤던 좋은 문구,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이 내게 오도록"이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먼저 손 내밀면 상대도 내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주변에 많은 사람이 더 많아질 거란 믿음이 있다. 그렇게 나는 '정해진 인연'들을 발견하고 가꿔 나가려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06686
열일곱번째 책.
이 치열한 토론을 드디어 2년만에 오프라인에서 하게 되다니. 오래전 이야기이기에 더 해석하기 나름이 매력인 고전인, 오늘의 토론 책 ‘파리대왕’. 어려웠다. 성악설, 각 등장 소품의 해석, 기억에 남는 인물들, 권력의 형성 등에 대해 각자의 해석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오랜만의 오프라인 발제 배경이었던 서울숲의 찰떡인 날씨도 넘 좋았던 토요일 오전.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책의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해석해야할 것인가, 그냥 자체적인 해석을 주관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치열하게 토론했다. 그리고 발제가 끝나고 나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해석 또한 어떻게 보면 전해지는 주관적인 부분이 클텐데, 그리고 그렇게 되면 생각의 폭도 좁아질 수 있을텐데 마냥 좋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의도는 잊지 않되, 주관적인 해석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자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려나. 어렵고 어렵지만, 그만큼 해석의 범위가 다양해서 더욱 매력적인 고전.
순서를 가려서 중요한 일도 하지 않고, 또 온당한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구조받기를 기대할 수가 있겠어?
한쪽에는 사냥과 술책과 신나는 흥겨움과 솜씨의 멋있는 세계가 있었고, 다른 한쪽엔 동경과 좌절된 상식의 세계가 있었다.
그전에도 그랬듯이 다시 한번 돼지는 모든 사람의 조롱감이 되었고 이에 따라 모두들 즐겁고 정상적인 감정이 되었다.
무섭게 을러대는 하늘 밑에서 돼지와 랠프는 이 광기 어린 그러나 얼마쯤은 안정된 단체 속에 끼여들고 싶은 심사가 되었다. 공포심을 가둬두고 그것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갈색 등어리의 울터리에 기쁜 마음으로 몸을 대었다. 그들은 기쁜 심정이 되기조차 하였다.
이렇게 되풀이해서 빙글빙글 돌아가면 저절로 안정감이 생긴다는 듯한 투였다. 단 하나의 유기체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발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얼굴을 가리는 색칠이 얼마나 사람의 야만성을 풀어놓아 주는 것인가 하는 것을 그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13
4,5월에 회사에서 힘든 일들이 계속되어 마음이 요동치는 시기가 되었다. 풀 재택에서도 출근일도 늘어 정신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책과 조금씩 멀어지던 찰나였다.
그럼에도 마음이 동할 때는 찾게 되는 것이 책이었다. 에세이가 그럴 때 큰 위안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잘 들지 않았다.
독서모임 발제를 어쩌다보니 연달아 진행하게 되어 고전을 2권이나 읽었는데, 역시나 각자의 해석을 통해 치열한 토론을 나누기엔 고전이 딱인 듯 싶다. '동물농장'은 올해 상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 베스트로 꼽을만큼 정말 좋았던.
6월의 시작인데, 어쩐 일인지 읽고 싶은 책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고 책들에 손이 가지 않는다.
얼른 책 권태기에서 벗어나서, 재밌는 책들을 또다시 완독하는 시기가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