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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an 30. 2017

#34. 여행을 담아두는 나의 방법

여행을 하는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혹자는 여행 중에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매번 카메라로 담는 것도 사치라며 촬영하는 것조차 싫어하고,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유명한 곳은 꼭 들려야 하며,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각각 기념품을 모으기도 한다. 그러한 제각각 스타일에 반해 나는 혼자 여행이 많은 탓에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담아두곤 하는데 담아두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담아두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내게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카메라이다. 때에 따라 아이폰만으로도, 필름 카메라로도, 디카로도 담아두는데 상황에 따라 챙겨가는 장비가 달라진다. 번거로운 짐이 많아지는 겨울에는 대체로 아이폰만을 챙겨가고, 홍콩이나 대만 등 필름 카메라로 담아두기에 좋을 장소는 콘탁스 T2를, 그리고 그 외에 장소들은 디카를 꼭 챙겨가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이 길을 걷고 있는 내 기분과 귀에 들리는 소리, 그리고 풍경, 햇살을 모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 순간을 담아두는 짧은 영상 촬영은,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여행지를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나의 방법으로 남게 되었다. 여행 중 정말 행복했던, 에스토니아 탈린에서의 빛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두었던 순간, 오슬로의 송스반 호수에서의 잔잔했던 순간의 영상을 공유한다!

탈린의 햇빛
오슬로 송스반 호수의 오후



걷다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것을 선호해 에어비앤비에서 지내기도 하고 여유로운 여행 코스로 다니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정처없이 걷는 것이다. 때로는 그 여행지만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다니면 순간 행복한 피로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렇게 정처없이 걷다 보면 의도치 않은 곳에 들리거나 풍경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 풍경이 정말 아름답거나 하면 그 순간마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런 소소함은, 혼자 여행일 때 더욱 와닿을 수 있는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프라하에서 우연히 마주한 풍경
헬싱키에서 잠시 만난 벤치에서



모으다

어느 여행지를 가나 각자 모으는 기념품들이 있다. 스타벅스 컵도 있고,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도 있고. 개인적으로 그러한 나만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고 자석을 모으자니 너무 흔할 것 같고 어떤 것을 모을까 하다가 뱃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념품 가게에 지나칠법한 뱃지는 어느 나라에서나 구할 수 있었고, 특히 그 나라의 주요 명소 등이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기념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크기도 크지 않아 집에서 보관도 용이!) 두번째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바로 엽서.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엽서를 사곤 했는데 쌓여만 가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잘 꺼내지 않기도 했던 엽서들. 지인들에게 여행지가 바뀌면 꼭 하나씩은 엽서를 보내곤 했는데, 얼마전 부터는 나 자신에게도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느끼던 내 감정, 기억, 다짐들을 써서 보내면 잊을만 할 때쯤에 한국에서 받게 되어 버리지 않고 모을 수 있었고, 그때의 기억까지 떠올릴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그 나라 특유의 우표까지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있다! 가끔 시간이 된다면 우체통이 아닌 각 나라의 우체국에 들려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나름 특이한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각 나라에서 모은 예쁜 뱃지
그 여행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서 나에게 보내기!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살 수 있었던 너무 예쁜 우표



기억하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음악은 여행에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특히 혼자 여행할 때, 어느 한곳에서 죽치고 넋놓고 있을 때 음악만큼 그곳에서의 기분과 느낌을 저장해둘 수 있는 개체는 없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또다시 행복감이 맴돌때가 있다. 그러한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가끔 음악에 여행의 기억을 저장해두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오슬로 송스반 호수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듣던 김동률의 '다시 시작해보자'와 아제냐스 두마르에서 엄청나게 크게 치던 파도를 보며 무한반복으로 듣던 혁오의 '소녀'가 있다.

오슬로 송스반 호수에서 김동률의 '다시 시작해보자'
포르투갈 아제냐스 두마르에서 혁오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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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상대적인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경험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옮기는 것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 있을까? 여행은 온전히 나만의 경험일 뿐. 그 누군가에게까지 옮길 필요 없다. 나의 여행은 온전히 나의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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