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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Feb 05. 2017

#35. 여행에서 생긴 좌충우돌 에피소드

그마저도 되돌아보면 행복하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낯섦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앓는 마음을 가졌다.
어쩌다보니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워낙 덤벙대며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꽤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긴다. 특히나 누군가와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자주 그러곤 한다. 아주 가끔은 그러한 사항들이 순탄치 못한 여행을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러한 추억들이 쌓이며 나중에 떠올려보면 즐거운 웃음거리로 남게 된다.


스위스로 가는 기차를 놓치다, 그것도 늦잠 때문에.

첫 홀로 여행은 서유럽 여행이었다. 런던에서 파리로 out하는 일정으로 약 23일간 여행이었다. 혼자는 처음이었기에 나름 꼼꼼하게 일정을 짰고 모든 일정에 대한 숙박과 교통을 모두 예약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가야 했는데 일어나니 늦잠을 잔 상황이었다. 이왕 늦은 것 좀더 여유부리다가 다음 기차 타지 뭐, 하고 여유를 부리며 중간 경유지인 밀라노에 왔는데, 밀라노에서 스위스 베른으로 가는 다음 기차가 저녁 늦게가 되어야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생기는 에피소드에 혼자 당황해하며 여기저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쌀쌀맞은 인포메이션 센터에 눈물이 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놓치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자, 라는 생각에 날린 기차값과 하루치 숙박비를 포기하고 다시 일정을 짜게 되어 결국 다음 여행지인 루체른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든 해결책은 있더라, 라는 생각에 이 사건 이후 기차를 놓치거나 일이 생겨도 당황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생기게 되더라(...)



수다로 이별한 체스키 크롬로프 교회탑, 안녕.

프라하에서 가장 기대했던 여행지는 바로 근교인 체스키 크롬로프였다. 프라하에서 6일간 머물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근교인 체스키 크롬로프와 드레스덴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기차표를 미리 끊어놓고 보니 크롬로프를 가려는 날이 연말이라 교회탑이 운영을 안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보고픈 것이 교회탑에서 보는 전망인데!! 하고 결국 드레스덴 기차표를 버려가며 체스키 크롬로프행 버스를 다시 끊었다. 그렇게 힘겹게 체스키에 가게 되었는데 난 전날 만난 동행 동생과 인생 상담을 하며 수다를 떨다가 교회탑 전망 시간을 놓쳐버렸다(-_-) 도대체 뭐한 것이지, 라며 동생과 눈물나게 웃었는데 생각해보면 너무 값진 시간이었기에 아쉬움은 덜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서 보니, 이곳 유명한 미술관도 2층까지 구경하다가 3층은 입구에서 별거 없네, 하고 그냥 내려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본 전시였다(...) 우리 뭐한거니?



제주 우도에서 자전거와 뒹굴다.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여유있게 걸어다니기엔 조금 시간이 급박하고 한바퀴 돌며 그 동네의 분위기를 흝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친구와 함께 갔던 우도에서도 자전거를 빌려 신나게 한바퀴를 돌았다. 너무 예쁜 텃밭이 옆에 있다고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급하게 잡은 나는 앞브레이크를 잡고 말았고 덕분에 자전거와 함께 뒹굴었다. 뒤에 따라오던 친구 말로는 내가 넘어지며 머리위로 자전거가 한바퀴 나뒹굴며 떨어졌다고, 심지어 넘어지면서 무릎이 깨져 철철 흐르는 피에도 나는 카메라 렌즈가 바다쪽으로 굴러간다고 '엇 내 렌즈...'라고 말해서 난감했다고. 다행히 친구가 갖고 있던 뽀로로 대일밴드로 대충 응급처치는 했지만 자전거의 체인은 풀렸고 나의 다리는 절뚝임이 지속되었다. 친절하게도 지나가시던 행인분이 자전거를 고쳐주셨고, 바로 앞에 있던 카페에 쉬어 가려던 우리는 카페 주인 아저씨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세상은 참 살만하구나! 느꼈지만, 난 5년전 저날 이후로 제주도를 그렇게나 자주 가도 우도를 다시는 가지 않았다...하하.



'귀찮으니 그냥 타!' 리스본 버스표 분실 사건

리스본 근교인 호카곶에 갔을 때였다. 신트라 원데이 티켓을 끊으면 이곳 시내교통을 하루동안 무제한으로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원데이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보니 티켓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너무 당황해서 온 주머니를 뒤지고 1시간에 한번 오는 버스도 놓쳐가며 갔던 곳을 뒤졌는데 영수증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결국 동행한 아주머니도 고생하시고 둘이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그래도 영수증이라도 있으니 버스에 탈때마다 말을 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다. 다행히 태워주시긴 했지만 매번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는 상황에서 이를 말하기는 번거로왔다. 결국 나중에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내 장황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냥 타!"라고 하셨다. 역시 영어를 잘 못할수록 유리할 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정말 나의 덜렁댐의 극치를 다시한번 보여주었던 날이었다. 하하.



잊지못할 이방인의 싱가폴 바 체험

친구와 싱가폴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싱가폴에서 가장 유명한 마리나베이 호텔은 유명해서 차마 가진 못하겠고, 그곳에서 보는 싱가폴 뷰가 정말 예쁘다는데 어떻게 하지, 하다가 호텔 수영장 바로 옆에 있는 바는 외부인도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당일 아침, 친구와 이스트코스트 해변에 가서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돗자리 깔고 놀다가 저녁에 간 마리나베이 호텔. "바는 어떻게 올라가나요?"라고 안내원에게 물어봤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우리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던 직원. 자전거를 타다가 와서 샌들과 운동화, 반바지에 편한 차림의 우리를 위아래로 보더니 "이런 차림으로는 못가요."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 그래도 어찌해서 들어갔는데, 직원이 왜 그런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던 쿠데타 바. 일반 바가 아닌 모두가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그런 바였다. 와하핫. 친구랑 어색함에 얼른 칵테일 한잔씩만 시켜 마시고 후다닥 내려왔다. 이방인의 여행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핫. 그래도 그러한 무모함도 이방인이니 생기는 것이니!



우연의 연속이 얻어다 준 즐거움

프라하에서 제작년, 연말을 맞이했을 때였다. 아침에 민박집이 청소시간이니 얼른 나가라는 독촉에 전날 과음한 덕에 늦게 일어나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일정도 없이 엉겁결에 구시가지 스타벅스에 가게 되었다. 커피나 마시며 일정을 짜야지 했는데, 마침 자리가 없었고 눈이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동생이 '여기 앉으세요'하면서 합석을 하였다. 첫 만남임에도 어찌하다보니 이야기가 참 잘 맞아 세시간을 수다 떨며 친해진 동행 동생들. '오늘 저녁에 까를교에서 불꽃놀이가 있대요!'라는 정보에 사람이 들끓는 까를교에 프라하 사람들과 뒤섞여 있는데, 30분이 지나도 불꽃놀이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망감과 아쉬움에, 이렇게 된 것 야경이라도 보자 라는 생각으로 프라하 성까지 올라 야경을 보게 되었다. 오전의 스타벅스에서의 우연부터 내 아이폰 충전잭을 옆 테이블에서 빌려달라며 이야기를 건네 함께 사진까지 찍게 된 건장한 이탈리아 청년들까지.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낸 즐거움이 빛을 발하던 여행이었다.



여행은 우연의 연속이라 참 좋다. 특히 혼자 있을 때 그러한 낯섬에 대한 경계심이 덜해져 더욱 그러하여 홀로 여행을 더 좋아할 때도 많다. 가끔 어떤 우연도 생기지 않을 때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다시 여행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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