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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Dec 29. 2017

#3. 안은 겨울, 그러나 바깥은 여름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읽고

올해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던 책이었다. 제목이 좋았는데, 제목의 의미가 아픈 책이었다.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준 책이었다. 독서모임 틈새에서 발제하기 한달 전 쯤에 이미 읽은 책이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도 했고 토론을 하고 나니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을 이용해 다시 읽어도 좋았던 책이었다.


책은 여러 단편으로 엮여 있는데, 주인공은 하나같이 우울하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연들을 겪고 있다. 그들의 우울함과 달리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작가는 그들의 우울함을 겨울로, 아마도 그것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바깥 세상을 여름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은 조금은 답답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원의 중심은 아니지만 바깥을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을 문득문득 내비친다. 이러한 부분들이 책 제목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여러 단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노찬성과 에반'과 '가리는 손'이었다. 노찬성과 에반은 할머니 손에 가난하게 키워지는 손자가 길강아지를 주워 키우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였고, 가리는 손은 다문화 자녀가 살인 사건과 엮이면서 생기는 이야기였다. 두 이야기가 기억에 가장 남는 이유는 아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나도 가끔 느끼는 깊은 속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김애란 작가의 특유의 표현력들이었다. 계절이 쌓인다, 라는 표현이나 계절과 시간이 맡은 몫을 각자 해내고 있다는 표현들은 답답하고 우울한 사람들의 삶과 다르게 유유하게 흘러가는 계절과 시간을 담담하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바깥은 여름'을 읽고 나서 앞으로 다른 사람의 삶은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기 쉽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함부로 평하고 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제목에서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졌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먹먹함이 한꺼번에 쓸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알수없는 그 먹먹함들에서 더욱 묘한 감정이 많이 남았고, 의미를 생각하고 나니 책 제목을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중 올해의 책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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