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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pr 29. 2018

#16. 머리와 마음을 함께 쓰는 일에 대한 고민

김소영의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읽고

즘같은 마음에 급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 주문하여 하루만에 읽어내린 책. 그리고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던 책이었다. 처음 가지고 있던 편견에 비해.
김소영 아나운서를 처음 알게된 것은 인스타를 돌아다니다가 일본 서점 탐방기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였다. 서점 탐방기에 담긴 그녀의 애정이 듬뿍 느껴져서 팔로우를 했는데, 알고보니 이름을 잠시나마 한두번 들어본 아나운서였고, 오상진 아나운서와 결혼한 분이었다. 


머리와 가슴을 함께 쓰는 일이 이런거구나.


책은 방송국을 퇴사하게 된 계기,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이 담겨져 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참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최근 회사 생활 때문에 많이 힘들고 방황하는 나에게 한마디 건넨 것 같아서. 나는 머리와 가슴을 함께 쓰는 일을 하고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부터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내게 회사에서 왜 열정을 찾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각자 다른 것일 뿐이지 정답이 아니지 않나. 그런 나의 마음을 조심스레 보듬어주는 듯한 문구에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누군가 추천한 한 권의 책이 어떤 독자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녀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취향을, 독서라는 즐거움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공통점을 형성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 그런 점이 멋지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을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면 눈길이 한번 더 가고,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며 '이러이러해서 준비했어.'라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서가에는 내 취향은 물론
내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까지 오롯이 담기게 된다.


이 부분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음악과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비긴어게인' 영화에서도 보면, 여 주인공과 남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알아갈 때 서로의 음악 리스트를 공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음악은 서로의 취향을 반영하는 강력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책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읽은 책 목록을 쭉 보면 당시 마음 상태가 어땠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어했는지 쭉 보이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어떤 책을 주로 읽고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대략적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음악과 책 모두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아쉬워만 하지 말고 변해가는 모습 그대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자체를 자랑스럽고 아름답게 여겨야 겠다.


책 마지막에는 변화를 아쉬워하지 말고, 변해가는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게 여겨야 겠다는 그녀의 다짐이 담겨있다. 그 말이, 나에게도 꼭 남겨주고 싶은 말이라 한동안 여운이 많이 남았다. 사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서점을 1년 남짓 운영하면서 '진작 할 걸 그랬다'라고 판단하기엔 너무 섣부르지 않나, 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대하고 좋아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그녀는 왠지 모르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마지막에서 김소영 아나운서는 그렇게 말한다.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의미가 '진작 고민할 걸 그랬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그러한 의미에서 나 또한 이 책을 진작 읽어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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