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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pr 17. 2018

#15. 하키를 사랑하는 베어타운 사람들의 이야기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을 읽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오베라는 남자' 이후로 처음이다. 그러나 읽는 내내 소설 곳곳에서 그의 색깔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느꼈던 것처럼, 잔잔하고 조금은 서글프고 먹먹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문장들이 담겨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지인 베어타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하키'다. 모든 일상들, 마을의 경제 상황마저도 하키로 인해 발전하고 부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모든 일상은 하키로 엮이고 하키로 인해 살아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이 소설에서는 하키만을 보고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녀는 베어타운에서 살려면 둔감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래야 추위와 모욕, 양 쪽 모두에 좀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베어타운의 중심은 하키이기 때문에 대부분 하키를 위해 살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 또한 하키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하키를 받아들이고 둔감해진다. 이 책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몇 명의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다른 책과 달리, 베어타운 내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인 것 같다. 덕분에 중간에 등장인물들 이름이 헷갈리기 시작하며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마을 전체를 담고 있는 책의 표현법이 중간에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하키를 중심으로 뭉친 베어타운의 사람들은 일원이 되기 위해 동요한다. 시덥지 않은 농담에 뒤섞여 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평범하고 대범한 척 하려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어줍지 않게 말도 안되는 합동심은 하나의 사건으로 더욱 극대화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하키의 영웅인 케빈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피해자인 마야는 어린 여자아이지만 먹먹하고 마음아픈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한다. 나는 마야의 가족이 마음 아픈 순간들을 견뎌내는 장면을 그린 부분이 참 좋았다. 마야와 친구 아나는 함께 기타를 치고, 동생과 엄마 미라는 부엌에서 트럼프를 두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을 평범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해소하고자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 참 좋았다.


중간에 '그 사건'으로 치닫기 전에 전반부가 꽤나 길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을 마주하면서는 책을 읽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사건들을 마주하는 베어타운 사람들의 행동이 궁금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상황을 대하는 마야와 케빈의 행동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러해서, 결말은 조금 마음이 아프면서도 온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다. 어린 여자아이인 마야가 행동하기엔 다소 너무 성숙한 대처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 뿐이지.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어떠한 의미가 있겠나?


'베어타운'은 '하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맹목적으로 하키를 좋아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위에 문구를 보는 순간 베어타운의 사람들은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소박하게 살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조건없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했다. 소박하고 찰나의 순간들을 모아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베어타운'은 그러한 책이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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