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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pr 15. 2018

#14.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한번쯤은 들여다 보기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제목만 보고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처음 읽고 난 후에 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독서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읽어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 여행을 종종 다니는 나는, 해외 여행지 외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환경에 대해 얼마나 어떤 생각을 갖고 바라보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내용 중 흥미로웠던 점은 감시에 대한 내용이었다. 도시 대부분의 학교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감시가 잘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는 점이었다. 감시가 잘 되는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높은 아파트와 담을 없애고, 주변에 낮은 건물들이나 상가, 카페 등의 배치를 통해 운동장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접근성 문제로만 학교를 바라보았던 내게 신선한 시각을 안겨주었다.


외국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옛날 건물들이나 건축들을 그대로 활용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폐쇄된 역을 활용한 것이고, 뉴욕의 하이라인 또한 그러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재 건축이라는 명목 하에 오래된 건물들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들을 세워버린다. 이러한 접근 때문에 우리나라는 '한국다움'이 사라지고, 빌딩이 가득한 어느 도시와 별 다를바 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왜 난 유럽을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옛 건물과 현 건물이 공존된 모습이 한국과 다르게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낡은 것은 없애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한국의 건축에 대한 그러한 접근이 다소 아쉬웠다.


훌륭한 건축은 대지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 건축이고,
더 훌륭한 건축은 좋지 못한 에너지까지도 좋게 이용할 줄 아는 건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연과 어우러진 예쁜 공간이 참 많다. TV에서 방영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들이 서울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산과 건물이 공존해있기 때문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창덕궁이나 경복궁 등 옛 궁이나 돌담길 등은 기존의 자연들과 어우러진 소중한 공간들이 많다. 빡빡한 도시의 모습에서 조금은 사람들이 여유를 되찾게 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렇게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좀더 마련된다면, 더 나은 공간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공간은 여러 요소가 적절하게 결합이 되어야 좋은 공간이 된다. 최근 광화문 광장을 더 넓힌다는 기사를 보고 씁쓸함을 느꼈었는데, 책에서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광장을 무조건적으로 넓히는 것이 시민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시민들의 발걸음을 끌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좀더 어우러지게 만들던가, 양 옆 가로수를 활용한 카페를 만들어 광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는 방안을 말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광화문 광장은 시위를 할 때 외에는 사람들이 크게 발걸음을 자주 하는 곳이 아니었다.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더 유용한 공간이 되고 싶다면, 무조건 터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개선해야 시민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동양과 서양의 공간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특히, 동양의 '공간'은 비어있는 '공'과 관계의 '간'이 합쳐진 단어로, 비움에 대한 사상이 명확하게 담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예전 한옥 등을 보면, 마당을 반드시 거쳐야만 방으로 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빈 공간을 건축의 일부로 여긴다고 한다. 빈 공간을 보면 무조건적으로 꽉 채우려는 것보다, 비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생각이 들었다.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마냥 쓱쓱 넘길만한 내용들도 아니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기억 속에 담겨있던 이탈리아, 뉴욕, 파리 등에 대한 건축물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게 하였고, 무엇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들의 건축물과 공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그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90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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