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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May 22. 2018

#17. 문학상과 공채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고민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을 읽고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 난 장강명의 책을 좋아한다. 비판적이고 시니컬해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그가 언급한 부조리하고 불편한 사실들이 어느 정도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읽었던 그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내게, 그의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마음이 담긴 에세이는 읽는 내내 보라카이에 대한 환상마저 사라지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얼마 전, 민음사에서 그의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최근 책에서 느꼈던 아쉬움보다는 이전에 느꼈던 감동이 더 컸기에, 한번 더 '그를 믿어보자'라는 심산으로 집어들게 된 책이다.

'당선, 합격, 계급'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공채 제도와 문학상을 현실적이고 아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중심에서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루기 쉽기 때문에 중심에서 주변으로 바라보고자 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조금 지루했다. 초반의 반 정도가 문학상에 대한 내용인데, 사실 나는 출판계와 문학상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내용의 흐름이 문학상과 공채를 비교해가며 다루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누린 자'와 '누리지 못한 자'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쪽으로 흘러가다보니,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장강명이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강명은 공채에 존재하는 입사 시험과 학벌 등으로 나누는 계급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이 싫어서'에 나왔던 것처럼, 나 또한 이것을 비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흠칫했다. 어딜 가나 어디에 다니냐고 물어보면 '대기업 ㅇㅇ 계열사 ㅇㅇ에요~'라는 말을 늘 붙이곤 하니까. 장강명은 입사 시험이나 학벌 등 불편한 제도를 당장 없애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보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그 문턱을 넘는 이후의 불편함이다. 대부분 그 문턱을 넘는 사람들은 그 세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인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얕보기 시작한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오만함은 한번 진입한 사람들로 하여금 더이상의 노력없이 안주하게 만들기 까지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그래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주어 서로 간 신뢰를 쌓게 해주고 건강하고 의미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말에서 마음이 뭉클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여전히 남는 궁금점이 있다. 우리가 지금부터 그러한 인식을 바꿔나가더라도, 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남아있는 간판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마찰을 최소화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목소리에 대해 귀를 닫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어렵고 해결책을 모를 숙제같은 존재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58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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