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

by Mmmmm Park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집 [면장 선거]에 실린 [구단주]의 주인공은 권력을 가지고 한 세대를 풍미한 노년의 신문사 회장이며 야구단 구단주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며 패닉장애가 생기고 마는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이겨내고자 생전 장례식을 거행한다. 오히려 생전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존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사라지고 삶과 자신의 의미를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너무 슬퍼하거나 형식을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쉬움보다는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과 나의 삶은 작은 순간들을 함께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슬픔의 남은 자들의 아쉬움이니 정말 나를 위한 마지막을 준비하고 싶다면, 영어로는 fondly 보내 달라고 아이들에게도 이미 부탁을 해 두었다.


며칠 전 수업에 가다가 문득 연구실에 쌓인 책들을 곧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을 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내 장례식에선 내 연구실과 집에 잔뜩 쌓인 책을 기부하는 Book donation drive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장례식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책을 가져다 놓고 조문객들에게 맘에 드는 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사후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는 이미 나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누군가 내 장례식에 찾아와 준다면 나에게 한때 소중했던, 좀 부끄러운 각종 메모가 적혀있고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는 나의 책을 의미 있게 읽어주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공일오비, 이승환, 푸른하늘 등의 노래도 틀어놓고, 내 여행 사진도 슬라이드 쇼로 보여주면 어떨까? 음식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술도 위스키와 맥주로, 옷은 다들 정갈하지만 멋지게...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나와의 추억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그렇게 장례식을 상상해 본다. 어머, 근데 이런 멋진 장례식을 난 못 보잖아!! 나도 생전 장례식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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