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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01. 2021

이기고 짐에 상관없이 삶으로써

내 짧은 삶에서 이기고 짐에 상관없이 삶으로써 내가 얻은 것은 자유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승부욕이 약하다.

공부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할만큼 뭔가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에 성적으로 즐거워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아마도 성적이 좋건, 나쁘건 크게 좋아하시지도, 크게 걱정하시지도 않으셨던 부모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달리기를 나의 주종목 운동으로 하게 되면서는 나는 진심으로 승부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지고 보면 내 운동 인생 30년 동안 나는 팀 간의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팀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사회성이 떨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학교에서 체육 시간을 빼고는 팀 경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같이 취미로 장거리를 뛰는 사람에게는 승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나보다 앞에 가는 사람이 워낙 많을 뿐더러, 특히 장거리 달리기의 목표는 나와의 싸움, 어제의 기록을 돌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 이상, 난 누구와 경쟁하며 달리기를 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남을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내 다리의 움직이, 내 폐의 상태, 피부가 느끼는 온도... 이런 것이 장거리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사실 학자라는 나의 직업도 이기고 지는 일이 없는 일이라서 정말 내 마음에 든다. 날마다 자기와의 싸움이다. 가끔 그래서 더 피곤하기도 하지만, 누구랑 비교할 필요가 없고,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날마다 반드지 2페이지 이상은 글을 쓴다라거나, 다른 사람 논문을 내일까지 읽겠다는 따위의 목표를 세울 뿐, 경쟁이라는 것이 없다. 가끔 연구비를 따기 위한 지원을 할 때 경쟁 비스무리한 것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불확정다수의 신청자와의 경쟁이기도 하고, 대부분 절대 평가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신청자가 적어도 내 연구비 신청서 내용이 부족하면 연구비를 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세운 목표에 의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편하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쉬는 방학이나 주말에는 더 피곤할 때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주말이나 방학에도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얻은 자유야말로 내가 무엇과도 바꾸고 싶은 않은 그것이다. 

일단 내 자신의 기준 외의 다른 것은 나를 괴롭힐 수 없다. 심리적으로 상당히 평화롭게 살 수 있는데, 아마도 난 누구와 비교할 필요가 없어서일 것이다. 또한 내 페이스대로 갈 수 있다. 돌아보면 나는 최연소 **과는 완전 반대로, 모든 면에서 조금씩 늦었다고 볼 수 있는데, 대학교도 중간에 휴학하고 노느라 6년만에 졸업했고 (군대 다녀온 남자 동기들과 같이 졸업했다), 회사 다니다가 석사 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동기 중에서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었으며, 석사 후에 일하다가 첫째 낳고 다시 박사 입학해서 둘째 낳고 마쳤으니 박사 졸업도 남들보다 많이 늦었다. 학교에서도 승진도 남들보다 오래 걸렸으며, 말하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난 한번도 조급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그것에 최선을 다 하느라 뭐 다른 것을 돌아볼 필요도 없었고,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누린 자유였던 것 같다.


난 앞으로도 남들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나의 인생 속에서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걸 알아버린만큼 이제는 더 경쟁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렇게 경쟁에서 자유롭게 사니 평탄한 인간 관계는 덤! 우리 학과에서 아무도 날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아서 다들 나에게 친절하다 :) 밥도 잘 사 주고 쓸데없이 괴롭히지 않아 너무 좋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지금 내가 한 선택에 100%를 쏟으며 어제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그걸로 만족하는 거지. 그리고 저녁엔 맥주 한 잔! 오늘 안주를 상상하니 벌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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