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넥서스]의 서평을 쓸 자격이 없다.
이제 겨우 2장까지 읽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읽는 동안 너무나 강렬하게 든 기분을 표출해야 하기에 서평을 쓰기로 했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사피엔스]에서 느꼈던 그 방대한 지식과 시대를 넘나드는 예시, 주장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제시 등을 역시나 볼 수 있었다. AI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내 업무상 AI 시대의 지식의 연결, 인간이 지향해야 할 나의 포지셔닝 등,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너무 흥미로웠다. 특히 그가 말하는 "역사는 변화를 기록한 것"이라는 말 자체가 AI 시대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측해 보고자 애쓰는 나에게 상당히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1장이 시작되고 '정보(information)'를 정의하면서 그의 생각의 흐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논의의 주요 키워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저자가 이 책에서 '정보'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는 걸 나는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책도 술술 읽혔고 그의 스토리텔링에 푸욱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드는 예들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언급되었고 그것이 단지 여러 다양한 예들 중 하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성경의 이야기들과 성경이 가지는 의미, 특히 예수의 실체는 존경받았던 여러 랍비들의 족적을 합쳐놓은 상상의 인물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등 매우 유대교적인 예를 길게 언급하고 있다. 사실 나는 가톨릭이기는 하지만 인간들의 가식적 종교의식과 종교의 이름으로 행하는 이기적인 행위들에 환멸을 느낀 후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하는 종교적 행위는 모두 거부하는 사람이다. 또한 성서에 등장하는 기적, 가르침 등 역시 기록자들에 의해서 점점 변해 왔고 위정자들이 자기 권력 유지를 위해서 성서의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유발 하라리의 이런 시각이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시각으로 받아들일만하다. 하지만 이미 영향력인 큰 세계적인 역사학자가 AI 시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면서 너무 개인적인 종교 신념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갈등 부분을 너무나 많이 인용하는 것이 정말 불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2장에서는 독일 나치즘도 하나의 예로 들면서 정보와 힘(권력)의 관계, 막시즘에서 이야기하는 스토리 (연결된 정보)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다. 저자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그는 유태인인 데다가 전쟁사로 박사 논문을 썼다고 한다. 그러니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는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 세계에 수많은 전쟁과 국가들의 갈등이 있는데 굳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역사적 갈등을 주요 예시로 삼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어제 달리면서 원서 오디오 북으로 접했다. 좋았던 건, 원래 달릴 땐 오디오북을 가볍게 듣는 편인데 어제는 의도치 않게 비판적으로 듣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장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후 대체 한국어 서평들은 어떨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칭찬 일색이다. 물론 역사학자로써의 통찰력을 분명 대단할 것이다. 나 역시 그걸 기대하고 이 책을 사서 읽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는 이 책을 더 읽어야 하나 약간 고민하기도 했지만 뒷부분은 다를 수 있으니 계속 읽어볼 예정이다. 같은 학자로서 이런 스타 작가가 다른 이들의 가치 판단에 대한 오만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장까지 읽어 본 후 다시 서평을 제대로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