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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16. 2020

매거진을 시작하며...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영어로만 글을 쓴 지 14년...

생각해 보면 지난 14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한국어로 학문적인 글이든, 교양 수준의 글이든 쓸 기회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막상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사람이 한국어만으로 내 연구 결과를 써 내거나 강의하지 못한다는 것에 약간의 회의를 느낄 무렵, 모국어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해졌다. 

아쉽지만 한국에서 하는 학회나 한국에서 한국어로 출판한 글들은 여기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얘네들이 이해를 못 하므로), 또 다른 사람의 연구를 읽을 때에도 영어로 쓰인 것들만 읽기 때문에 한국어로 글을 쓸 기회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었다. 얼마 전, 한국 학회지에 한국에서 연구하시는 분과 한국어로 글을 실은 적이 있지만 그 때에도 일을 분담하여 글을 쓰는 일은 그 분이 주로 하였기에 내가 글쓰기에 기여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또, 나름의 노력으로 한국 대학교에서 특강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그 기회에 한국어로 특강을 진행하려고 노력하여, 아직도 자료는 영어로 된 자료를 쓰지만 강의는 한국어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연구에 사용하는 용어라든가, 새로운 모델을 설명하려고 하면 한국어로는 딱 와닿지가 않아서 영어로 다시 돌아가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한국어보다 잘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영어는 연구용 언어이기 때문에 낯선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뭐...


아무튼 한국어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국어로도 내가 사랑하고, 날마다 즐겨 하고, 너무너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나의 연구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정말이지 큰 도전이고,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다. (사전을 찾아가며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떨 때에는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약간의 외부 동기를 부여해야 오래 한국어로 글을 쓸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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