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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16. 2020

여러 언어를 말한다는 것은...

다중언어, 멀티링구얼, 다언어화자...

세계화가 된 요즘 외국어 하나쯤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제는 언어 2개를 구사하는 뇌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서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뇌에 대한 연구가 언어학계에서 아주 핫!하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단일어 구사자가 없다고 하는 EU에서는 Modern language centre를 중심으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인구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승연이라는 강연자? 연예인?이 자주 텔레비전에 등장해서 외국어를 배웠던 경험에 대해서 강연하는 것을 보았다. 재미있게 말도 잘 하고 나름의 근거를 잘 대는 것 같다. EU국가 중, 북유럽을 중심으로 제3언어 습득 (third language acquisition)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시작되어 (네덜란드, 스웨덴 등) 지금은 영국, 스페인, 오스트리아에도 연구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생활과 멀지 않은 이야기

그 주제도 무척 다양한데 우리에게 낯선 연구 분야로는 family language policy (가정 내 언어 정책)이라는 것도 있다. 유럽에는 워낙 이동이 자유롭다 보니까 부모의 모국어가 다르고 게다가 현재 거주지의 언어마저 다른, 세 개의 언어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이 많다. 이 와중에 부모가 서로의 모국어를 할 줄 몰라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치면 언어가 네 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가족 안에서도 어떤 구성원이랑,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어로 이야기할 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더뎌지고 (조기 이중언어 화자들의 일반적인 특징) 의사소통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도 하지만 학자들은 가정 내 언어 정책을 세우고 그 정책에 따라서 언어를 선택하여 구사한다면, 한 가정 내에서 여러 언어를 쓴다고 해도 오히려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고 여러 언어가 골고루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주위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가족 안에서도 나름의 언어 정책을 세워서 지키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가족들끼리는 무조건 한국어를 쓰기! 아이들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한국어 책을 읽어 주고, 한국어로만 대화하고 했기 때문에 한국어 사용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학교)생활 언어만 영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이 전달되는 언어도 영어로 바뀌면서 그 지식을 한국어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생기게 되었다. 게다가 애들이 유치원에 배웠던 동물 이름부터, 지금 배우는 과학, 수학까지 내가 영어로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이제는 한국어로 바꿔서 말해 줄 수도 없는 지식들이 많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다중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언어를 많이 아는 게 과연 좋은 걸까? 성서에 따른 역사에서는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에 대한 벌로 다양한 언어가 생겨났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럼 역사적으로 우리의 조상들은 다중언어를 신의 벌이라고 생각할만큼 극단적인 인류의 불이익을 준 문화라고 생각한 걸까? 언어를 가르치고 언어를 사용하는 뇌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 유럽 귀족 사회에서는 외국어를 배우고 구사하는 것은 기본 소양 중 하나로 여겨졌다 (물론 여기에도 언어 사이에 헤게모니가 적용되기는 했지만). 또 영어가 파워가 되어버린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여러 언어를 말할 줄 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대입 수험생에게는 대학 입학을 좌지우지하는, 취준생에게는 취업 준비에 필수적인, 여행자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언어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제일 재미난 일이다. 

언어는 그냥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곧 구글 트랜스레이터가 외국어를 배우는 수고를 덜어줄 거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저 피상적인 측면에서 내가 구사할 줄 아는 생존 기술에 하나를 더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언어 기술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지 발달이나, 인종 차별 성향, 문화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이야기를 매거진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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