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잘하면 수학 성적이 좋아진다고?

언어 실력과 관련된 수많은 것들

이전 글에서도 외국어를 공부했던 경험이 이후에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뇌의 발달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 썼었다. 사실 외국어를 공부했던 경험은 후에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뿐만이 아니라, 알츠하이머가 발현되는 나이를 늦추거나,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 향상, 패턴을 인지하는 능력, 범용 학습 전략 향상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몇 년 전, 아일랜드에 있는 동료 연구자 중 한 명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외국어 학습 경험뿐만이 아니라 모국어 실력도 외국어 학습과 심지어는 수학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Dahm, R., & De Angelis, G. (2018). The role of mother tongue literacy in language learning and mathematical learning: Is there a multilingual benefit for both? International Journal of Multilingualism, 15(2), 194-213. https://doi.org/10.1080/14790718.2017.1359275

최근 언어심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들을 보면 지속적으로 국어 실력, 특히 국어 문법 능력이 이후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과 긍정적으로 상관 관계가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른 요인들을 통제한 다음 실험을 했는데 모국어 문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학생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더 언어적 규칙을 잘 찾고 학습을 쉽게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2018년에 발표된 연구는 국어 실력이 수학 성적과도 긍정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전에도 수학적 컨셉과 사고는 초반 수학 수업의 언어로 저장이 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언어 능력에 상관없이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는 연구는 많았다. 예를 들어, 나 역시 언어학 연구에 대한 논의와 글 쓰기는 이제 영어가 더 쉽지만, 수학적 사고만큼은 한국어로 꼭 바꿔서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좀 큰 숫자가 나오면 100% 종이에 쓴 다음 한국어로 읽어 봐야 그 수의 크기나 개념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우리 아이들도 수학을 학교에서 영어로 처음 배워서 그런지, 다른 주제는 한국어로 곧잘 이야기하지만 숫자는 한국어로 말해 주면 다시 영어로 바꿔서 말해 달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잘 하려면 모국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만 수학 실력이 향상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교육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의 미래 학습에 있어 제약적인가를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오래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영국도 80,  90년대에만 해도 초등학교에서는 영어와 산수만 배웠다고 한다. 특히 영어 수업이 매우 중요했는데 지금은 과목 수가 늘어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떨어졌고, 그 결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초등 교육에서 국어 교육에 어떤 의미를 두는지 궁금하다. 우리 아이들이 토요 한국 학교에서 사용하는 한국 국어 교과서를 보면, 내가 학교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의미진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초등, 또는 그 전부터 국어보다 영어나 수학 같은 과목을 너무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언어란 mental representation, 즉 추상적인 생각이나 개념, 세상을 보는 관점, 이해하는 필터를 구성하는 체계를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에 모국어가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모국어 실력이 좋고, 모국어 체계를 잘 이해하는 아이들은 이후 모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무엇이든지 습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니 모국어를 잘 하는 아이들이 수학, 아니 과학, 역사, 사회까지 다 잘하게 된다고 믿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