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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Oct 06. 2022

열심히 살자? No, 능력껏 살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직장인보다 더 과중한 부담감에 짓눌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세계 순위 안에 드는 대학교에 들어왔다는 자체가 어렸을 때부터 굉장한 능력치를 선보이거나,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포장이 된 상태라는 뜻이다. 게다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끝없는 (정말이지 '끝없는'이 주는 절망, 끔찍함을 생각해 보라!) 노력을 해 왔다는 뜻이 것이다. 

그런데 대학교는 마치 자기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인 것처럼 학생들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듯하다. 성적, 수행 (실제 수행 평가라는 건 없지만 마치 고등학교 '수행'과 비슷한 다양한 활동) 등을 쌓아가고 있는데, 그것이 뭘 위한 것인지 잘 모르고 그저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로 말하자면, 야망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사람이다. 그래서 학과에서 여러 동료들과 편히 지낸다. 이런 경쟁 사회 (승진, 보너스 관련 등등)에서 '나는 할 만큼만 하고 그저 내 자리에 만족하겠소.'라는 말과 행동을 보여 주다 보니 다른 동료들은 나를 절대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주는 데에 아주 관대한데, 즉 나에게 뭔가를 부탁하면 자기가 약자가 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고 나를 도와준다고 해서 자기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에 관한 모토, 

친구도 적도 만들지 말자!


를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니까 직장 생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정말 편하다.


그런데 이런 대학생들과 대화를 해 보면 항상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너무 피곤하다, 쉴 시간이 없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다'라는 태도가 이 모든 상황의 시작점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스스로 자기 능력이 허락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쉬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루 24시간, 내 건강과 능력이 허락하는 안에서 뭔가 일을 벌이거나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것을 성취하려다 보니 이 사달이 난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 인턴쉽을 하면 수업은 2개 정도만 들어야 시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데, 조기 졸업을 하려고, 학점을 쌓으려고, 좋은 인턴쉽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인턴쉽도 하고 수업도 3-4개를 듣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면 당연히 풀타임 인턴쉽, 즉 직장인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수업도 3-4개를 듣는 상황이 되면, 이게 과연 누구든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는 상황인가 싶다. 

결국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열심히 사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또는 월급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려고? 내가 날마다 발 동동 굴러가며 똥줄 타듯 살면서 증명해 낸 나의 능력치를 보고 나에게 기회를 준 직장이라면, 그 직장에선 역시 그렇게 최대한, 또는 내 실제 능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삶의 패턴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은 나는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가는 셈.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는 것이 아니라 평생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능력껏 살자!

이렇게 사니 날마다 나는 여유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바쁘시죠?'라고 인사치레로 물어보면 난 정색을 하고 '안 바쁜데요? 시간 많아요.'라고 대답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계획하고, 그 계획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잘 해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모든 것이 내 통제하에 들어오니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또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 들어오면 (의무 사항이 아닌 추가적인 연구 프로젝트나 협력 과제, 논문 지도 등)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NO'라고 대답한다. 거짓으로 어떤 약속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보상도 그냥 내 능력껏 기대하면 된다. 사실 내 삶의 기준에서는 지금 내 수입도 충분하다. 월급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 먹고, 애들 학교 보내고, 일 년에 한두 번 여행하고 사는 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것이 진짜 의미가 있으려면 그 돈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심리적, 생활적 여유가 동반되어야 한다. 휴가도 많이 사용할 수 있고, 집안일도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있고, 클럽 멤버십 정도도 가지고 있고... 주변에 의대나 치대 교수들은 나보다 월급은 훨씬 많지만 나에 비해 놀 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에 돈을 벌어도 가족들이 다 쓰고 본인은 막상 날마다 일만 한다. 물론 가족을 위해 편안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하는 희생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렇게 30-40년을 사는 것이 진정 괜찮을까?


능력껏 살자. 열심히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그런 산업 혁명 시대의 발상 같은 건 모두 잊고, 안분지족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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