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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l 04. 2022

엄마와 옥수수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자, 옥수수, 고구마 삶은 것, 김치찌개, 고등어자반 구이 같은 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엄마는 80년대부터 집에서 오븐을 사용해서 양식, 베이킹도 곧잘 하실 만큼 요리를 잘하기도 하셨지만 또 우리가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턴 직접 텃밭을 가꾸시며 식재료까지 직접 키워내셨다. 집 뒤에 바로 텃밭을 일구셔서 여름엔 학교에 다녀오면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밭으로 가서 엄마가 수확한 오이, 토마토 같은 걸 씹으며 낮잠도 자고 벌레도 잡고 놀았던 것 같다.


특히 한여름이 되면 달콤하고 포실포실한 옥수수랑 감자는 날마다 저녁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포도도 덩굴을 이루었는데 너무 예쁘게 달리긴 했지만 보기만큼 달지는 않아서 포도를 따서 동생들이랑 던지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오랜 시간 코로나로 인해 금지되었던 여행이 풀리고 드디어 올여름에 한국에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보내러 오겠다는 나의 계획을 듣고 엄마는 평소보다 일찍 옥수수와 감자를 심으셨다. 옥수수는 원래 4월 초에 모종 하는데 올해는 열흘 일찍 하우스에서 모종한 다음 따뜻해진 후에 옮겨 심으신 것이다. 내가 유월에 온다고 하니 한국에 있는 동안 먹이시려는 엄마의 원대한 계획.

몇 개월간 ‘빨리 커라, 빨리 커라’ 주문을 외우시며 정성을 들인 결과, 어제는 드디어 어린 옥수수와 햇감자로 파티를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로 파티!! 그리고 올해 유난히 잘된 복숭아들까지 아주 제대로 진수성찬이었다.

어제 식사 사진


오랜만에 맛보는 엄마의 감자, 옥수수, 고추, 오이, 토마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안 그래도 내가 그동안 너무 말랐다고 걱정하셨는데 어제 옥수수 다섯 개, 감자 세 알, 그 외 채소를 끝없이 먹는 걸 보고 엄마는 흐뭇해하셨다. 마흔도 넘은 자식이라도 입에 들어가는 걸 보시면 행복하신가 보다.


이제 내일이면 싱가포르로 돌아간다. 엄마는 점심 식사 후 다시 엄마 농장에 가자신다. 어제오늘 해가 좋아 옥수수가 더 익었을 것 같다며 저녁으로 옥수수 쪄주신다고…


‘엄마, 나 어제 실컷 먹었어. 옥수수 먹자고 엄마 힘들게 무슨 농장까지 한 시간 운전해서 가’

‘얘, 사람들 외식한다고 외곽으로 멀리 나가는데 이것도 못 하니? 오늘 한 번 더 먹여서 보내지 않으면 옥수수 먹을 때마다 네 생각이 날 것 같아ㅠㅠ’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바구니 들고 옥수수밭을 헤매시는 엄마가 신나서 소리치셨다.’


‘어머나 이것 봐. 하루 만에 어떻게 이 만큼이나 더 여물었다니!’

그리고 옥수수 30개쯤, 블루베리, 고추, 오이 등등을 마구  오셨다. 게다가 내가 입덧할  좋아해서 엄마가 많이 키우게 되신 복숭아까지  무덕 수확하여  자리에서 옥수수 찌기 시작!

오늘 번개같이 수확한 것들


나에게 옥수수를 한 번이라도 더 먹이시려고 일찍 심으신 그 마음, 이틀 연속으로 그저 옥수수 수확만을 위해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운전하신 70대의 여전히 고우신 울 엄마.

내가 옥수수를 흡입하는 걸 보고 좋아하시는 우리 엄마를 보며 다시 한번 이런 게 사랑이라는 걸 느꼈다. 늘 그래 왔지만 앞으로 당분간 옥수수를 볼 때마다 엄마를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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