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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n 18. 2022

자기만의 방

엄마의 농장

올해 70이 되시는 우리 엄만 70년대에 결혼하셔서 평생 전형적인 가정주부의 역할을 해 오셨다. 특별히 고등교육을 받으시거나 진보적이거나 여성운동의 ‘여’자도 모르는, 오히려 보수적인 할머니다. 하지만 우리 엄마야말로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사람이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하지만 엄마의 힐링 장소를 제공해 주는 농장이 바로 그 ‘방’이다. 88년도부터 집 근처에서 빈 땅에 밭을 일구셨는데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 온 후 본격적으로 용인에 땅을 사서 농장을 만들고 돌보고 계신다. 엄만 우리들의 사춘기를 보낼 때, 또 할머니를 떠나보내시고, 우리들이 모두 결혼해서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 때 그 농장에서 몸을 사용하며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신다.

엄마가 버지니아 울프가 누군지 알기나 하실까? 하지만 엄마의 지혜를 따라갈 수가 없다. 농장에서 몸을 쓰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시고 때론 혼자 하모니카도 부시고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즐기시며 엄마만의 시간을 보내실 뿐만 아니라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지켜내신다.



또한 그 노력의 결실로 우리에게 한 상 차려 주시며 보람을 느끼시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전히 매일을 스스로 바쁘게 사신다. 가끔은 이젠 좀 쉬엄쉬엄하시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그게 바로 우리 엄마가 자유를 느끼는 방식인 것을… 참으로 소탈한 ‘자기만의 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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