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두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고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미국인 타일러. 대중에겐 아주 똘똘하고 스마트한 방송인 이미지가 익숙하다. 그를 조금 더 안다면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밟은 학자이자, 뛰어난 학식과 두터운 지식을 가지고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젊은 리더로 이해할 수 있다.
WWF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던 그였기에, 그가 환경 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보적인 지식이라는 점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저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강경하고 진취적이지만 한국 사회의 보수성, 부족한 실천 정신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소극적인 실천방법이나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지점도 고민한 듯 보인다.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는 시대정신을 강한 어조와 실제 사례들을 통해 비판하는 책이다. 그는 자신을 향할 비판의 화살도 인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의 상황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 나 하나의 행동이 거대한 지구를 바꿀 수 없다는 자조적인 이야기, '너나 잘해'와 같은 감정적인 비난까지 알고 있는 그는 결정적으로 비도덕적이고, 환경 보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자국(미국) 정부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점도 강하게 느껴진다.
과연 환경 보호를 외치는 타일러를 향한 비판이 합당할까? 타일러는 이러한 지점에 대해서도 하나씩 논파하고 정리한다.
외국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환경 문제는 한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미래지향적이며, 세계시민주의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하나의 행동이 바꿀 수 없다는 자조 섞인 입장에는 결국 나 하나의 행동부터 바꿀 때, 사회와 세계가 변할 수 있다는 원론적이지만 가장 강한 비판점을 택하기도 했다.
'너나 잘해'라는 감정적인 비난에 대해서도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작은 행동, 그리고 이에 대한 방법론을 추천하면서 개인의 실천을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 버몬트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제기한다. 버몬트는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실체적인 피해를 기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과의 상생, 상생을 넘어 자연과 환경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에게 기후위기가 미친 영향은 당장 지갑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을 목격한다. 우리의 작은 행동들은 하나씩 모아져 거대한 물결을 이뤘고 나비효과, 스노볼이 되어 버몬트라는 지역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이른 것이다.
환경오염, 이상 기후, 기후 위기까지 우리의 위기의식에 따라 세태를 부르는 용어도 변해왔다. 사실 이러한 단어들 보다, 타일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제목이 더 와 닿는다. 보통의 위기는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나아가는 반면, 환경 위기는 지구에서부터 조금씩 '나'를 향한다. 우리가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때는 그 문제와 피해가 심각해진 시점일 수 있으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구태의연하지만 이 말이 가장 적절하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