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찰스 에핑의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을 읽고
이라고 하면, 서평을 날로 먹는 걸 테니. 슬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경영학 전공생이자 여러 방면으로 경제 지식을 조금은 습득한 상태라 '세계 경제'를 만만하게 보지는 않지만, 책은 만만하게 집어 들었다. 역시나 경제는 쉽지 않다. 책은 'Level'로 편집돼있지만, 단순히 단계적으로 더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개념이 얽혀서 제시된다. 아마 레벨이 올라가는 이유도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가 '경제 체제' 내부의 영향을 넘어 사회•정치적인 부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제금융 전문가이자 대중 경제서적을 여러 차례 저술한 사람이다. 여러 개념들을 다채롭게 그리고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는 정말 살아있는 생물처럼 요동친다. '나비 효과'는 그 효과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없을 것 같지만,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발현될 수 있다.
책의 전반부는 기초지식을 망라하고 있다. 융합 경제, 암호화폐, 구제금융 등. 경제 기사를 읽을 때, 부가적인 설명도 하지 않는 개념들이다. 일단 이 챕터를 읽고 나면 책의 중•종반부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물론 초반부도 '기초'라고 하기엔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Level 2에 나오는 환율 조작, 해외 주식과 채권, 소득 탄력성, '펀드' 부분은 전문적인 개념이 등장한다. 저자의 집필 노력에도 금융 공학과 상품 개발의 심오한 세계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겪는 딜레마를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 부른다. 트리핀 딜레마는 달러의 가격이 초과 수요로 인해 정상보다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 달러가 강세인 경우 미국 수출품의 가격도 정상적인 가격보다 더 높아지므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큰 폭의 무역 적자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발췌_이처럼 개념이 설명되는 부분도 있다.)
중반부는 디지털 시대와 개방•폐쇄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세계 시장을 위주로 개념을 설명한다. 두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상호 간에 강한 연결관계가 존재한다. 기술의 발전은 세계화를 넓고 빠르게 퍼지도록 만들었고, 세계가 두껍고 넓게 연결되면서 디지털 혁명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스마트폰 하나로 한국 주식시장을 들여다보고, 잠에 들기 전 미국 주식장을 들여다보며 양쪽 시장의 투자를 넘나 든다. 세계화는 선진국은 부유해지는 동안 후진국은 점점 가난해졌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은 전 세계를 무대로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선진국 내부는 자본이 자본을 낳는 현상이 일어나고 양극화 현상은 점점 가난해지는 90%의 사람들을 정치가 파고든다. 트럼프를 필두로 한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스트가 득세하여 세계화에 반대 기치를 내세우고 폐쇄의 길로 들어섰다. Level 4, 5, 6의 구성은 디지털 혁명이 세계화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개방•폐쇄의 전쟁이 폐쇄의 승리로 이어지는 연쇄 과정을 연상시킨다.
종반부는 새로운 세대가 만난 경제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경제는 미궁 속에 있습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상황은 또다시 여러 이야기와 용어, 개념을 양산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제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정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경제의 주요 주체로 등장해 현상을 직접 빚을 수도 있다.
그래프가 없는 경제 서적은 낯설기까지 했다. 사실 이 책이 어떠한 수식이나 숫자에서 벗어나서 설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쉽게 정리하려는 시도, 경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그래프와 수식이 없다는 점은 책 제목 그대로 경제를 만만하게 만들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또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제 용어 설명까지 꼼꼼히 읽었다면 경제신문이나 기사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책을 시작으로 다음 경제 서적을 읽고 지식을 두껍게 만들 때 경제 전반을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