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기하게도 이 인터뷰를 받기 전날에 매일 같은 하루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썼어요. 저의 일상은 매일 같아요. 그리고 소박하고 평범하고 행복하죠. 제가 원했던 삶이에요.
매일 같은 시간 6시에 일어나 보일러를 올리고, 거실에 나오면 키우는 고양이가 부비부비를 해주고 전 앉아서 냐옹이를 15분간 쓰다듬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아이 가방에 넣어줄 수저통과 물병을 챙기고, 아침 청소와 정리를 하고 7시에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켜놓고서는 30분에 아이를 깨워요.
남편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한번 폭 안기고 우선 아침을 먹어요! 아이 준비 제 준비가 끝나면 손을 잡고 끝말잇기를 하며 학교에 데려다 주어요. 매일 같은 시간 반복되는 날씨 속에 자라는 새싹들, 흩날리는 꽃잎들, 살랑한 바람들 시원한 빗물들, 보석 같은 눈을 맞이하는데 이 모든 걸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아이가 학교 건물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 뒤돌아봐주면 손을 크게 흔들어줘요. 지하철에 도착해서 회사에 도착하면 제가 1등이에요. 이 시간이 정말 좋아요. 사무실 창문을 전부 열고 음악을 켜고 청소 정리를 한 다음 이메일들 확인하고 업무 시작을 해요. 출근하는 직원들과 반가운 아침인사를 하고 커피타임도 갖고 회의도 하지요.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콩나무 시루의 한가닥처럼 서있지만 이내 한강공원역에서 내려서 한강 길을 따라 집까지 걸어와요. 저 멀리 노을 지는 것도 보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기도 하고, 운동 겸 산책처럼 퇴근을 하며 친정부모님과 통화로 수다를 떨기도 해요.
가끔 지하철역에서 남편과 퇴근길에 만나 지하철 오뎅 2개를 사 먹고 깍짓손을 끼고 같이 집으로 오기도 해요. 집에 도착하면 저를 반겨주시는 시부모님과 딸아이가 있어 불 켜진 집으로 들어가는 게 고마워요. 저녁을 배불리 먹고 아이와 저는 샤워를 하고 공부도 하고요, 잠을 자기 전에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10시에 딱 잠들어요.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어요. 이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들은 제가 크게 흔들리고 아픈 일일 있을 때 도움이 되어줘요. 아마 우리 아이에게도 그럴 것 같아요.
당신의 닉네임?
옐로삐약이-친정엄마가 어릴 때 저를 불러주셨던 별명이예요. 나이는 막! 40대입니다.
같이 사는 사람?
남편, 딸아이, 고영희씨(14년된 코리안숏헤어 고양이님), 그리고 바로~~ 옆집엔 시부모님! 바로 옆집이라 벽 하나를 두고 자기 전에 톡톡 치면 ~ 시부모님도 톡톡치며 잘 자라고 해주셔요~ ㅎㅎㅎ
요즘 좋아하는 사람? (남편 말고!)
아~ 어렵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라고 할게요. 회사에 이직하고 나서 제 밑으로 직원들이 들어왔는데 요즘 사람들 정말 똑똑하고 멋져요. 볼 때마다 놀라워요. 그래서 많이 배우고 있고 배우고 싶어요. 참 착하고 다들 능력자들이라 어린 친구들인데도 본받고 싶어요. 우리 아이도 저런 점을 닮으며 자랐으면 좋겠다 싶고요.
요즘 고민?
인테리어요. 몇 년 전에 드디어 집을 샀어요. 결혼 12년 만에 첫 내 집 장만을 했어요. 드디어 내년 봄에 들어가느라 이번 가을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담을 해야 해요. 이 날을 꿈꾸기까지 인테리어만 보며 내 집사는 상상을 했는데 막상 사서 하려고 보니 어떤 콘셉트를 해야 할지, 색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가족 구성원들 개인 공간을 어떤 식으로 협의를 해야 할지 구조변경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손잡이 하나까지도 고민이에요. 행복한 고민이네요.
올해 계획?
올해 꼭 하고 싶은 것은 일러스트와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을 배우는 거예요. 회사 업무 중에 다른 팀에서 하는 업무인데 너무 재밌어 보여서 저도 하고 싶더라고요. 저의 취미와도 결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 보고 싶고,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회의에 걸쳐 간추려진 디자인들을 만들어내는데 좀 답답하더라고요. 아,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의사소통이 잘 전달되어 완벽히 제품 디자인을 이끌어내면 좋은데 이게 좀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상상하고 있는 그리고 회의 후 모아진 의견대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이 부분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9년 우리끼리 워크샵에서 그녀의 발표
※ 만두의 뒷 이야기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고 간 날, 만두는 술이 잔뜩 취해서 집에 오자마자 속을 게워냈다. 처음 사적인 만남의 자리에서 그렇게 나를 무장해제 시켰던 그녀.
눼에? 시어머니 친구분들과 같이 막춤을 추셨다구요? 눼에? 시어머님과 소울메이트요?
눼에? 사진 전공이 아니고 요리가 전공이시라구요?
자유로운 그녀.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 늘 사람들에게 줄 무언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녀.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가 그녀에게 귀를 쫑긋한다.
그녀의 인생 속 드라마 같은 일에 놀라면서도 그녀에게 더 빠져드는 건 그 놀라운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가 보여준 씩씩함과 용기때문일 거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멋지게 적응하고, 새로운 일도 많이 배우고, 새로운 집에서도 새로운 행복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를. 축복한다.
* 만두부인에게 하고 싶은 말?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에게 반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저는 쭈욱 만두부인님께 반해있어요. 이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반하는 사람에게는 그 당사자가 완벽한 인물인 것 같아요. 만두부인님은 제가 없는 걸 갖고 있는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만두부인님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껴지는 부분은 사실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녀를 완벽하다고 느끼고 반했던 모습들은 그런 부족한 모습들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내 말에 내 글에 경청해주는 모습.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를 재밌게 순조롭게 풀어가는 진행자의 모습.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순응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모습.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제 기준 부러운 것 투성이죠.
그렇게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멋진 여성도 처음 봤으며, 웃을 때 입술 옆이 펴지는 데 짓궂면서도 부드러운 미소. 안경이 잘 어울려 스마트해 보이는 모습도. 꼿꼿한 자세 쭉 펴진 허리에 일어선 모습, 팔다리 길어 길쭉길쭉한 몸매까지.
그래서 만두부인님이 저와 평생 이렇게 글을 나누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기를 바래요. 멀리 있어도 자주 못 만나도 가끔은 무엇으로나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래서 가끔 만나서 그 시간 동안에 서로에게 집중하며 유쾌하게 웃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로.. 그런 분으로 평생 제 곁에 있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