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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OOGIIII Jul 30. 2023

케이코씨는 왜 복싱을 하는 걸까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시작은 우연히 본 친구의 인스타 스토리였다. 영화 시작 전 광고인 듯 했는데, 링 로프에 복싱 글러브가 걸려있는 장면이었다. 평소 격투기에 푹 빠져있던 나였기에 글러브를 보자마자 친구에게 어떤 영화인지 물어봤고, 그렇게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내 영화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평소 격투기를 좋아하다보니, 영화 곳곳의 대사, 상황 등에 더 공감이 많이 됐다. 이 글에선 영화 줄거리보다 인상 깊었던 대사, 장면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1. 오늘은 콤비네이션 훈련 하자

단발로 끝나지 않고, 연속해서 펀치를 내는 기술을 콤비네이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리듬이 중요한 복싱 특성 상, 콤비네이션 훈련을 할 때 자연스럽게 글러브와 미트가 부딪치는 소리를 즐기게 된다. 펀치와 회피 기술이 적절하게 섞였을 때 나는 투두두둑 소리는 자연스럽게 피를 끓게 한다. 나도 그 희열에 더 열심히 훈련했다. 그런데 케이코는? 케이코는 콤비네이션을 훈련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아뮤것도 들을 수 없는 케이코는 어떤 면에 집중하면서 훈련을 하는 걸까? 영화의 극 초반이었지만 괜히 찡해지는 장면이었다.


2. 뒤로 물러서면 안돼

복싱에는 여러 수비 기술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패링인데, 패링은 상대 펀치를 본인의 손으로 쳐서 흘려내는 기술이다. 극 중에서 케이코가 패링을 연습하는 장면이 있는데, 자꾸만 뒤로 물러나는 케이코에게 코치 하야시가 말한다.


“뒤로 물러나지 마”


당연한 얘기다. 자꾸 뒤로 물러나게 되면 코너에 몰리고, 상대의 펀치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무섭다고 자꾸 뒤로 물러나기만 하면 코너에 몰려서, 순간 KO를 당할 수도 있다. 좀 두렵더라도 위협을 감수하고 문제를 맞닦드릴때도 있어야 한다.


3. 좋았어

케이코는 3번째 프로 시합에서 첫번째 패배를 당한다. 상대 펀치에 의한 다운 이후, 케이코가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서 경기가 종료된다. 이어지는 회장의 한마디


좋았어”


무패의 격투기 선수는 있을 수 없다. 상성이 안 맞는 상대를 안 만났을 뿐이다. 하빕이 무패 아니냐고? 하빕은 퍼거슨과 싸우지 않았고,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했다면 분명 누군가에 패배했을 것이다. 격투기는 그런 운동이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배도 없다. 패배했으면 그 패배로부터 배우면 된다. 회장의 나지막한 한마디는 케이코가 더 성장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자신감 아니었을까.


평소 주변에서 왜 격투기를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스파링 중에 아프지 않냐고, 왜 그걸 참으면서까지 운동을 하냐는 얘기가 주 내용이다. 내가 격투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도 배우는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흥분하면 안 되고,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 겸손하되 자신감은 유지할 것.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말 것. 이외에도 기타 등등 너무 많다. 어쩌면 케이코도 이런 점 때문에 복싱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복싱 프로가 된 것 만으로도 대단한데, 이제 그만하는게 어때?”


아니요, 격투기에는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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