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주재원 일기 1

발령, 그리고 준비

by 만두

예상치 못한 발령

3월 말, 어느 불금에 혼자 소주를 기울이고 있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도네시아 주재원 발령이 났으니 준비하라."


응?

분명 3월 초에는 "자리가 없어 못 나가게 되었으니 다음 기회를 보자"고 들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내가 지원한 나라도 아닌데?

하지만 월급쟁이가 뭘 어쩌겠는가. 그냥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외노자 생활이 결정되었다.


열흘의 전쟁

주말을 심란한 마음으로 보내고 월요일부터 부랴부랴 출국 준비를 시작했다.

4월 초 부임을 목표로 하라고 하니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10일.

10일 안에 차도, 집도, 주변 정리도 다 해야 하고

거기 가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생존물품도 구매해야 하고...

최저가를 찾을 시간은커녕 우선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쿠팡, 네이버에서 마구잡이로 물건들을 주문했고, 태어나서 두 번째로 엄청난 수량의 택배를 받았다.


차는 손해를 감수하고 급매로 처리했다.

집은 세를 주나, 내 짐을 빼서 보관하는 비용이나 그놈이 그놈이길래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대신 친구들에게 한 번씩 환기를 부탁했다.


병원과 약국을 순례하며 장기간 먹을 약을 처방받았고, 상비약도 사며

한 번에 예방주사를 4개나 맞아보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삐그덕, 첫 난관

그렇게 숨 가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비자 발급이 밀렸습니다. 4월 말이나 되어야 비자가 나올 것 같습니다."


순간 머릿속으로 바쁘게 보냈던 지난날들과 감수해야 했던 금전적 손해가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내 첫 주재원 생활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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