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재원을 결심한 계기
잠에서 깨 멍하게 유튜브 쇼츠를 넘기던 어느 날, '극적인 어미고양이 구조'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예전에 함께했던 그 녀석이 생각나 아침부터 펑펑 울고 말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내가 주재원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양이'였다.
과거의 나는 주재원을 꿈꿨다. 해외여행을 워낙 좋아했고,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정말 단순히 주재원이 되기 위해 약 7년간 해오던 업무를 포기하고
주재 발령이 가능한 부서로 옮기기까지 했다.
기존과는 다른 업무, 잦은 출장과 술자리로 지치고 힘들 때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언젠가 가게 될 해외 주재 생활을 그리며 어찌어찌 버텨왔다.
2018년 여름, 또 한 번의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에 있던 나는 운명처럼 한 고양이와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 입양에 관심이 있던 내게 지인이 그 녀석을 소개해주었고, 그렇게 우리의 동거가 시작됐다.
사실 고양이 입양에 대한 부담이 컸다. '고양이의 묘생 전체를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항상 있었다.
누군가 내게 해줬던 말이 잊히지 않았다.
"너에게 고양이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겠지만, 고양이에게 너는 묘생의 전부야. 그걸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난 생후 8개월 된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녀석이 사고를 치면 짜증이 나면서도 너무나 행복했고, 함께하는 시간이 참 소중했다.
내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도 그 녀석은 좋은 사료를 먹였고,
내가 인터넷에서 싸구려 가구를 사서 쓰더라도 그 녀석의 캣타워는 원목으로 맞춤 제작했다.
사람과 고양이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30대 중반이 된 나보다 그 녀석은 사람 나이로 40대 중반, 장년 고양이가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녀석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고, 나는 매주 동물병원으로 출근 하기 시작했다.
약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먹이고, 출장을 줄이고, 여행도 가지 않았으며,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일찍 돌아오는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 꽤 괜찮은 주재 제의도 4~5번 받았지만, 매주 병원을 찾아야 하는 그 녀석을 생각해 모두 거절했다. 어느 순간 내 삶의 원동력은 이미 주재가 아닌, 그 녀석이 되어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흐르고, 결국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언젠가는 이별이 올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아니길 바랐기에,
내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별이였다. 그 녀석에겐 고양이 별로의 여행이였고.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정말 힘들었고 정말 슬펐다.
세상의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이였고 세상이 회색으로 보였다.
그 녀석에게만 내가 묘생의 전부가 아니었다. 나에게도 그 녀석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집에 남아있는 그 녀석의 물건들을 볼 때마다 눈물만 나와서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차에서 잠을 자고, 회사 헬스장에서 씻었으며, 집엔 옷만 갈아입으려 잠깐씩만 들렀다.
그렇게 힘든 나날이 계속되던 그때, 다시 한번 주재 의사를 묻는 권유를 받았다.
그 녀석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술만 마시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멀리 떠나 잡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주재원을 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