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원 일기 23

동남아에서 느끼는 추위

by 만두

발령 후 한국에 있을 때였다.

업무 인수인계와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던 중,

장난처럼 들려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조언이 있었다.

바로 사무실이 엄청나게 추우니 꼭 자켓을 챙겨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더운 나라니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겠지.'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름에는 에어컨을 세게 틀지만, 사무실에서 긴팔을 입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냐는 생각이었다.

그 안일한 생각은 자카르타 사무실로 첫 출근하던 날 여지없이 깨졌다.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출근 2일 차였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밤사이 쌓인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진짜 너무너무 추웠다.

에어컨 온도가 몇 도로 설정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위로 직접 쏟아지는 차가운 바람에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이후 자리를 옮기면서 머리 위 에어컨 지옥에서는 탈출했지만, 사무실 온도 자체가 낮은 건 여전했다.

결국 연말에 한국에 돌아갈 때 입으려고 가져왔던 경량패딩을 사무실로 들고 와서 껴입고 버텼다.


가끔 한국과 화상회의를 할 때면,

한국에 계신 분들이 "왜 거기서 경량패딩을 입고 있어?"라며 의아해하셨다.

적도 근처 열대 국가에서 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게 보였을까.


물론 나만 유난히 추위를 타는 건 아니었다.

다른 주재원들도 사무실에서 모두 오들오들 떨며 자켓을 껴입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런 극한의 추위를 오직 한국인만 느낀다는 점이었다.

한국보다 훨씬 더운 나라에서 태어나 평생을 보낸 인도네시아인들이라면,

당연히 추위에 대한 내성이 낮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들의 에어컨 내성은 한국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나는 경량패딩을 입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반팔에 심지어 나시를 입고 다녔다.

오히려 가끔 "좀 덥네요"라며 불평하는 모습을 보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평생을 에어컨과 함께 생활해온 그들이기에 이런 냉기에 적응된 게 아닐까 싶었다.

한국인들은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다른 온도에 적응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강력한 에어컨 환경에 노출되어 왔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깨달았다. 인수인계 때 들었던 그 조언이 전혀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을.

자카르타에서 근무하실 예정이라면, 제발 자켓은 필수로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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