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스타그램용 순간들

내 인생은 그래야 한다는 믿음

by 맨디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아, 이건 인스타에 올려야 되는 사진이다!’ 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 순간. 또는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서 사진을 찍게 되는 순간. 난 그걸 인스타그램용 순간들이라고 부른다.


뉴질랜드 회사에서 퇴사할 때 동료들이 준비해준 선물과 정성스럽게 써준 카드를 받자마자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인스타에 올려야해!!' 누군가에게 그 순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난 보통 내가 기억해 두려고 인스타에 올린다. 내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팀원이었다는 그 증거를.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인스타용 순간들이란 결국 내가 용인할 수 있는 나의 순간들이겠구나!'


여행지에서 보내는 유유자적한 시간, 주말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브런치, 카페에서 읽는 책,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은 목걸이와 발렌타인 초콜릿,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 환히 웃고 있는 나. 이 모든 사진들이 올라와 있는 누군가의 인스타는 인생을 즐기고, 나에게 베푸는데 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내 자신이 용인할 수 있는 나의 순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어쩌면 그러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응당 내 인생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인스타에 포착되어 있다.


사진: Unsplash의Gabrielle Henderson




얼마 전 필라테스 등록을 하며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몇 달의 치료를 거쳐 마침내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게 기쁠 따름이었다. 첫 수업에 강사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숨을 쉬고 내뱉다, 오른쪽 허리와 다리가 왼쪽에 비해 확실히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다 혼자 그랬다. '이 또한 내가 안고 가야하는 내 몸이구나!'

내 일상이라는 게 늘 내 맘에 드는 인스타용 순간들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순간들을 나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었던가? 반짝이고 싶었지만 생기를 잃었던 날들,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왜 일어나나 누군가에게 따져 묻고 싶던 그 날들. 내가 용인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그 날들이 어쩌면 내 인생을 변화시켜온 날들이고, 반짝이는 날들을 뒷받쳐오던 날들인데, 그 이야기들은 어디에 쌓여가고 있었나.


사진: Unsplash의Artem Anokhin



어느 날 뉴질랜드에서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다 언니가 내게 그런 얘기를 했다. 언제부턴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 대화가 ‘인스타그램’ 같아졌다고. 서로의 인생에서 좋아보일 법한 것들만 이야기하게 된 것 같다고. 그래서 이제는 그런 대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언니가 기대했던 대화란 어디서도, 그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었던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오고갈 때 진짜 속깊은 대화를 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어땠을까, 그런 내밀한 대화를 나는 늘 나와 하고 있었을까? 어쩐지 인스타그램용 순간에만 골몰했던 것 같다는 반성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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