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만드는 마음

'누군가에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준비물

by 마네 Choi


토리기자단_단체사진.jpg 토리기자단 학생들과 함께 (출처: 해우재 홈페이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좋은 글을 쓰는 법이라니... 그건 나도 알고 싶은데.'


강연을 준비하면서 글쓰기의 본질과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초심을 떠올려 봤다. 정리해 보니, 아래 세 가지만 잊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물 #1. 읽는 사람의 마음

그냥 좋은 글은 없다. 읽는 사람에게 좋은 글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은 '좋은 글 읽었네'라고 생각해 줄 독자의 마음이다. 읽는 사람에게 좋은 글이란 쉽게 읽히고, 생각과 배움을 주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글은 왜 존재하는가? 글쓰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고 감'이다. 사람 없이 글도 없다.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는 글의 존재 이유를 정확히 짚어낸다. 많은 작법서에서 이야기하듯, 공감을 얻는 글은 대부분 독자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일기와 에세이는 무엇이 다른가? 글의 독자가 다르다. 일기의 독자는 글쓴이 자신이기 때문에 글쓴이에게는 자신의 일기가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 일기의 독자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기 어렵다.


별 내용이 없어야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오해는 마시라. 내용이 없다기보다는 그만큼 술술 잘 읽히는 가독성 높은 책을 독자들이 선호한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10초짜리 영상이 난무하는 시대에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만 해도 참 고마운 일이다(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에 첫 책을 쓰면서, 대학 교수들이 쓴 책은 안 팔린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읽기 쉽게 쓰라는 조언이다. 물론 교수들이 평소에 쓰는 논문은 연구자들에게 좋은 글이다. 그러나 비전공자가 읽는 글을 논문 쓰듯 써 놓으면 좋은 글이 되지 못한다.


어떤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창의성 연구에서 보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을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쓰는 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어떻게 쓰면 그들에게 쉽게 읽히는 글이 될지 생각하며 글을 써보자. 잘 떠오르지 않던 글감이 떠오를 것이고, 최소한 나 혼자만을 위한 글쓰기를 할 때보다는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가 읽으면 좋은 글인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될까?
어떻게 써야 쉽게 이해가 될까?




준비물 #2. 글감을 얻는 열린 마음

좋은 글에는 좋은 글감이 들어 있다. 글감이란 무엇인가? 글감은 글쓴이의 관심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과 상황과 주변에 대한 관심은 모두 글이 된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이유이고 별다른 글쓰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생각하게 만드는 글에는 반드시 글쓴이의 해석이 들어간다. 단순한 경험의 묘사가 아니라 글쓴이가 소화시킨 경험을 전할 때 글에 힘이 깃든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글의 소재를 부지런히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는, 글쓴이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이 평소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무엇'이 진짜 좋은 글감이 되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실천해 보자:


첫째,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다.

책을 읽을 때 '다 아는 내용이네'라 생각하지 말고, 배우려는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배우는 분분이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별 시덥잖은 것 같은 이야기도 겸손한 마음으로 잘 들어보자. 종종 놀라운 통찰을 얻게 된다.


둘째,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매일 지나는 똑같은 길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의식적으로 '다름'을 보려 하면 다른 점이 보이고, 같은 점에만 눈을 돌리면 모든 것이 다 같아 보이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이왕이면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시 읽기를 좋아하는데, 시인이야말로 일상의 작은 것들까지 새롭게 바라보는데 가장 능숙한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윤동주의 시 <호주머니>를 보자.


호주머니
-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평소 관심을 가질 일 없는 바지 주머니도 시인의 눈에는 겨울마다 주먹 두 개로 채워지는 따뜻한 공간이 된다. 익숙한 일상이나 힘든 순간에도, 시선을 바꾸면 소박한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내 삶을, 일상을,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 글감은 자연스레 넘쳐난다.



추천하는 책:

1.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원한다면: <매일의 감탄력> 김규림 지음

2. 깊이 생각하며 텍스트힙 하고 싶다면: <경외심> 켈트너 지음




준비물 #3. 글을 보여줄 용기와 뻔뻔함

글은 생각을 나누는 행위이다. 글에 생명이 부여되는 때는 언제일까? 물론 생각을 글로 옮기는 순간도 글쓴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글이 살아 숨 쉬는 순간은 글이 적힐 때가 아니라 글이 읽힐 때이다. 다른 예술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바흐의 작품 중 뒤늦게 발견된 것들도 있는데, 그 작품들이 후세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그의 생각과 감정이 선율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당신의 글에 담긴 생각은 독자의 생각과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생명이 깃든다. 글을 읽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면 당신의 생각은 계속해서 살아 움직인다.


자기 검열의 높은 벽에 막혀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좋은 악기도 누군가 연주하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듯, 글도 공개되어야 비로소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괜찮다. 글은 원래 부족해 보인다. 계속 쓰고 고치고 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질 뿐이다. '혼자서 쓰고 고치면 되지, 굳이 공개적으로 글쓰기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혼자서 쓰고 고쳤더니 글 솜씨가 늘던가요?
제대로 된 글 하나가 완성이 되던가요?
계속 글을 쓰게 되던가요?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공개적 글쓰기는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 글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세상에 내놓자. 나도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줄곧 글을 써왔지만, 혼자만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글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계속 쓰고 싶어졌다.


용기가 안 난다면 믿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글을 보여줄 용기와 뻔뻔함만으로도, 당신의 다음 글은 분명 오늘보다 더 나아진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고 많이 보여주고 계속 고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글의 목적에 충실할 때 자연히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겸손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배움을 얻었기를 바란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

1. <오늘부터 쓰면 된다> 유인창 지음

2.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 지음

3.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다나카 히로노부 지음

4.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5.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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