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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네 Choi Nov 23. 2022

실패를 배우거나 실패로부터 배우거나

성장을 위한 밸런스 게임, 당신의 선택은?

요즘 인터넷에는 재미삼아 해보는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밸런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두 가지 옵션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아주 어려운 밸런스 게임 질문을 하나 소개한다. 지금 당신이 막 어떤 것에서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1번: 실패를 배운다. 실패를 배운다는 것은 실패하는 마음을 배워서 앞으로 또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2번: 실패로부터 배운다. 이건 우리가 많이 들어본 얘기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아마 당신은 2번: 실패로부터 배운다 옵션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쉬운 문제를 왜 어렵다고 얘기한 건지 의아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밸런스 게임 질문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만, 사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실패를 배우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쉬운 과정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배우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왜 우리는 실패로부터 잘 배우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실패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뭔가를 배우려고 할 때, 그것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과거가 된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실패는 결과이고, 결과는 과거이다. 생각의 시간을 살펴본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생각들 중에 과거에 대한 생각은 고작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어떤 답답한 사람에 대한 얘기가 있다**. 한 사람이 추운 겨울에 장작으로 땔 나무를 안고서 난로 앞에 앉아 이렇게 얘기한다. 

난로야 너가 나에게 온기를 주면 내가 장작을 줄게


과거의 실패가 나에게 배움을 베풀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시간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실패 경험에서는 성공했을 때보다 정보를 추출해내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성공에서 얻는 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공 경험에서 얻는 정보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 성공법칙을 다음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실패 경험은 어떤가? 오답을 통해서 정답을 추론해내야 하고 굉장히 다양하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점검해봐야 된다. 정답이 아닌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이다. 연인들이 서로 사랑할 때는 왜 사랑하는지 그 이유가 간단하다. 그냥 너라서, 그 사람이라서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별 통보를 받은 후에는 온갖 이유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옷 입는 스타일이 문제였는지, 내 성격 때문인지, 헤어지던 날 본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그날 하필 비가 많이 와서 그랬는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실패로부터 성공법칙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분석과 인지적 자원이 요구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 어려운 걸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예로, 수많은 실패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발명왕 에디슨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효과적이지 않은 만 가지의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고, '아, 그렇다면 시간을 할애해서 실패를 분석하면 우리가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 당연한 걸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일까? 당연히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다.

요즘 많이들 하는 주식 거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주식이 오를 땐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다가 시장이 안 좋을 땐 가정의 평화와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아예 앱을 삭제해버린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스스로가 꽤 유능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 정도면 그래도 꽤 멋진 사람이야”라고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과거의 실패한 자신은 그 믿음을 위협하는 굉장히 불편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 불편한 진실을 일단 덮고 본다. 



실패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한 전략들


실패한 과거로부터 현재의 유능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먼저, 실패한 일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만들어버리기 전략이다. 당신이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지능을 측정하는 문제를 풀게 하고 그들에게 점수가 아주 낮았다, 즉 실패했다는 거짓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 후에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방금 했던 과제와 비슷한 과제를 또 할 건데, 만약 당신이 다음 과제에서 만점을 받으면 얼마나 기쁠 것 같습니까?" 

당신이 참가자였다면 어떻게 대답했을 것 같은가? 참가자들은 나중에 만점을 받았을 때 예상되는 행복감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유를 알아보니, 시작할 때 실패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더 이상 그 과제가 자기와 상관없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나와 상관없는 일에 대해서는 실패로부터 상처받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실패를 배운 것이다. '어차피 해도 안 돼'라는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기도 하다. 당신의 관심사도 계속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실패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한 두 번째 방법으로, 감정 없애기가 있다. '실패'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후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 중에 독보적으로 도움이 되는 감정을 꼽으라면 후회라고 말할 수 있다. 후회는 우리가 과거에 대해서 생각할 때, “그때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식으로 대안현실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후회라는 감정을 원치 않기 때문에 다음번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배우고 정답을 찾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썬크림을 바르지 않아서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은 썬크림을 바르지 않은 걸 후회하고, 다음번에는 또 후회하지 않도록 썬크림을 열심히 바르게 된다. 그런데 후회 연구 결과들을 보면 사람들은 과거 실패가 위협적이라고 느끼면 대안현실사고와 같은 상상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실패한 결과는 달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하늘마저 도와주지 않아 실패는 했지만, 어쨌든 마음은 편안해진다. 이렇게 뼈아픈 후회를 피하려다가 정작 뼈와 살이 되는 배움의 기회도 같이 날려버리게 된다.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한 마음가짐


그렇다면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도움이 될까? 실패를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마주하는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실패 자체가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실패를 직면하는 용기야말로 우리를 배움과 성공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이다.


우리 마음에 용기를 주는 아주 쉬운, 심리학에서 검증된 방법이 하나 있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실패에 대해서 생각하기 전에 그 일의 실패/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떠올려 보자. 그리고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몇 가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실패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마치 밴디지를 붙인 상태에서 넘어지면 덜 아픈 것처럼 말이다.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은 비록 삶의 한 부분에서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멋진 사람이라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다. 마치 작은 전투에서 패하더라도 전쟁에서는 승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그리고 인생은 매정하게도, 실패해서 힘들어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번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실패를 배울 것인지 실패로부터 배울 것인지. 가끔씩 실패를 배우는 선택을 좀 해도 괜찮다. 그게 더 자연스러우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게 될 선택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인생의 모습들이 저만치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실패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할 때 배움과 성장, 그리고 성공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쩌면 인생은 배움이라는 값진 보석을 실패라는 진흙탕 속에 꼭꼭 감춰두고 우리에게 찾아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인생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참고문헌

*Baumeister et al. (2020). Everyday thoughts in time: Experience sampling studies of mental time travel.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기요사키, 레흐트 (2000).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황금가지.

***Sjåstad et al. (2020). Greener grass or sour grapes? How people value future goals after initial failur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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