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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망디 Oct 17. 2022

순례길이 왜 힘들어요? 이렇게 편한 방법 많은데

[알림] 유로 서비스를(를) 이용하시겠습니까? (옵션: 편안함 +1~9)

순례길을 주저하는 이유 중에 몇 가지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기간을 말할 수 있겠다. 보통 안내되는 코스대로 완주하게 되면 순례길에만 32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시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처음 생각했던 시간에서 하루 이틀은 더 잡는 게 좋다. (여기에서 구간 이동, 중간부터 시작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다행스럽게 시간이 허락하여 넉넉하게 순례길(35일 정도)을 걸을 수 있다고 치자 다음으로 걱정되는 것은 바로 순례길 내내 어깨에 이고 지고 가야 할 것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 나는 그랬다. 나는 시간도 있고 다 좋은데 과연 짐을 들고(고민 1) 그 긴 거리를 매일 걸을(고민 2) 수  있을까? 집에서 학교 가는 그 짧은 길에도 전공책 1~2개가 무거워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닐 생각도 못했는데, 과연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짐을 들고 매일 길을 떠날 수 있을까? 8kg의 짐을 이고 잠시라면 들고 다닐 수 있겠지만 매일 계속해서 걸을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절대 'NO'라는 대답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내 마음 구석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작게 '8kg 그거 그냥 들으라면 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대책 없이 모든 잘될 거란 믿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행 티켓을 끊은 후에도 종종 이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 때마다 동생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언제였더라. 처음 박민정이 여행을 함께 가겠다고 말했던 때였나. 동생의 비행기 티켓을 끊기 위해 노트북 앞에 서로 앉아서 여행 일정이며 여권정보를 적으면서 심각한 얼굴로 동생에게 이 여행의 고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방민정, 근데 너 따라오는 건 좋은데 나 그냥 일본에서 여행하는 것처럼 즐기고만 오는 여행하는 거 아니야"


"알아. 그거 뭐 유럽 가서 걷는 거라며"


일단 생에 최초 유럽으로 떠나는 것에 들뜬 동생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응. 걷는 건데 30일 동안 매일매일 걷는 거야. 들고 간 배낭 매고. 그러니까 너 이번 여행에 짐이 되면 그냥 낙오야!"


그러니까 누구든지 여행에 짐이 되면 낙오된다는 말이었다. 나나 동생이나. 나는 동생에게 뱉은 말이니 지켜야 하니 이 말에 신경을 썼고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 언니가 혼자 떨구고 떠날까 봐 여행의 초반에는 서로가 홀로 남지 않기 위해 꽤 신경을 썼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짐 이동 서비스부터 해서 버스 이동까지. 어찌 되었든 이동만 하면 될 일 아닌가? 다행히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그런지 순례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다양한 방법이 그곳에 존재했다.


다음 마을까지 짐을 이동시켜주는 짐 이동 서비스부터, 원하는 구간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점프, 그리고 정말 정말 힘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중간 바에서 부르는 콜택시까지. 정말 다양한 옵션으로 순례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했고 우리는 가장 힘들 때마다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적당한 편안함을 즐기며 순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리 자매가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유로 서비스를 누렸는지  번에 걸쳐서 이야기를 써내려 가려고 한다. 이미 흔하게 알려진 방법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유로서비스를 누림 당했을 때도 있다. 순례길을 가고 싶은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일을 추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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