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산 등산

by 만꺼

- 언제 : 한여름을 제외하고 모든 계절

- 어디서 : 인천 문학산

- 추천 : ★★★★




인천 친구한테 들은 바로는 인천을 대표하는 산을 꼽으면 마니산고려산(강화도), 계양산(계양구), 그리고 문학산(미추홀구)이 있다고 한다. 문학산은 그만큼 인천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다. 물론 산지가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해발 213m의 문학산은 명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감은 있다. 애초에 산이 높지를 않으니 주변의 작은 봉우리들을 엮어서 걸어도 종주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에 오른 문학산은 어느 등산보다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산마다 둘레길 조성에 열을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산에 두, 세 개의 트레킹 코스가 중첩되는 건 예삿일이 되었는데, 문학산도 마찬가지였다. 문학산에는 서해랑길, 연수둘레길 등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건 인천둘레길인천종주길이다. (물론 두 길도 아직까지는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두 길의 소개 사이트가 동일한 걸로 봐서는 하나의 기관에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둘 다 인천 지역에 위치한 한남정맥의 산들을 토대로 코스를 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한남정맥이란 경기도 안산에서부터 수원, 시흥, 인천을 거쳐 김포까지 이어지는 산 줄기로, 한반도의 13 정맥 중에 하나이다.


두 둘레길의 차이점도 있다. 인천둘레길은 대부분의 코스가 산의 정상을 거치지 않고 산자락을 순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인천종주길은 주요 봉우리를 따라 걷는 등정 코스가 많다. 그만큼 종주길이 둘레길보다는 어렵긴 하지만, 인천의 산들이 그리 높지는 않아서 부담이 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계양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산이 해발 300m 미만이다) 개인적으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정상을 정복하는 재미가 있는 종주길이 더 취향에 맞는다.


여느 트레킹 코스처럼 인천종주길도 인증이 가능하다. 인증 방법은 총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아날로그로 스탬프 북을 받아서 스탬프함 도착할 때마다 직접 도장을 찍는 방식이 있다. 한편 스태프함에는 QR코드도 있는데, 인천 관광앱인 ‘인천e지’를 설치하면 모바일로도 인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내 트레킹 앱인 트랭글에서 GPS를 켜고 코스를 따라 걸어가면서 인증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지 모든 코스를 인증하면, 공식 사이트에서 완보인증서를 신청할 수 있다.


대체로 아날로그 감성보다는 디지털의 간편함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스탬프 북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인천e지’와 ’트랭글‘ 어플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결국 설치한 건 ‘인천e지’였다. 트랭글이 GPS를 따라 정해진 코스를 모두 걸어야 하는데 비해, QR은 모로 가도 스탬프함까지 가기만 하면 인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길대로는 가지 않겠다는 청개구리 심보가 아주 고약한 편이다)


그럼 이제 다시 문학산 얘기로 돌아가보자. 인천종주길 8코스에 해당하는 문학산은 인천 1호선 선학역에서 출발하여 스탬프함이 있는 문학산 연경정을 지나 수인선의 송도역까지 이르는 5.3km의 노선이다. 이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해발 200m 내외에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트레킹을 하는 내내 남부 인천의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중간지점인 문학터널을 기준으로 왼편의 노적봉 구간에서는 나무에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른편의 문학산 구간으로 넘어오면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탁 트인다. 비록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꽤나 이색적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마치 홍콩의 드래곤스백 트레킹(Dragon's Back Trekking)이 떠오른달까.


완주하는 데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는 점도 좋았다. 완주까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등산화가 따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무리 없이 트레킹이 가능했다. 도심 속을 걷는 코스이다 보니 등산 장비까지 갖추고 야간에 오르면, 도심의 야경이 더욱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뿐만 아니라 트레킹 곳곳에 볼거리가 많은 점도 다른 산과는 차별점으로 다가왔다. 코스 중간에 산을 깎아 만들었다는 문학경기장도 보이고, 정상부에는 문학산성의 터를 따라 넓은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정상부는 2015년에 민간에 개방되기 전까지는 군용 부지였어서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는데, 그래서 마치 공원에 온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상부 한 켠에는 과거 지휘통제실 건물을 활용하여 문학산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념관도 조성되어 있다. 기념관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문화해설사까지 있어 들어봄직 했다.


한편 도심 트래킹은 등산 전후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줄 맛집이 많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선학역으로 내려온 다음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인천 2호선 석바위시장 역 근처의 연중반점에서 난자완스와 함께 술 한잔을 즐겼다. 사실 시작지점(송도역)과 도착지점(선학역) 모두 꽤나 큰 상권이 조성되어 있어 굳이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


첫 인천 종주길의 등산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소개하는 코스를 하나하나 걸어볼 계획이다.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하다보니 트레킹 코스 뿐만 아니라 트레킹 후의 맛집까지 연계하여 보다 완벽한 당일치기 등산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첫 번째 Tip.

인천 종주길에 대한 소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잘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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