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욕지도(통영)의 고등어회

by 만꺼

- 어디서 : 통영 욕지도

- 언제 : 겨울

- ★★★★★


고등어회를 처음 먹게 된 것은 대학생이나 되고 나서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정확히는 고등어회를 소금과 식초로 초절임을 한 시메사바(しめさば)를 먹은 것인데, 기름진 회의 식감에 새콤한 양념이 꽤나 입맛에 맞았다. 당시에 들었던 생각은 한국에서도 고등어를 조림이나 구이로는 자주 먹는데 왜 일본처럼 회로는 즐기지 않을까였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고등어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생선이라 잡히면 4시간도 안되어 죽어버린다고 한다. 문제는 생선은 죽으면 바로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관과 유통이 매우 까다롭다는 데에 있다. 일본에서도 초절임을 하여 먹는 방식이 발전하게 된 이유도 쉽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결국 고등어회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산지와 가까워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고등어의 주산지는 주로 한반도의 남해안과 서일본 사이의 대한해협 부근이다. 때문에 수도권보다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고등어회를 파는 식당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요새는 고속도로가 잘 정비되어 수도권까지 산지직송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행지로 치자면 제주도가 고등어회로 가장 유명하지만, 제주도보다도 고등어회를 저렴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섬이 있다. 바로 통영의 욕지도이다. 욕지도란 이름부터가 생소할 텐데,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30분이나 들어가야 나오는 섬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찾아가기엔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왜 하필 욕지도일까? 바로 이 섬에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고등어 양식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른 산지가 생겼을 수도 있겠으나, 최초인 것만은 확실하다) 고등어 양식업이 꽤나 발달하여 다수의 섬 주민들이 주업으로 삼고 있고, 우리나라의 횟집에 공급되는 고등어는 대부분 욕지도 산이었다.


실제로 욕지도에 가보니 '고등어의 섬'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벽이나 가로등, 심지어 길거리의 벤치까지 고등어 그림이 마스코트처럼 장식되어 있었고, 배가 들어오는 항구에는 아담한 섬에 규모를 고려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러 점포의 고등어 횟집이 늘어서 있었다. 원래 섬 여행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야 할지 선택장애를 겪을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나와 일행은 예능 '1박 2일'에서도 소개되었고 민박집 주인장께서 추천해 주시기도 한 '해녀포차'라는 식당을 방문했다. 일단 가장 놀랐던 건 마리당 만 오천 원(15,000원)이라는 가격이었다. 서울에서는 정확히 세 배인 45,000원의 값을 주고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이렇게까지 저렴한 가격은 볼 수 없었다. 이 정도면 한 마리 주문할 때마다 돈을 버는 셈인 거나 마찬가지다.


맛이라도 없으면 모를까 냉동되지 않은 고등어회의 쫄깃한 식감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고등어는 광어보다는 기름진 생선이지만 방어와는 또 다른 식감이었다. 여기에 소주까지 걸치지 네 시간 반의 통영행 버스와 한 시간 반의 욕지도 페리를 탄 보람이 느껴졌다. 이 날의 고등어는 1박 2일간 욕지도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단연코 1등이었다.


첫 번째 팁.

여름에는 고등어의 내장에 유독성분이 많아 먹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두 번째 팁.

펜션집 사장님께 욕지도의 고등어 횟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하신 말씀 "고등어회 말고도 다른 해산물이랑 같이 술 마실 거면 해녀포차가 낫고, 밥과 함께 먹을 거면 고등어 횟집을 가는 게 낫다" (왜냐면 해녀포차에서 식사류는 해물라면과 전복죽 밖에 없기 때문)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피서산장의 절경을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