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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대표 역사유적 4곳

by 만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수천 년 제국의 중심이었던 도시인만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적이 넘쳐난다. 자금성, 천단, 이화원, 만리장성, 명13릉, 원명원, 용화궁까지… 워낙 유명한 유적이 많아서 오히려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해질 정도다. 이 포스팅은 촉박한 일정에 어느 유적을 방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작성하였다.


처음 베이징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만큼은 꼭 가보면 좋겠다는 기준으로 네 곳을 선정했다. 모두 인지도가 높은 곳들이지만, 실제로 가보았을 때도 만족도가 높았고 베이징이라는 도시를 잘 나타내는 곳들이었다. 각 장소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여행자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를 중심으로 소개해본다.



1. 자금성


자금성 (고궁)


자금성은 베이징 여행의 출발점이다. 명나라 영락제 시기에 건설된 이 궁궐은 약 500년 동안 명·청 왕조의 정치 중심지였으며,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규모와 역사적 의미도 크지만, 무엇보다 건물의 배치에서 압도적인 권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문에서 들어서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전각들이 중심축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주 건물마다 앞마당이 넓게 비워져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광활하다 “고 느끼게 되는데, 이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황제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공간적 장치이다. 중요한 건물일수록 앞마당이 넓고 접근 거리가 길며,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계와 질서를 체험할 수 있다.


건축적인 아름다움도 인상적이다. 붉은 벽과 노란 기와, 회색 석재의 조합은 절제된 색감 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자로 잰 듯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대칭적인 구도의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자금성은 의도적으로 그늘을 배제한 구조라서 여름에는 카메라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더워진다는 점이 있다.


관람은 보통 천안문 광장을 지나 오문(午門)으로 입장해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 등 주요 전각을 따라 북쪽으로 걸으며 진행된다. 여유가 있다면 관람을 마친 후 인접한 경산공원 정상에 올라 자금성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을 추천. 위에서 자금성을 내려다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느꼈던 구조를 다시 한번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천단


천단


천단은 명·청 시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국가 의례 공간이다. 자금성이 황제가 통치하는 장소였다면, 천단은 그 통치가 하늘의 뜻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의미보다, 이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감각이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천단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다른 유적지에 비해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이다. (물론 여기도 관광객이 적진 않지만) 숲처럼 조성된 소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년전(祈年殿)이 중심에 서 있고, 그 구조는 거의 완벽한 원형과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향하게 된다.


천단은 특별한 설명 없이 걷는 것만으로 구조가 이해된다. 중심에서 소리를 내면 벽을 따라 반사되는 회음벽(回音壁), 계단 없이 오를 수 있는 원형 제단 등, 건축물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체험의 재미를 주는 곳들이 많다.


한편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색다른 풍경도 볼 수 있다. 넓은 광장에선 태극권이나 기공을 연습하는 현지인들이 모여 있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관광지라기보다는 도심 속 공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3. 이화원


이화원


이화원은 청나라 황실의 여름 별궁으로, 베이징 서북쪽에 위치한 넓은 궁정 정원이다. 중국 4대 명원 중 하나로 꼽히며, 곤명호(昆明湖)라는 인공 호수와 만수산(万寿山)이라는 인공 산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단순히 예쁜 정원이 아니라, 궁궐, 산책로, 수상 경관, 회화 감상이 결합된 유적지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이화원의 관람은 단순히 “보다”보다는 “걷는다”가 더 적합하다.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장랑(長廊, 회랑)은 약 700미터 길이로, 천장과 기둥마다 고전 회화 수천 점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세워진 정자, 석교, 누각 등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게 한다.


호숫가 산책만으로도 이화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을 들여 만수산 정상의 불향각(佛香阁)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올라가는 길은 계단이 꽤 많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곤명호와 베이징 외곽 풍경은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전체 정원의 배치 구조도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을 겸한 정원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화원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게 둘러보면 2시간, 여유롭게 걷는다면 반나절 일정이 충분히 채워지며, 개인적으론 인접한 원명원을 같이 둘러보기보다는 이화원 하나에 집중하는 걸 추천한다. (원명원은 유적지의 잔해만 남아있어 실망하는 여행객이 많은 반면 이화원은 2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4. 만리장성


만리장성


시 외곽의 만리장성은 베이징의 역사 유적 중에서도 가장 다른 결을 갖고 있다. 황제의 궁궐이나 정원과는 달리, 이곳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방어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만리장성은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걸으며 경사와 굴곡, 풍경의 변화까지 실감할 수 있다.


베이징 근교에서 방문 가능한 만리장성의 대표적인 구간은 팔달령(八达岭), 모전욕(慕田峪), 사마대(司马台) 정도가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구간은 모전욕으로, 팔달령에 비해 사람도 적고 자연경관이 좋아 만족도가 높다. (팔달령보다는 30분 정도 더 걸린다) 모전욕 장성에서는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이용해 중간 구간까지 올라간 뒤, 원하는 만큼만 걷고 다시 내려올 수 있어 체력에 따라 유연하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


성벽 위는 경사와 곡선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인상적인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드론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내려다보이는 능선과 하늘, 반복되는 벽돌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장면이 매력적이다. 특히 베이징 로컬 사이에서는 야간에 캠핑을 하며 만리장성에서 별 사진을 찍는 여행도 인기다.


도심과 완전히 단절된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만리장성이 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지 납득할 수 있다. (장성보다 더 위대한 인파를 보고 질려버리는 경우도 많은 듯하지만) 만리장성은 하루 일정을 통째로 써도 아깝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하며, 가장 날씨가 맑고 걷기 좋은 날에 배정하는 걸 추천한다.



추가 여행 TIP


금면왕조


이 글에서 소개한 네 곳은 베이징을 대표하는 핵심 유적이다. 그만큼 규모도 크고,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모두 최소 2~3시간은 기본으로 잡아야 하며 사진도 찍고 여유 있게 관람하려면 반나절 일정으로 보는 것이 좋다. 하루에 2곳씩 보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동선과 체력을 고려해 일정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정이 빠듯해서 한 곳을 생략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천단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산책하듯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겐 오히려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반대로 일정에 여유가 있어 추가로 들러볼 만한 곳을 꼽는다면 단연 용화궁(雍和宫)이 있다. 자금성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와 색감의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색감이나 건축 구조가 인상적이다. 인근에 우다오잉 후통, 국자감/공묘, 구이제 등 연계되는 여행지도 많아 코드만 맞는다면 하루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곳이다.


한편 대부분의 유적은 온라인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자금성은 예약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현장에서 당일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 번거롭더라도 출발 전에 날짜별 예약 현황을 꼭 확인해두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QR코드를 사용하는 입장 시스템이 많아,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면 현지 통신 환경 준비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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